외로움에도 연기 규칙이 필요했다. 상대와 눈을 맞춰도 될까. 몸을 만져도 될까. 차를 신경 써야 할까. 안전띠는 매야 할까.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준비하던 오키타 슈이치…
외로움에도 연기 규칙이 필요했다. 상대와 눈을 맞춰도 될까. 몸을 만져도 될까. 차를 신경 써야 할까. 안전띠는 매야 할까.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준비하던 오키타 슈이치와 배우들은 이런 문제를 함께 의논했다. 배우 세 명에게 맡긴 역할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여성의 마음에서 나온 ‘외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감정이 몸을 얻고 집 안에 앉자, 감독은 그 몸이 세상과 어떻게 접촉할지부터 정해야 했다.
영화의 주인공 모모코(다나카 유코)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75세 여성이다. 집 밖으로 멀리 나가지 않아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많은 것이 오간다. 오키타는 그 복잡한 내면을 세 명의 배우와 함께 시끌벅적한 대화로 바꿨다. 외로움 1(하마다 가쿠), 외로움 2(아오키 무네타카), 외로움 3(구도 간쿠로)이 그 상대다. 혼자 사는 사람을 찍으려는데 촬영할 사람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이 낯선 만남은 오키타가 한 사람의 생활을 얼마나 넓게 펼쳐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처음부터 영화로 만들기 쉬운 원작은 아니었다. 와카타케 치사코의 소설을 읽은 오키타는 사투리가 많아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꼈고, 마음속 대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했다. 원작의 독특한 표현을 그대로 시각화하면 컴퓨터그래픽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 대신 사람을 등장시켜 대화하게 하자는 생각을 한 뒤 각본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각색하며 함께 떠올린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였다. 도호쿠에서 올라와 수도권에서 혼자 사는 어머니의 생활이 모모코와 닮아 있었다. 영화에 들어간 여러 일화에도 실제 어머니의 경험이 보태졌다. 소설 속 노인의 마음을 바깥에서 짐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알고 지낸 사람의 구체적인 생활을 가져온 것이다. 오키타의 관심이 관념적인 ‘노년’보다 한 사람이 보내는 하루에 머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그대로 재현한 전기 영화는 아니다. 모모코는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이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남자 셋이 앉아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가져온 생활의 세부와 현실에 없는 설정이 한 집에서 만난다. 관객은 익숙한 노년의 생활을 알아보다가도, 그 집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 때문에 모모코를 다시 보게 된다. 혼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녀의 상태를 다 설명할 수 없다.
이 대화에 목소리를 보탠 사람은 또 있다. 젊은 모모코를 연기한 아오이 유우는 마음속에서 들리는 말도 맡았다. 오키타는 나이 든 모모코에게 젊은 시절의 사투리가 되살아난다는 설정에 맞춰, 그 시절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아오이는 화면에 나오는 장면이 아닐 때도 현장에 와서 직접 말을 해줬다. 배우들이 녹음된 소리를 나중에 상상하는 대신, 실제로 들리는 목소리에 반응할 수 있었다.
안전띠를 맬지 의논하던 회의와 현장에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같은 과제를 해결한다.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고 언제 대답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는다. 오키타는 기발한 설정을 생각한 뒤에도 그것을 사람들이 함께 연기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꾸어야 했다. 관객에게 자연스러운 대화로 들리려면, 먼저 현장의 배우들이 서로에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다나카 유코와 처음 만났을 때 오키타에게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모모코가 노래하는 장면을 준비해야 했는데, 배우가 직접 생각해온 노래를 불러준 것이다. 제작진은 서둘러 휴대전화로 녹음했다. 이후 음악을 맡은 스즈키 마사토가 그 노래를 바탕으로 곡을 만들었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녹음을 마쳤다.
오키타는 다나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불안해서 준비해온 것 같다고 회고했다. 감독에게는 놀라운 제안이었지만, 배우에게는 낯선 장면에 다가가는 준비였던 셈이다. 이 일화를 알고 보면 노래가 감독의 머릿속에서 완성된 채 배우에게 전달됐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배우가 먼저 자신의 목소리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음악가가 그것을 곡으로 다듬었다.
노래 장면의 출발점은 모모코의 외로움을 두드러지게 하는 데 있었다. 오키타는 이를 가요 쇼 같은 장면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노래와 흥겨운 형식이 등장한다고 감정도 그만큼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쓸쓸함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그 사람이 노래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관객에게 맡긴다. 우스운 설정을 보며 웃다가도 모모코가 혼자 있다는 사실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오키타의 유머는 인물의 사정을 잠시 지워주는 휴식이라기보다, 그 사정을 다른 방식으로 접하게 하는 연출에 가깝다. 마음속 말에 몸을 주고, 혼자 있는 사람에게 노래를 시킨다.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들어갈수록 외로움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담기지 않던 표정들이 생긴다. 어떤 대목에서 웃음이 나고 어느 순간 다시 쓸쓸해지는지, 감정의 방향을 한쪽으로 정해놓지 않고 볼 만하다.
모모코의 생활 반경은 집과 병원, 도서관처럼 가깝고 작은 장소들이다. 오키타는 이 제한된 공간을 어떻게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세트를 만들 때에는 자신의 집이 아니라 어머니가 있는 본가의 느낌을 가져왔다. 실제 집에 있던 액자도 촬영장에 옮겨 놓았다. 익숙한 살림이 들어간 집은 모모코가 오랫동안 살아온 곳처럼 느껴지게 하는 바탕이 된다.
그 집 안에서 상상은 멀리 움직인다. 모모코는 책을 읽으며 지구의 오랜 역사를 노트에 정리하고, 영화는 애니메이션까지 끌어들인다. 그 작업을 맡은 시노미야 요시토시는 실사 제작진에게 먼저 한 가지 조건을 제안했다. 애니메이션의 길이를 1분으로 정해두자는 것이었다. 실사처럼 여러 테이크를 찍어놓고 나중에 골라 길이를 바꾸는 작업과는 사정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감독의 상상은 동료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만나야 했다. 시노미야는 실사 촬영 자료가 나온 뒤 그 안의 인물을 애니메이션에 연결했고, 중간 결과를 감독에게 보여주며 조정했다. 오키타가 배경을 조금 약하게 해달라고 제안한 대목도 있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든 화면이 한 사람의 상상 안에서 이어지려면, 각자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노트 속 매머드가 움직이는 부분에서 시노미야가 신경 쓴 것은 튀어나오는 순간만이 아니었다. 곧 움직일 것 같은 예감을 주려고 눈을 깜박이게 했다. 관객의 시선이 종이 위 그림에 머물다가 움직임을 기대하도록 하는 작은 준비다. 방 안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이만큼 넓은 세계가 열릴 수 있다. 오키타는 모모코를 멀리 여행 보내는 대신, 그녀가 이미 하고 있는 일에서 영화가 펼쳐질 곳을 찾았다.
모모코를 지켜볼 때 마음속 사람들의 소란과 방 안의 조용함을 함께 보게 되는 이유다. 그녀는 여전히 혼자 살지만, 그 생활을 빈자리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진다. 실제 집에서 가져온 액자와 배우의 노래, 노트에서 움직이는 매머드가 한 영화 안에 있다. 오키타와 동료들은 그처럼 서로 다른 재료로, 멀리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도 하루가 얼마든지 복잡하고 풍성할 수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 마음에서 나온 세 사람의 몸짓 — 모모코와 눈을 맞추거나 가까워지는 방식을 살펴보자. 감정을 연기한다는 추상적인 역할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뀌는 재미가 있다.
◆ 나이 든 얼굴과 젊은 목소리 — 현재의 모모코를 보면서 들리는 마음속 말에 귀 기울여보자.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과 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을 목소리가 어떻게 만드는지 볼 수 있다.
◆ 노래를 듣는 동안 바뀌는 기분 — 노래가 나온다는 이유로 밝은 장면이라고 정하지 말고, 모모코의 얼굴과 목소리에 집중해보자. 쇼의 재미와 혼자 있는 사람의 쓸쓸함이 함께 느껴지는지 생각할 만하다.
◆ 그림이 움직이기 직전 — 노트 속 매머드에게 작은 움직임이 생기는 순간을 보자. 실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가기 전에 관객의 눈을 준비시키는 세심한 작업이 들어 있다.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2020, 오키타 슈이치) — 마음속 말을 배우의 대화로, 책을 읽는 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며 혼자 사는 인물의 세계를 펼친 연결작이다.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2016, 케네스 로너건) — 상실을 겪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영화다. 슬픔을 완전히 없애는 결론보다, 슬픔을 지닌 채 보내는 하루를 어떻게 담는지 서로 다른 연출을 비교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