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만두를 다시 굽는 이유 | MovieLAB LAB

만두를 먹는 장면을 찍던 날, 촬영장에서는 만두 120개를 구웠다. 등장인물들이 그만큼 먹어야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컷이 바뀔 때마다 갓 구운 만두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

식탁의 만두를 다시 굽는 이유 | MovieLAB LAB

만두를 먹는 장면을 찍던 날, 촬영장에서는 만두 120개를 구웠다. 등장인물들이 그만큼 먹어야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컷이 바뀔 때마다 갓 구운 만두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에서 세 사람이 둘러앉은 식탁은 그렇게 준비됐다. 감독 마에다 테츠는 음식을 먹는 동안 시선이 어디로 움직이는지까지 배우들과 맞췄다. 누군가를 위해 밥을 차리는 영화에서, 밥은 식탁을 채우는 소품으로만 놓일 수 없었다.

유코(나가노 메이)에게는 부모가 여러 명이다. 그중 모리미야(다나카 케이)는 혈연으로 맺어진 아버지가 아니지만, 유코를 먹이고 학교에 보내며 함께 살아왔다. 이 관계를 관객이 받아들이려면 ‘가족처럼 가깝다’는 설명보다 두 사람이 같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에다는 그 시간을 음식과 배우의 몸짓으로 만들었다.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가족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이들의 식탁에 조금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먼저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소설

마에다는 세오 마이코의 소설을 읽고 직접 영화화를 제안했다. 제작 제의를 받고 원작을 고른 경우와는 출발이 달랐다. 그는 작품에 관심을 전하는 편지를 작가에게 보냈다. 소설이 서점대상을 받기 전이었다. 여러 부모를 거친 딸의 이야기에서 자신이 영화로 옮기고 싶은 관계를 발견한 셈이다.

각본은 하시모토 히로시가 맡았다. 감독과 각본가, 제작진은 인물 사이의 연결을 언제 알려줄지뿐 아니라, 그 연결을 알게 됐을 때 관객이 무엇을 느낄지를 함께 논의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된다. 현재의 인물들이 지닌 사정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지만, 관계를 밝혀내는 것만으로 끝내면 그동안 쌓아온 생활은 정답을 기다리는 단서가 되기 쉽다. 이 영화에서 식사와 대화가 차지하는 시간을 눈여겨볼 이유다. 가족의 비밀을 알기 전에도 그들이 함께 사는 모습은 충분히 볼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은 처음에 상영시간을 두 시간 안으로 줄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작자는 더 자르지 말자는 의견을 냈다. 지나치게 압축하면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워질 수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에는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완성된 영화는 137분이다. 이 결정을 마에다 혼자 끝까지 밀어붙인 성과로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이 정한 길이보다 제작자의 판단과 촬영된 연기를 믿은 협업의 결과다. 원작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첫 의지가 분명했던 감독에게도, 완성본의 길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아가는 문제였다.

붉은 옷의 여성이 장식 모자를 쓴 아이를 꼭 안고 있다

두 집의 애정은 같은 맛이 아니다

모리미야의 음식은 영양과 맛을 꼼꼼하게 챙긴 식사다. 반면 리카(이시하라 사토미)는 요리에 능숙한 인물이 아니다. 그래도 딸을 위해 프렌치토스트를 만든다. 두 사람에게 같은 수준의 요리 솜씨를 주지 않은 덕분에, 음식으로 드러나는 애정에도 차이가 생긴다. 한쪽에서는 매일의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서툴러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내놓는 사람이 보인다.

제작진은 실제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푸드 코디네이터 센루이 노리코는 마에다와 〈극도메시〉에서도 함께 일한 동료다. 음식 촬영이 있는 날에는 준비된 음식을 먹느라 따로 점심 도시락을 먹지 않는 배우들도 있었다고 한다. 만두를 새로 굽는 수고는 이런 작업의 한 부분이었다. 화면에 보이는 모양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가 입에 넣고 씹을 음식을 계속 준비한 것이다.

다나카 케이가 요리할 때의 움직임도 감독과 세밀하게 조율했다. 식탁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리듬은 모리미야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연기의 일부가 된다. 이 아버지에게 딸을 사랑한다고 선언하는 말만 주는 것과, 딸을 먹이는 일에 익숙한 몸을 주는 것은 다르다. 후자는 관객에게 이 집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도 유지돼 왔으리라는 느낌을 준다.

이런 세부는 가족의 형태에 관한 영화의 생각과도 닿아 있다. 성이나 혈연을 설명하는 정보는 빠르게 전달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온 느낌은 한 문장으로 대신하기 어렵다. 식사 장면이 여러 번 돌아오면 관객은 새 사실을 얻기보다 익숙한 관계를 다시 만나게 된다. 마에다가 인물의 복잡한 가족사를 영화로 옮기면서 확보해야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익숙함이었을 것이다.

검은 피아노 곁에 앉은 여성이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배우가 쌓은 시간을 남기기

나가노 메이는 모리미야와 유코의 집에서 촬영할 때 현장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다나카 케이가 돌아본 두 사람의 말다툼에는 그 편안함과 다른 감정이 들어 있다. 다나카에게 그 장면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동시에,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싸움을 드디어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가까워진 관계는 다정한 말만 오가는 상태와 같지 않다. 배우는 갈등 안에서도 관계가 달라지는 지점을 찾고 있었다.

이런 해석을 배우가 갖고 연기했다는 사실은 마에다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독이 준비한 식탁과 부엌 안에 들어가는 것은 지시대로 움직이는 몸만이 아니다. 함께 지내며 편안함을 느끼고, 싸우는 장면에서는 아픔과 안도감을 동시에 생각한 배우다. 완성본에서 연기의 시간을 남긴 판단은 이처럼 현장에서 자란 관계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마에다는 감정을 끌어올리는 음악을 넣을까 생각하다가, 관객에게 감동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슬픈 사연이 있다고 해서 관객의 반응까지 미리 정해놓을 수는 없다. 그는 관객의 상상력을 믿는 태도를 이야기했다. 부모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 가족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배우들이 만들어놓은 표정과 대화를 충분히 남겨두는 일은 그 판단을 할 시간을 주는 방식이 된다.

마에다의 연출을 볼 때는 큰 사연이 드러나는 순간만큼, 그 앞에 놓인 작은 준비를 살펴볼 만하다. 만두가 따뜻해야 한다는 조건과 아버지의 손이 부엌일에 익숙해야 한다는 조건은 관객에게 대단한 사건으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덕분에 모리미야는 가족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사람이 아니라, 오늘도 유코가 먹을 밥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감상 포인트

◆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의 손: 모리미야가 무슨 음식을 만드는지와 함께, 얼마나 익숙하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부엌에서의 행동이 아버지에 대한 설명을 맡는다.

◆ 서로 다른 집의 음식: 모리미야의 식사와 리카의 프렌치토스트를 비교해보자. 요리 솜씨가 다른 두 사람이 각자 무엇을 해주려 하는지 보인다.

◆ 말다툼에서 달라지는 거리: 다정한 대화와 싸우는 대화에서 유코와 모리미야가 서로에게 어디까지 말하는지 귀 기울여보자. 갈등이 가까워진 관계를 드러내는 순간도 있다.

◆ 사연을 알기 전에 생기는 친밀감: 인물들의 연결을 맞히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반복되는 식사와 대화만으로 누구에게 마음이 가는지 생각해보자.

관련 작품

◆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2021, 마에다 테츠) — 식탁의 구체적인 준비와 배우 사이의 호흡이 여러 부모를 둔 딸의 이야기를 생활감 있는 관계로 만드는 연결작이다.

◆ 〈당신의 부탁〉 (2017, 이동은) — 남편이 남긴 아들을 돌보게 된 여성의 이야기다. 혈연 밖의 가족이 함께 살아갈 때, 다정한 마음과 일상의 책임이 어떻게 어긋나거나 만나는지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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