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투게 하라는 조언에, 부녀의 다툼을 덜어냈다 | MovieLAB LAB

〈애프터썬〉의 초기 각본에는 아버지와 딸의 마찰이 지금보다 많았다. 샬롯 웰스 감독은 그 갈등을 더 밀어붙여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자 오히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

더 다투게 하라는 조언에, 부녀의 다툼을 덜어냈다 | MovieLAB LAB

〈애프터썬〉의 초기 각본에는 아버지와 딸의 마찰이 지금보다 많았다. 샬롯 웰스 감독은 그 갈등을 더 밀어붙여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자 오히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함께 여행하는 두 사람이 서로 맞서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웰스는 부녀 사이의 갈등과 주변 인물들을 덜어내고, 둘이 함께하는 휴가가 좋은 시간이기를 바랐다.

영화에서 소피(프랭키 코리오)는 따로 사는 아버지 캘럼(폴 메스칼)과 튀르키예로 여행을 간다. 오래 함께 지내지 못하던 두 사람이 수영하고 장난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웰스가 덜어낸 다툼의 자리는 이런 일들로 채워진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있는 동안에도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이 부녀를 바라보는 출발점이다.

촬영 전에 먼저 휴가를 보냈다

웰스는 두 배우가 촬영 전부터 함께 지낼 시간을 마련했다. 현지에서 보낸 약 2주 동안 아침에는 감독과 장면의 상황을 대략 맞춰보고, 그 뒤에는 휴가지에서 할 법한 일들을 하며 어울렸다. 바다와 수영장에 들어가고 당구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폴 메스칼은 대사를 반복하는 리허설보다 부담 없이 친해질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처음 만난 배우들에게 오래된 부녀의 관계를 맡기려면, 말 사이의 편안함도 필요하다. 함께 놀다 보면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계획하지 않아도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게 된다. 영화 속 장난에서 그런 친밀함을 찾아보면, 큰 사건 없이도 두 사람을 계속 보고 싶은 이유가 생긴다. 소피가 신나게 움직일 때 캘럼이 어떻게 받아주는지도 대사만큼 눈에 들어온다.

메스칼은 촬영지에 가기 전부터 웰스와 전화로 캘럼을 의논했다. 그 대화에서는 아버지의 내면 갈등을 딸과, 딸을 연기하는 어린 배우로부터 조금 떨어뜨려두는 방향을 찾았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준비하는 작업과 아버지가 혼자 감당하는 마음을 준비하는 작업이 나란히 이루어졌다.

두 준비의 차이는 관객의 시선에도 영향을 준다. 소피가 아버지와 있을 때 얻는 즐거움은 그 자체로 남는다. 한편 캘럼이 딸에게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그의 하루 전체를 안다고 하기는 어렵다. 웰스는 배우들이 가까워지는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도, 두 인물이 서로에 대해 가진 정보까지 같게 만들지는 않았다.

가게 안 의자에서 팔에 붕대를 한 남성에게 소녀가 몸을 기대고 있다

카메라를 건네고, 그 앞에서는 비켜서게 했다

부녀가 들고 다니는 캠코더는 이 관계 안에 또 하나의 시선을 만든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면 다른 사람은 그 앞에서 반응한다. 웰스는 배우들에게 캠코더를 맡겼을 때 매번 뜻밖의 순간을 얻었고, 그 영상에서는 연기한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장면을 찍는 동시에 배우가 무엇을 찍을지 정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물론 많은 대사는 각본에 있었다. 메스칼은 캠코더를 든 채 주고받는 일부 농담을 즉흥 연기의 예로 들었다. 준비한 대사와 그날 상대가 보인 반응이 한 영상에 섞인다. 서로를 바라보는 카메라가 배우의 손에 있을 때에는, 연기하는 사람과 촬영되는 사람 사이의 장난도 영화의 재료가 된다.

웰스가 모든 반응을 우연에 맡긴 것은 아니다. 소피가 생일을 맞은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향하는 장면에서는, 메스칼에게 카메라를 피하도록 지시했다. 캘럼이 좌우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에는 이 선택이 들어 있다. 찍고 싶은 딸과 계속 화면에 머무르지 않는 아버지를 함께 보게 된다.

같은 캠코더가 두 사람에게 같은 도구는 아닌 셈이다. 아버지는 딸을 담고, 딸은 아버지를 담으려 한다. 장난처럼 지나가는 촬영에서도 어느 얼굴은 잘 보이고 어느 얼굴은 오래 붙잡히지 않는다. 훗날 영상을 다시 볼 때는 당시의 대화만큼, 카메라에 남은 모습의 차이도 중요해진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남성과 소녀가 나란히 누워 위를 바라본다

꺼진 텔레비전에 남은 두 사람

웰스는 각본 단계부터 영상과 소리의 관계를 세밀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 장소가 준비한 구상을 바꾸기도 했다. 캠코더의 실시간 영상을 텔레비전으로 보다가 연결이 끊기는 긴 장면이 그렇다. 원래는 텔레비전 옆으로 조금 보이는 몸이나 손을 남길 생각이었다. 실제 방의 구조에서는 그 구상이 잘 맞지 않았다.

촬영감독 그레고리 오크가 대신 찾아낸 것은 화면에 비친 반사였다. 텔레비전이 더 이상 영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 표면에 부녀의 모습이 남는다. 웰스는 이 발견이 장면의 마지막을 살렸다고 회고했다. 화면을 끄는 행동이 인물을 화면에서 없애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장면에서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관객도 조금씩 알아차려야 한다. 영상 속 모습이 사라진 뒤에도 같은 사각형을 보고 있지만, 이제 거기에는 방 안의 사람이 희미하게 비친다. 조금 전까지 캠코더가 전송한 모습을 보여주던 화면에 이제 방 안의 모습이 직접 비친다. 웰스와 오크의 협업은 한 장면 안에서 보는 방법을 바꾼다.

웰스 자신에게도 오래된 가족 영상을 들여다본 경험이 있었다. 얼굴이 나오지 않은 테이프를 보며 화면 밖 공간을 기억하고 상상했다고 한다. 이 경험을 영화 속 사건과 똑같은 일로 옮기지는 않았다. 대신 영상이 보여주는 범위와 그것을 보는 사람이 찾아내려는 것 사이의 거리에 관심을 두었다. 소피와 캘럼의 캠코더 화면을 볼 때, 잘 보이는 얼굴뿐 아니라 카메라를 든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떠올려볼 만하다.

감상 포인트

◆ 수영장과 휴가지에서 주고받는 장난 보기. 소피가 먼저 움직일 때 캘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자. 대사를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둘 사이의 친밀함이 이어지는지 볼 수 있다.

◆ 생일 장면의 캠코더 화면 살피기. 아버지를 찍으려는 소피와 좌우로 비켜서는 캘럼의 움직임을 함께 보자. 가까이 있어도 원하는 모습을 그대로 기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 텔레비전 연결이 끊긴 뒤에도 화면 보기. 영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반사된 인물이 어떻게 보이는지 찾아보자. 한 물건이 실시간 캠코더 영상을 보여주는 화면에서 방 안을 비추는 표면으로 달라진다.

◆ 아버지와 딸이 번갈아 찍은 영상 비교하기. 누가 카메라를 들었는지에 따라 무엇이 화면에 남는지 살피자. 두 사람이 같은 여행을 해도 각자가 간직한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관련 작품

◆ 〈와일드라이프〉(2018, 폴 다노) — 소년이 부모 사이의 변화를 지켜본다. 아이의 눈에 보이는 어른의 행동과 그가 아직 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정의 거리를 비교할 수 있다.

◆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 케네스 로너건) — 과거의 일이 현재의 일상에 거듭 들어오는 영화다. 함께 생활하고 농담을 나누는 시간에 슬픔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살필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편집 검수를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