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를 만든 감독은 액션이 서툴다고 했다 | MovieLAB LAB

〈그날은 오리라〉에는 항일 저항 조직과 총을 든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허안화는 자신을 뛰어난 액션 감독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움직임에 둔하고 균형 감…

전쟁 영화를 만든 감독은 액션이 서툴다고 했다 | MovieLAB LAB

〈그날은 오리라〉에는 항일 저항 조직과 총을 든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허안화는 자신을 뛰어난 액션 감독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움직임에 둔하고 균형 감각도 좋지 않다며, 액션만 기대한다면 자기 영화를 찾지 말라는 농담까지 했다. 전쟁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말치고는 뜻밖에 솔직하다.

그 말을 듣고 영화를 떠올리면, 총을 잘 다루는 인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학교가 문을 닫은 교사, 딸의 안전을 걱정하는 어머니, 누군가를 숨겨주고 소식을 전하는 이웃들. 허안화는 이들이 이미 잘하던 일과 서툰 채로 맡아야 하는 일을 같은 역사 안에 놓는다. 전쟁이 닥쳤다고 누구나 능숙한 전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위험한 일을 맡는 평범한 사람에게 마음이 쓰인다.

사람을 만나 배우던 텔레비전 시절

허안화는 텔레비전에서 일하며 익힌 습관이 이후 작업에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는 거리에 나가고 법정을 찾아가며 실제 경찰의 일을 살폈다. 학교 실습을 막 벗어난 사람에게 현장은 배움의 장소였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 책상에서만 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일하는 모습을 알아가야 했다.

그의 영화에 사회적인 문제가 등장한다는 설명만으로는 이런 관심을 충분히 말하기 어렵다. 제도가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지 보려면 그 제도 안팎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직업 이름 하나를 알게 되는 것과 그 사람이 하루 동안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는 일도 다르다. 허안화의 회고는 영화 속 생활을 얻기 위해 감독 자신이 먼저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가야 했음을 알려준다.

〈그날은 오리라〉의 팡란(주신) 역시 처음부터 저항 조직의 인물로만 소개되지 않는다. 교사였고, 어머니와 함께 살며, 집에 머무는 작가의 탈출을 돕게 된다. 위험한 임무를 맡기 전의 생활이 있다. 팡란이 조직에 참여하면 그 생활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연인, 동료에게 두어야 할 마음이 서로 부딪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생활을 배우려 했던 감독을 알고 나면 팡란의 직업과 가족도 덤으로 붙인 설정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라는 큰 상황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상황 속에서 무엇을 포기하기 어려운 사람인지 알아가게 된다. 임무의 결과만 궁금했던 관객에게 걱정할 사람이 생긴다.

어머니를 영화 안에 남겨둔 선택

팡란의 어머니(엽덕한)는 딸이 저항 활동에 뛰어드는 것을 걱정한다. 그러던 사람이 자신도 연락 임무를 맡는다. 이 변화는 가족의 반대를 이겨내는 영웅담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딸의 편이 되고 싶으면서도 위험에서 지키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반대한 사람이 나중에는 직접 움직인다는 흐름 안에,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어머니가 남는다.

허안화는 팡란이 하는 일과 어머니의 걱정을 따로 떨어뜨리지 않는다. 딸이 집을 떠나 저항의 역사를 만들고 가족은 그저 기다리는 배경으로 남는 식이 아니다. 어머니도 그 일에 참여하면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과 조직을 돕는 일의 경계가 흔들린다. 누군가의 용기를 칭찬하는 마음과 그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생긴다.

이 어머니를 맡은 엽덕한은 허안화의 〈심플 라이프〉에서도 함께했던 배우다. 같은 배우에게 다시 중요한 자리를 내준 선택은 〈그날은 오리라〉를 주신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읽지 않게 한다. 주인공의 결심을 보면서 그 결심을 받아들여야 하는 다른 얼굴도 보게 된다. 어머니의 걱정에 시간을 쓰는 만큼 팡란이 감수하는 일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전쟁 영화의 긴장은 공격과 탈출의 성공 여부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평소에는 딸을 말리던 사람이 위험한 심부름을 나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불안해질 수 있다. 허안화의 액션에 관한 농담을 영화의 한계를 인정한 말로만 기억하기 아까운 이유다. 영화가 누구에게 관객의 걱정을 맡기는지 보면, 이 감독이 잘하는 일을 다른 쪽에서도 찾을 수 있다.

꾸러미가 놓인 자리에서 두 여성이 마주 앉아 이야기한다

동료에게 자기 실수를 말할 수 있는 감독

〈그날은 오리라〉를 편집한 메리 스티븐은 허안화가 자신의 부족함과 잘못된 선택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썼다. 이는 곁에서 일한 편집자의 평가다. 경력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 태도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허안화의 자기평가가 인터뷰에서 잠깐 던진 농담만은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편집자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촬영장에서 애쓴 장면도 완성본에서는 다른 자리에 놓이거나 빠질 수 있다. 잘됐다고 믿었던 선택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감독의 솔직함을 장점으로 꼽았다는 사실은, 실패한 선택도 이야기하며 함께 영화를 다듬을 수 있는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허안화는 배우가 현장에서 영화에 어울리는 행동을 보여주면 받아들이는 편이라고도 말했다. 젊었을 때는 그 방식이 통제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자기 방식으로 인정하고 더 다듬고 싶어졌다고 한다. 미리 정한 모습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의 행동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아는 태도가 다른 사람이 가져오는 것을 볼 여유와 만난다.

〈그날은 오리라〉를 보면서도 모든 얼굴이 하나의 결의로 정리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참여하는 방식이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도 다르다. 어머니가 걱정하는 일과 팡란이 결심한 일이 어긋날 때, 어느 한쪽을 이야기의 방해물로 밀어내지 않는 데 영화의 관심이 있다. 배우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사정을 받아들이는 감독의 태도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총을 멘 남성이 서 있고 뒤편에는 여성이 보인다

쉬운 뜻을 재미있는 영화로 만드는 어려움

허안화는 〈그날은 오리라〉에 애정을 표하면서도, 단순한 메시지를 흥미롭게 만드는 일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항일 저항의 뜻을 설명하는 것과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다른 과제다. 이미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두 시간 동안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 영화가 팡란과 어머니를 함께 보여주는 방식도 그 어려움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저항은 필요하지만 가족이 위험해지는 것은 두렵다. 둘 다 이해되는 마음이 한 집 안에 있으니, 관객은 대의를 안다고 해서 인물의 갈등을 끝낼 수 없다. 허안화가 화면에 남겨둔 일상은 역사에 쉽게 동의한 뒤 지나가려던 마음을 붙들어둔다.

감독 자신을 찍은 다큐멘터리 〈킵 롤링〉의 문염중 감독은 〈그날은 오리라〉의 미술에도 참여한 동료다. 그는 허안화가 현장에서 직접 일을 챙기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액션을 잘 찍지 못한다고 웃던 말과는 다른 종류의 부지런함이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안다고 해서 영화에 쏟는 힘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허안화를 알아가는 데 거장의 업적을 차례로 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날은 오리라〉에서 어머니가 딸을 말리는 이야기를 얼마나 듣게 되는지부터 살펴보면 된다. 앞으로 벌어질 큰 사건을 기다리던 마음에 그 집의 걱정이 들어온다. 역사의 방향을 아는 것과 그곳에 있었던 사람을 염려하는 것 사이의 거리를, 허안화는 사람들의 생활로 좁혀간다.

감상 포인트

◆ 교사였던 팡란 — 저항 활동에 참여하기 전 팡란에게 어떤 관계와 생활이 있었는지 기억해두자. 조직에 들어간 뒤에도 가족과 동료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과 그 결정을 감당하는 마음을 함께 볼 수 있다.

◆ 반대하던 어머니의 참여 — 어머니가 처음부터 딸과 같은 생각이었다고 단순하게 정리하지 말고, 걱정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따라가보자. 가족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위험한 일을 맡을 때 생기는 긴장이 있다. 큰 전투와 다른 방식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 대목이다.

◆ 평범한 움직임에 걸린 위험 — 누군가를 만나거나 소식을 전하는 행동이 어떤 임무와 연결되는지 살펴보자. 겉으로 요란하지 않은 행동에도 다른 사람의 안전이 걸려 있다. 감독이 여러 사람의 작은 역할로 저항을 구성하는 방식을 볼 수 있다.

◆ 서로 다른 걱정을 가진 얼굴 — 팡란의 결심을 볼 때 어머니의 반응도 함께 보자. 같은 편이어도 바라는 것이 언제나 같지는 않다. 주인공에게 동의하지 않는 인물을 얼마큼 이해하게 되는지 살피면 허안화가 만든 관계의 밀도가 드러난다.

관련 작품

◆ 〈그날은 오리라〉 (2017, 허안화) — 일본 점령기 홍콩에서 저항 활동에 참여한 교사와 주변 사람들을 다룬다. 교사와 어머니라는 생활 속 자리가 위험한 임무와 만날 때, 허안화가 인물에게 남겨둔 망설임과 책임을 살필 수 있다.

◆ 〈공동경비구역 JSA〉 (2000, 박찬욱) — 군사적 대립 속에서 병사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역사와 제도의 이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친밀함에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이어볼 만하다. 두 감독이 사람을 걱정하게 만드는 서로 다른 일상의 순간을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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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