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말 안 들어도 된다고 허락한 감독 | MovieLAB LAB

〈바바둑〉의 사무엘(노아 와이즈먼)은 어머니를 지치게 할 만큼 소란스럽다. 그런데 그를 연기할 노아에게 제니퍼 켄트가 먼저 해준 일은 어른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하는 것…

아이에게 말 안 들어도 된다고 허락한 감독 | MovieLAB LAB

〈바바둑〉의 사무엘(노아 와이즈먼)은 어머니를 지치게 할 만큼 소란스럽다. 그런데 그를 연기할 노아에게 제니퍼 켄트가 먼저 해준 일은 어른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어른을 기쁘게 해주려 한다. 감독은 그 마음을 풀어주어야, 배우가 반항하는 역할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보았다.

공포영화 속 아이가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동안 촬영장의 아이에게는 신뢰가 필요했다. 켄트는 무서운 상황에 배우를 던져놓고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사무엘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낯선 어른 앞에서 엉뚱하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쌓았다. 화면에서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믿음이 흔들리지만, 그 장면을 만드는 사람들은 먼저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했다.

동물원에서 들려준 덜 무서운 이야기

켄트는 노아가 동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가 도착했을 때 어머니와 함께 동물원에 가서 영화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서운 부분은 덜어냈지만 사무엘이 어떤 인물이며 이야기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이해하게 했다. 아이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아들을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준비 과정에 에시 데이비스가 합류한 뒤에도 곧바로 장면을 반복 연습하지는 않았다. 놀이 속에서 에시가 엄마 역할을 맡으며 관계를 만들었다. 아멜리아(에시 데이비스)와 사무엘이 엄마와 아들로 보이려면 대사의 정확함 외에도 서로에게 익숙한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에게 그 시간은 연기가 무엇인지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켄트는 자신도 아역으로 연기했던 경험이 있어 노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시와는 연기 학교에서부터 알던 사이였다. 오래된 친구에게 연출을 한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함께 일하자 배우가 제안을 잘 받아들였다. 익숙한 성인 배우와 처음 연기하는 아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은 것이다.

이 준비는 화면에서 관계가 무너질 때 더욱 중요해진다. 사무엘은 괴물을 무서워하면서 엄마를 지키려 하지만, 엄마에게는 아이의 말과 행동 자체가 버거워진다. 노아는 그 관계에서 자기가 하는 일을 이해한 채 연기했다. 관객에게 성가시게 들리는 행동 안에도 누군가에게 믿어달라고 애쓰는 아이가 남아 있어야 했다.

소파에서 여성이 붉은 책을 펼치고 곁의 소년이 책을 바라본다

두려운 엄마를 연기할 수 있게

아멜리아의 거친 감정이 쏟아지는 장면에서는 성인 대역이 노아의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에시가 강하게 연기해야 할 때 실제 아이를 그 앞에 두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관객은 엄마와 아이의 충돌을 보지만, 그 충돌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두 배우가 모두 같은 자극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켄트가 에시에게 요구한 연기도 영화의 앞과 뒤에서 달랐다. 초반에는 아멜리아의 감정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붙잡았다. 후반에는 오히려 배우가 해낼 수 있도록 물러나는 쪽이었다고 한다. 내내 지친 사람으로만 보이거나 처음부터 위협적으로만 보인다면 얻기 어려운 변화다. 버티고 있는 얼굴을 오래 보았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낯설어지는 순간이 두렵다.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아멜리아에게는 괜찮은 사람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켄트는 이 인물이 누르고 있는 감정에 관심을 가졌고, 에시는 온순하고 위축된 상태에서 위협적인 모습까지 움직여야 했다. 그 변화가 클수록 처음의 피로와 외로움을 기억하는 관객의 마음도 복잡해진다. 지쳐 보이던 사람을 걱정하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아이에게 무엇을 할지 걱정하게 된다.

침대 아래쪽 낮은 시선으로 여성과 소년, 흰 개가 바닥을 살피는 모습이 보인다

괴물이 나올 집의 색을 고르다

켄트는 처음에 흑백 촬영을 생각했다. 제작자가 걱정을 보이자 다른 방법을 찾았다. 색을 없애는 대신 실제 미술에서 색의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미술감독 알렉스 홈스와 함께 차가운 파랑, 버건디, 검정과 흰색을 중심으로 세계를 만들었다. 촬영한 뒤 화면에 효과를 입히는 일보다 카메라 앞에 놓일 물건부터 골랐다.

그 선택은 집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 밖의 자동차들은 검고 아멜리아의 차는 아주 옅은 파랑이다. 일상적인 장소인데 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딘가 조율된 세계로 보인다. 사람과 사물의 색이 제각각 튀어나와 관심을 나누기보다, 인물이 느끼는 차가움이 주변으로 이어진다. 켄트와 동료들은 괴물이 나타나기 전부터 그 존재가 들어올 만한 환경을 준비했다.

그림책 역시 손으로 만든 실제 물건이었다. 켄트는 카메라 앞에서 펼치고 촬영할 수 있는 책을 원했다. 검은 형체가 그려져 있고 종이를 펼치면 입체가 생긴다. 괴물이 영화 안으로 들어오는 첫 통로가 아이의 상상인 만큼, 배우가 만지고 관객이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는 물체가 필요했다.

종이는 책을 덮으면 납작해지지만, 읽은 내용까지 함께 사라지지는 않는다. 익숙한 취침 전 독서가 다음 장을 넘기기 망설여지는 시간이 된다. 켄트는 괴물의 모습을 책 안에서 가장 많이 보여주어, 그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하나의 실체로 고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손으로 펼칠 수 있는 확실한 물건이, 손에 잡히지 않는 두려움을 집 안에 들여놓는다.

감상 포인트

◆ 성가신 행동 속의 부탁 — 사무엘의 말과 행동을 엄마의 반응과 함께 보자. 소란을 멈추길 바라다가도 아이가 무엇을 믿어달라는지 알게 되면, 같은 목소리가 도움을 청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

◆ 익숙한 얼굴이 무서워질 때 — 아멜리아가 감정을 참는 초반과 겉으로 쏟아내는 뒤쪽을 비교해보자. 다른 인물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걱정하던 사람이 위협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데서 불안이 생긴다.

◆ 학교 밖 자동차의 색 — 검은 차들 사이 옅은 파랑의 차를 눈여겨보자. 제한된 색은 집 밖까지 이어진다. 일상적인 풍경을 보면서도 아멜리아가 사는 세계의 차가운 기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 책장이 만드는 입체 — 그림만 보지 말고 종이를 펼칠 때 형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자. 읽는 사람의 손이 움직여야 무서운 이미지도 나타난다. 평범한 독서 동작이 불안을 불러오는 과정이다.

관련 작품

◆ 〈바바둑〉 (2014, 제니퍼 켄트) — 두 배우의 관계와 실제 미술이 함께 공포를 만든다. 아이와 엄마 사이의 감정 변화가 집의 제한된 색, 손으로 펼치는 책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볼 작품이다.

◆ 〈비바리움〉 (2019, 로칸 피네건) — 집과 가족이라는 익숙한 조건을 인공적인 주거 공간에 놓는다. 현실과 닮았지만 어딘가 어긋난 환경이 인물의 생활을 압박하는 방식을 비교할 수 있다.

──────────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