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치킨집에서 모금산(기주봉)과 자영(전여빈)이 다육식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한 번에 길게 찍을 예정이었다. 촬영은 스물여섯 번째 테이크까지 이어…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치킨집에서 모금산(기주봉)과 자영(전여빈)이 다육식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한 번에 길게 찍을 예정이었다. 촬영은 스물여섯 번째 테이크까지 이어졌고 시각은 새벽 세 시를 넘겼다. 배우들이 지쳐 실수가 계속되자 임대형 감독은 더 찍는 것이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 치킨집 주인 만제(유재명)의 반응을 넣어 장면을 둘로 나누기로 했다.
이 결정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영화의 다른 부분들이 무척 세밀하게 준비됐기 때문이다. 모금산이 술잔에 검지를 올리는 작은 행동도 배우와 미리 정해둔 것이었다. 임대형은 손가락의 위치까지 약속하면서도, 준비한 롱테이크를 지키기 위해 촬영을 끝없이 반복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 정해두고 어느 순간 바꿀 것인지가 그의 첫 장편 현장에 함께 있었다.
모금산은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자기 생활의 순서가 분명한 이발사다. 임대형은 그런 사람을 찍는 영화라면 화면도 엄격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감독과 함께 장면을 그림으로 세밀하게 정리했고, 촬영과 미술을 인물의 성격에 맞췄다. 배우가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얼굴과 작은 몸짓으로 무언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움직임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화면 안에 있으면 그가 놓인 자리도 보게 된다. 주변 물건이 어디에 있고 손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몸을 돌리는 데 얼마만큼의 여유가 있는지에 눈이 간다. 모금산의 말을 듣는 것과 그가 익숙한 공간에 머무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함께 인물을 소개한다. 생활이 정돈된 사람에게서는 그 질서를 벗어나는 작은 행동도 두드러질 수 있다.
배우의 동작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마련한 것은 아니었다. 만제가 영화 상영회 초대장을 떨어뜨렸다가 받아내는 행동은 유재명이 제안했다. 술잔 위의 손가락은 사전에 약속했고, 초대장을 다루는 손에는 배우의 아이디어가 들어왔다. 둘 다 무심코 나온 듯 보일 수 있는 짧은 행동이지만, 만들어진 과정은 다르다.
치킨집 대화를 둘로 나눈 결정도 이런 세밀함을 다른 방법으로 이어간 경우다. 주인공과 자영의 대화 사이에 만제의 반응이 들어오면, 대화하는 두 사람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도 보게 된다. 감독은 긴 호흡을 한 번에 담으려던 계획을 바꿔 그 반응을 활용했다. 현장에서 지켜야 할 것이 처음의 촬영 방법인지, 장면에 필요한 관계인지 판단한 순간이다.
임대형은 처음 구상할 때부터 이 영화를 흑백으로 떠올렸다고 말했다. 촬영지인 고향 금산을 다시 보니 기억보다 원색이 많았고, 빨강과 초록의 간판이 원하는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익숙한 장소를 그대로 찍는 대신 그 안에서 어떤 색을 덜어낼지 골랐다.
현장에서는 컬러와 흑백을 비교하며 배우들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했다. 기주봉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모습이 흑백과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색을 빼는 선택은 배경과 배우를 함께 다룬다. 눈길을 끄는 간판의 색이 사라진 자리에 얼굴의 밝기와 그늘, 표정의 변화가 들어올 수 있다. 오래된 사진 같은 분위기에 앞서 누구에게 시선을 머물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선택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만드는 짧은 영화에는 또 다른 질감이 필요했다. 너무 매끈해도 인물들이 만든 영상처럼 보이기 어렵고, 너무 거칠어도 보는 흐름이 끊길 수 있었다. 임대형은 8mm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스크린에 영사한 뒤 다시 촬영하는 방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화면 안에 또 하나의 화면을 만들기 위해, 이미 찍힌 영상을 다시 카메라 앞에 놓았다.
이 제작 방식을 알고 보면 본편과 인물들이 만든 영상의 차이를 더 유심히 보게 된다. 같은 사람의 얼굴이어도 평소의 생활 속에 있을 때와 누군가 찍어준 영화에 등장할 때는 다르게 다가온다.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던 모금산이 자기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데에는 분장과 연기뿐 아니라 그 얼굴을 담는 화면의 변화도 참여한다.
임대형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각본에서 처음보다 대사를 계속 줄였다고 밝혔다. 무성영화에서 출발한 만큼 장황한 설명보다 말이 나오는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남겨둔 문장은 배우들과 세세하게 의논했다. 기주봉도 대사의 어미까지 감독과 상의하며 연기했다.
말이 적으면 한마디가 놓이는 자리가 더 잘 들린다. 상대가 말을 마치자마자 답하는지, 가만히 있다가 말을 꺼내는지에 따라 같은 대사도 다른 반응이 된다. 임대형이 줄인 것은 인물을 이해할 기회 전체가 아니라 그 인물이 입으로 설명하는 양이다. 관객은 말을 기다리는 동안 이미 배우의 얼굴과 몸을 보고 있다.
후속 장편 〈윤희에게〉에서는 일본 배우와 대본의 말투를 다시 다듬는 협업이 있었다. 고모 마사코를 연기한 키노 하나는 번역을 거친 일본어 대사 중 어색한 어미를 더 자연스럽게 바꾸겠다고 제안했고, 감독은 이를 받아들였다. 각본에 담긴 뜻을 지키는 데에도 실제로 그 언어를 말하는 배우의 판단이 필요했다.
사전에 정한 대사와 자연스러운 말이 꼭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 제안이 보여준다. 문장으로는 뜻이 통해도 사람이 상대에게 건네는 말로는 어색할 수 있다. 배우가 바꾼 말끝에는 자신이 맡은 인물이 어떤 사람이며 상대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대한 감각도 들어갈 수 있다. 감독이 정한 장면을 다른 사람이 자기 언어로 다시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임대형은 윤희 역의 김희애에게 평범한 사람의 모습과 관객의 관심을 붙드는 힘을 함께 기대했다고 말했다. 큰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 표정에도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모금산의 손가락을 보던 영화에서 윤희의 얼굴을 보는 영화로 옮겨갈 때도, 말이 적은 인물에게 시선을 오래 두고 싶게 하는 사람이 카메라 앞에 있다.
◆ 치킨집 대화 사이의 반응 보기. 모금산과 자영이 이야기하는 동안 만제의 반응이 들어오는 자리에 주목하자.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만 볼 때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을 볼 때 장면의 호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껴볼 수 있다.
◆ 손이 다루는 물건 살펴보기. 모금산의 술잔과 만제의 초대장에 각각 손이 어떻게 닿는지 보자. 작은 동작을 미리 약속하거나 배우가 제안했다는 제작 과정을 떠올리면 인물마다 다른 행동의 성격이 눈에 들어온다.
◆ 두 종류의 흑백 화면 비교하기. 본편의 모금산과 극중 영화에 등장한 모금산의 얼굴을 비교해보자. 화면의 질감이 바뀌면 익숙한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도 달라질 수 있다.
◆ 대답이 시작되는 순간 듣기. 대사 내용과 함께 상대의 말이 끝난 뒤 언제 답하는지 살피자. 짧은 말 앞뒤에 남은 시간이 배우의 몸짓이나 표정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볼 만하다.
◆ 〈윤희에게〉(2019, 임대형) — 오래 묻어둔 관계를 다시 마주하는 여성을 따라간다. 말로 전부 밝히지 않는 인물의 마음을 배우의 얼굴과 행동에서 찾아가는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
◆ 〈모던 타임즈〉(1936, 찰리 채플린) — 몸의 움직임으로 웃음과 곤경을 함께 전하는 영화. 임대형이 좋아했다고 밝힌 낙관의 정서를 떠올리며, 힘든 처지에 놓인 인물이 웃음을 만드는 순간을 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편집 검수를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