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영(이설)에게 처음 준비된 옷은 소박했다. 그런데 이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또래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한영을 떠올렸다. 배우는 자신의 옷을 가져왔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영(이설)에게 처음 준비된 옷은 소박했다. 그런데 이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또래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한영을 떠올렸다. 배우는 자신의 옷을 가져왔고, 곽은미 감독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영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일은 그가 거쳐온 곳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서 어떤 옷을 입고 싶어 하는지까지 생각해야 했다.
곽은미가 이 영화를 구상할 때 마음에 남았던 것도 두 여성의 옷과 행동이었다. 지하철에서 낯선 말투로 대화하던 여성들이 계절과 다른 원피스를 입고 즐겁게 셀카를 찍고 있었다. 감독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 모습을 보고, 준비하던 여행 가이드 이야기에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후 젊은 탈북 여성들을 만나면서 탈북민 가이드 한영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갔다.
지하철에서 본 것은 짧은 순간이었다. 곽은미는 그 인상을 장편영화의 인물로 옮기기 위해 실제 사람들과 만났다. 한영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이다. 처음의 관찰에는 두 사람이 자신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있었고, 이후의 만남에는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표정 하나로 시작된 궁금증이 다른 사람의 생활을 듣는 일로 이어졌다.
감독은 한영 주변의 인물들도 뚜렷한 선악으로 나누지 않으려 했다. 따뜻한 면이 있지만 온전하지는 않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는 일과 그 사람의 사정을 끝까지 헤아리는 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곽은미는 그 사이의 미지근한 태도를 한영이 살아가는 일상의 일부로 두었다. 갈등의 상대가 명백한 악인일 때와 달리, 한영은 상대의 호의를 어느 정도까지 믿어도 되는지 계속 가늠해야 한다.
이 방향은 한영 자신의 모습을 정하는 데도 이어진다. 탈북했다는 사실이 그가 오늘 고르는 옷과 화장까지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배우가 옷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은 인물의 과거에 현재의 욕구를 더하는 일이었다. 감독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한영은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고 나름대로 꾸미는 사람이 된다. 낯선 곳에서 자리를 찾는 문제와 또래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같은 인물 안에 놓인다.
곽은미는 춤도 배우가 구상해보도록 했다. 이설은 한영이 클럽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익숙할 법한 움직임을 찾았다. 그렇게 준비한 춤은 클럽과 친구 정미(오경화)와 함께하는 남산 장면에 나타난다. 같은 몸짓이라도 주위의 사람과 장소가 달라지면 눈에 들어오는 방식이 달라진다. 클럽에서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이 친구 곁에서는 함께 즐기는 동작이 될 수 있다.
이 선택에는 인물의 경험을 몸으로 남기려는 생각이 있다. 춤을 잘 추는지 못 추는지보다, 이 사람이 어디서 어떤 움직임을 익혔을지 상상한 것이다. 배우가 구상한 것은 한영이 들려줄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추는 춤이었다. 보는 사람은 그 동작을 통해 한영에게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한자리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감독이 세세하게 방향을 요청한 부분은 말투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영의 말이 서울 말투에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이설은 이를 신경 쓰며 연기했지만, 편집에서 장면의 순서가 달라져 준비한 변화가 많이 드러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촬영할 때 정해둔 인물의 시간이 완성본에서도 똑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연기한 장면들을 다시 배열하면서 관객이 한영을 만나는 순서도 조절하게 된다.
한영이 말을 하는 상황에도 주목할 만하다. 한영은 관광객에게 필요한 말을 해야 하고, 일상에서는 상대와 거리를 좁히려 한다. 같은 사람이 말을 하더라도 그 순간 해내야 하는 일이 다르다. 언어를 바꿀 때 발음뿐 아니라 말이 시작되는 속도와 몸의 긴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듣고 보면, 배우가 준비한 인물의 여러 상황을 살필 수 있다.
곽은미가 현장에서 특히 마음에 들어 한 연기는 경찰서 장면의 작은 반응이었다. 이설은 한영이 억울함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대신 입술을 가만히 깨물었다. 감독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 반응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배우가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가져온 행동이, 감독에게도 한영을 새롭게 보게 한 순간이다.
이 동작은 억울하다는 감정을 알아보기 쉽게 내보이는 동시에 그것을 붙잡는 행동이기도 하다. 한영이 무슨 말을 하느냐를 기다리던 관객은 입술에 머문 힘을 보게 된다.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과 감정을 밖으로 꺼내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다르다. 곽은미는 배우가 만든 짧은 반응 안에서 후자의 한영을 발견했다.
마지막 얼굴을 고를 때에는 한 가지 표정에 바로 만족하지 않았다. 이설은 웃거나 눈물이 고이거나 무표정한 모습 등 여러 방식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감독이 고른 것은 그중 가장 알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어느 감정을 크게 표시하느냐에 따라 인물의 앞날까지 쉽게 짐작하게 되는 자리에서, 곽은미는 얼굴을 보는 시간을 남겼다. 한영의 행선지를 아는 일과 그의 마음을 다 아는 일은 끝까지 같아지지 않는다.
◆ 한영의 옷과 꾸밈 살펴보기.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어떤 옷을 입는지 보자. 그의 형편에 관한 정보와 함께 지금 어떻게 보이고 싶어 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 클럽과 남산의 춤 비교하기. 두 장소에서 되풀이되는 동작을 찾아보자. 같은 움직임이 주변 사람과 공간에 따라 얼마나 낯설거나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비교할 만하다.
◆ 관광객 앞에서 말을 시작하는 순간 듣기. 한영이 안내를 위해 말을 꺼낼 때의 속도와 호흡을 친구와 대화할 때와 비교해보자. 능숙하게 해야 하는 일과 편하게 나누는 말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필 수 있다.
◆ 경찰서에서 입술 보기. 한영이 입술을 깨무는 순간에 주목하자. 울음이나 긴 설명 없이도 작은 동작 하나가 그가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을 얼마나 전하는지 느껴볼 수 있다.
◆ 〈마담 B〉(2016, 윤재호) — 여러 나라를 거치며 가족과 생계를 꾸리는 탈북 여성의 다큐멘터리. 한 사람의 이동을 따라가며 그때마다 달라지는 관계와 선택을 함께 볼 수 있다.
◆ 〈한국이 싫어서〉(2023, 장건재) — 다른 나라에서 삶을 시작하려는 청년을 따라간다. 낯선 곳의 일과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생활을 찾아가는 과정을 비교해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편집 검수를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