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의 드레스에도 생활비가 들어 있다 | MovieLAB LAB

시대극에 멋진 옷이 나오면 옷값부터 궁금해하는 감독이 있다. 〈콜 제인〉을 연출한 필리스 나지는 평범한 중산층 인물이 너무 근사한 차림으로 등장할 때면, 저 옷을 어떻게 장만했을…

시대극의 드레스에도 생활비가 들어 있다 | MovieLAB LAB

시대극에 멋진 옷이 나오면 옷값부터 궁금해하는 감독이 있다. 〈콜 제인〉을 연출한 필리스 나지는 평범한 중산층 인물이 너무 근사한 차림으로 등장할 때면, 저 옷을 어떻게 장만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1960년대를 예쁘게 꾸미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어느 집에서 어떤 형편으로 사는지도 화면에 어울려야 했다.

〈콜 제인〉의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는 교외에서 가족과 사는 여성이다. 임신 중 건강이 나빠져 임신중지가 필요하지만 병원은 거절한다. 그가 찾은 다음 문은 여성들이 비밀리에 서로를 돕는 모임으로 이어진다. 익숙한 생활을 지키려던 사람이 전혀 다른 일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다. 나지가 밝힌 미술과 연기의 선택을 따라가면, 역사 속 운동에 참여한 여성을 생활하는 사람으로 보여주려는 관심이 드러난다.

그 집에 살 만한 사람인가

나지는 조이의 집과 모임을 이끄는 버지니아(시고니 위버)의 집을 같은 규모로 고르지 않았다. 버지니아는 다른 사람들보다 형편이 나은 인물이다. 좀 더 여유 있는 집이 어울린다. 조이가 남편과 사는 집은 그와 다르다. 시대에 맞는 물건을 채워넣는 데 앞서, 인물의 생활 수준에 맞는 공간을 찾았다.

이 차이는 영화 속 여성들을 볼 때도 도움이 된다. 같은 일을 한다고 같은 생활을 해온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사람을 맞을 집이 있고, 누군가에게는 시술 비용을 마련하는 것부터 어렵다. 영화가 서로를 돕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가진 조건까지 같아질 수는 없다. 옷과 집이 그 차이를 조용히 남겨둔다.

화면의 질감을 위해 선택한 것은 슈퍼 16mm 필름이었다. 나지는 과거를 그리워하게 하는 전시물을 만들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원했다. 필름이 의상과 공간을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묶어줄 수 있다고 보았다. 어떤 촬영 방식이 언제나 더 진실하다는 법칙이 아니라 이 영화의 예산과 미술, 인물에 맞춘 판단이다.

그 덕분에 시대극을 감상하는 질문도 조금 달라진다. 저 시절 옷이 참 예쁘다는 감상 다음에, 저 사람이 이 옷을 입고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진다. 조이에게는 평소 만나던 사람들 앞에 서는 차림과 낯선 방문을 해야 하는 날의 몸가짐이 있다. 불법적인 도움을 찾아야 한다는 사정은 그의 일상 전체에 들어온다.

자신이 쓰지 않은 각본을 고른 작가

나지는 〈캐롤〉의 각본을 쓴 사람이다. 오랫동안 인물의 말과 행동을 글로 만들어왔지만, 〈콜 제인〉을 고를 때는 자신이 쓰지 않은 작품을 연출하고 싶어 했다. 직접 개발하던 프로젝트들이 차질을 겪은 뒤 다른 각본을 찾던 중 이 이야기를 만났다. 여성이 처한 절박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함과 웃음이 들어갈 자리를 보았다고 한다.

감독이 합류하기 전에 이미 출연하기로 한 뱅크스와는 이 방향을 오래 이야기했다. 무거운 소재를 골랐다는 이유로 모든 장면을 같은 무게로 누를 필요는 없었다. 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이에게도 가족과 주고받는 말이 있고, 새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있다. 급한 일이 생겼다고 그 사람의 다른 표정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모임에도 그런 활기가 있다. 버지니아를 비롯한 여성들은 일을 하면서 이야기하고 농담한다. 관객은 그 활동의 의미에 동의하기에 앞서 이 사람들과 같은 방에 있으면 어떨지 느끼게 된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 참여하도록 붙잡는 힘 가운데에는 그곳의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는 마음도 있다.

나지는 배우가 인물보다 더 많이 안다는 듯 위에서 바라보는 태도를 경계했다. 지금의 관객이 알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인물이 처음부터 다 알고 행동할 수는 없다. 조이는 자기 목숨과 생활 때문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중에 남을 돕게 될 여성도 처음에는 어디에 전화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 거리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감독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밝은 실내에서 두 여성이 서로의 팔을 잡고 마주 본다

하루를 들여 찍은 낯선 방

조이가 처음 시술을 받는 장면은 짧게 지나가지 않는다. 나지는 이후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이 경험을 충분히 함께해야 한다고 보았다. 도착하기 전의 두려움과 낯선 방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건너뛰면, 나중에 다른 여성을 돕는 조이에게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느끼기 어렵다.

제작진은 시술실을 세트로 만들고 이 장면에 하루를 썼다. 현장은 필요한 인원만 들어오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촬영할 구도를 세심하게 준비하는 일과 배우가 노출된 상황을 보호하는 일이 함께 필요했다. 화면에서 인물에게 가까이 가려면 촬영 현장에서는 그만큼 사람의 출입과 시선을 조절해야 했다.

이 장면을 자세히 보여준다고 해서 관객에게 의료 절차를 가르치려는 것은 아니다. 조이의 자리에서 방의 분위기와 상대의 태도를 겪게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나지는 처음 시술실에서 보낸 시간이 있어야 뒤의 다른 시술 장면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가 옆에 있고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에 따라 경험은 달라진다.

이렇게 나지는 인물의 변화에 눈에 보이는 기준을 만든다. 더 용감해졌다는 말을 듣기보다, 처음에는 불안하게 기다리던 사람이 이후에는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맞는 모습을 본다. 한 번 도움을 받았다는 사건만으로 조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지를 따라갈 수 있게 된다.

붉은 자동차 안에서 선글라스를 쓴 여성이 뒤를 돌아본다

역사를 대표하느라 바쁘지 않은 여자들

나지는 모임의 여성들에게 여성운동의 역사 전체를 어깨에 얹고 연기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단을 만들고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해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먼저 살아야 한다. 중요한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관객이 그들의 일상적인 행동을 보며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모임을 완벽하게 꾸미겠다는 뜻도 아니다. 그웬(운미 모사쿠)은 시술 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 여성들의 문제를 꺼낸다.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였어도 누군가에게는 그 문이 여전히 멀다. 나지는 이 인물을 통해 모임 안의 인종과 경제적 차이를 드러내되, 그웬 한 사람에게 모든 흑인 여성의 사정을 대표할 짐을 지우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콜 제인〉의 인물들은 실제 제인스의 활동에서 출발해 구성한 허구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계를 역사 기록과 일대일로 맞출 수는 없다. 대신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가까워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이야기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것과 그들이 가진 차이를 아는 것은 함께 진행된다.

드레스와 집의 크기에서 시작한 나지의 관심은 이 방의 대화까지 이어진다. 여성들을 같은 시대의 같은 편으로 묶기 전에, 각자가 무엇을 갖고 무엇이 부족한지 보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난 뒤 기억할 만한 것은 거창한 구호만이 아니다. 낯선 여성이 들어왔을 때 누가 자리를 내주고, 일을 맡고, 말을 들어주었는가. 나지는 그런 하루를 보여주는 데 역사영화의 시간을 쓴다.

감상 포인트

◆ 집의 크기와 사람의 형편 — 조이의 집과 버지니아가 있는 공간을 비교해보자. 같은 시대의 여성들이어도 쓸 수 있는 돈과 공간은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장소를 내어줄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모임의 운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 웃으며 일하는 사람들 — 모임의 여성들이 농담하거나 일상적인 일을 하는 장면에 머물러보자. 웃음이 나오는 순간에도 활동의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인물에게도 여러 표정을 남겨둔 이유를 느낄 수 있다.

◆ 첫 시술실의 시간 — 조이가 방에 들어와 누구를 기다리고 어떤 말을 듣는지 보자. 이후 다른 여성이 도움받는 장면과 비교하면 공간과 사람의 태도가 경험을 얼마나 바꾸는지 드러난다. 처음 장면에 오래 머문 선택이 뒤에서 어떤 감정으로 돌아오는지 확인할 만하다.

◆ 그웬의 말에 대한 반응 — 모임 안에서 비용 문제가 제기될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듣는지 살펴보자. 좋은 일을 한다는 자신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인물의 말을 듣는 것과 자기 방식을 바꾸는 것 사이에 무엇이 필요한지 보인다.

관련 작품

◆ 〈콜 제인〉 (2022, 필리스 나지) — 도움받던 여성이 다른 여성을 돕는 일에 참여하는 과정을 다룬다. 인물의 집과 일상,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함께 보면 감독이 정치적인 이야기에 생활의 감각을 넣은 방식을 살필 수 있다.

◆ 〈레벤느망〉 (2021, 오드리 디완) — 임신중지를 원하는 대학생 곁에 가까이 머무는 영화다. 비슷한 시대의 절박함을 개인에게 밀착해 보여주는 방식과, 한 모임 안으로 관계를 넓혀가는 나지의 방식을 비교해볼 수 있다. 다른 형식으로 같은 문제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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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