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을 나누던 두 사람을 전쟁이 갈라놓을 때 | MovieLAB LAB

미국 병사 짐은 프랑스 여자 멜리상드에게 껌을 건넨다. 어떻게 씹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프랑스어를 모르고, 여자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말을 고르는 대신 입을 움직…

껌을 나누던 두 사람을 전쟁이 갈라놓을 때 | MovieLAB LAB

미국 병사 짐은 프랑스 여자 멜리상드에게 껌을 건넨다. 어떻게 씹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프랑스어를 모르고, 여자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말을 고르는 대신 입을 움직여 보이는 이 서툰 구애에 〈빅 퍼레이드〉는 시간을 들인다. 전쟁 영화인데 전투는 한참 뒤의 일이다. 먼저 이 청년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을 알아두게 한다.

전쟁터에 가기 전에 사귀어둔 사람들

존 길버트가 연기한 짐은 처음부터 용감한 군인이 되려던 사람이 아니다. 부유한 집에서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1917년 미국의 참전 소식에 들뜬 친구들을 따라 입대한다. 전쟁의 목적을 깊이 생각해서 내린 결심과는 거리가 있다. 군대에 와서 짐은 불과 슬림을 만난다. 술집에서 일하던 불과 고층 건물을 짓던 슬림은 짐이 집에서 어울리던 사람들과도 다르다.

프랑스 마을에 머무는 동안 세 사람은 미국에서 온 케이크를 나누고, 씻을 곳을 마련하고,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병사라는 신분이 이들의 하루를 전부 설명하지는 않는다. 배고프고 심심하며, 친구에게 놀림을 받기도 한다. 킹 비더는 전투를 기다리는 시간을 사소한 일들로 채운다. 나중에 이들이 같은 방향으로 총을 들고 갈 때, 그 대열 안에 각자 다른 버릇과 욕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게 된다.

르네 아도레가 맡은 멜리상드와 가까워지는 방식도 이 생활의 일부다. 짐은 껌을 나눈 뒤 프랑스어 사전까지 동원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서로를 완벽하게 알아보는 로맨스는 아니다. 관심을 전하려면 궁리를 해야 하고, 표현이 서툴면 그 모습까지 상대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무성영화의 두 배우가 입과 손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말이 막힌 처지가 작은 코미디가 된다.

《The Big Parade》의 한 장면

부대에 출발 명령이 떨어지면 그때까지의 속도가 바뀐다. 짐은 멜리상드를 찾지만 병사들이 떠나는 행렬은 두 사람의 사정에 맞춰 기다려주지 않는다. 멜리상드는 움직이는 트럭을 붙잡으려 한다. 가까이 가려고 애쓰던 몸이 이번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껌을 나누던 시간을 충분히 보았기에, 출발은 군대가 장소를 옮기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막 생긴 두 사람의 생활이 중단되는 일이다.

전쟁을 이야기할 보통 병사 한 명

비더는 당시 MGM의 제작 책임자 어빙 탈버그에게 오래 상영될 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잠깐 극장에 걸렸다가 잊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지쳐 있었다는 회고다. 그가 제안한 소재 가운데 하나가 전쟁이었다. 이야기를 맡은 로렌스 스탈링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전상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작가였다. 두 사람에게 전쟁은 화면을 채울 전투만을 뜻하지 않았다.

당시 영화 프로그램에 실린 문답에서 비더는 스탈링스가 자기 집에 머물며 들려준 이야기가 전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 경험을 영화로 옮길 때는 누구의 처지에서 전쟁을 보여줄 것인지 정해야 했다. 비더는 거대한 전쟁을 병사 개인의 눈으로 보려 했고, 그 안에서 희극과 비극이 함께 드러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마을에서 보내는 긴 시간과도 맞닿는다. 전쟁의 피해를 이야기하려면 사람의 삶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여줄 수 있다. 〈빅 퍼레이드〉는 거기에 앞서, 그 삶이 어떤 즐거움으로 채워질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짐에게 전우는 함께 싸울 인력이기 전에 케이크를 나누고 연애를 놀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위험해질 때 걱정하게 되는 이유가 군복 바깥의 생활에도 있다.

《The Big Parade》 스틸. 철모를 쓴 병사 세 명이 흙벽에 기대 누워 쉬고 있다.

숲에서는 걸음의 박자를 맞췄다

숲으로 들어가는 병사들은 일정한 박자에 맞춰 움직인다. 비더는 전쟁 기록영화에 나온 장례 행렬을 보고 이 움직임을 구상했다고 회고했다. 촬영에서는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잡고 큰북으로 그 소리를 전달해 병사들의 걸음을 맞췄다. 저마다 자연스럽게 걷게 둔 결과가 아니라, 죽음을 예감하게 할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앞서 마을에서는 각자가 먹고 놀고 연애하느라 몸을 썼다. 숲에서는 사람들의 발이 함께 앞으로 나간다.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대열을 보고 있으면 그 가운데 누가 먼저 위험에 처할지 구별할 수 없다. 화면의 질서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서 있게 나아가는 몸들이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불안해진다.

철모를 쓰고 두꺼운 군복 위에 배낭 멜빵과 주머니를 갖춘 병사들이 곧게 뻗은 침엽수 줄기 사이에 서 있고, 앞줄 세 명은 고개를 돌린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비더는 기록영상에서 출발해 배우들의 동작을 다시 구성했다. 그가 박자를 맞추게 했을 때 촬영에 참여한 참전 군인들이 우스꽝스럽게 여겼다는 회고도 남아 있다. 현장에서 자연스러워 보이는 행동과 화면에서 전쟁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행동이 꼭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같은 방식이 언제나 같은 뜻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비더는 훗날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에서 농민들이 수로를 파는 장면에도 박자를 사용했다. 그 영화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 목마른 밭을 살릴 힘이 된다. 여럿이 같은 박자로 움직여도,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화면의 느낌이 달라진다. 숲의 병사들은 저격수가 숨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에 안도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전 영화 앞에 애국 공연이 있었다

1925년 할리우드 이집션 극장의 상영 프로그램에는 〈빅 퍼레이드〉에 앞선 무대 공연이 실려 있다. 휴전과 연합국을 기념하고 미국의 애국심을 펼쳐 보이는 순서가 있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의 상처를 다루는 영화가, 전쟁을 국가적 행사로 기억하는 공연과 같은 극장 안에 놓였던 것이다.

전쟁의 승리와 희생을 기념하는 공연을 거쳐, 관객은 짐의 우정과 사랑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에도 큰 군대가 움직이는 장관이 있다. 비더는 당시 문답에서 이 거대한 구경거리를 병사 개인의 눈으로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규모를 살리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이 겪는 일에도 다가가는 방식이다.

영화는 뉴욕 애스터 극장에서 거의 두 해 동안 상영될 만큼 성공했다. 짐의 구애에 웃게 하고, 곧 같은 청년이 전선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게 하는 구성은 지금도 선명하다. 전쟁을 큰 사건으로 이해하는 동안 놓치기 쉬운 일이 있다. 어딘가에서 서로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두 사람이, 더 이야기할 시간을 얻지 못한다는 일이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전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기보다, 그전에 병사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보아도 좋다. 세 친구의 장난과 짐의 어설픈 구애는 전쟁이 중단시킬 생활을 만든다. 〈빅 퍼레이드〉는 멀리서 보면 군대의 이동인 사건을 가까이에서 누군가의 이별로 보게 한다. 큰 장면 안에서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경험이 이 영화의 힘이다.

감상 포인트

껌과 사전으로 이어가는 대화 — 짐과 멜리상드가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 무엇을 해보는지 보자. 서투른 표현도 호감을 전하는 행동이 된다. 두 배우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자막 밖에서도 읽을 수 있다.

쉬는 시간의 세 친구 — 불과 슬림을 전우라는 말로만 기억하기 전에, 짐과 음식을 나누고 장난치는 모습을 익혀두자. 군대에서 같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생활이 있다는 것을 전투 이전부터 알게 된다.

기다려주지 않는 행렬 — 출발하는 부대 사이에서 짐과 멜리상드가 서로를 찾는 모습을 보자. 병사 전체에게 내려진 명령과 두 사람이 헤어지는 순간이 겹친다. 같은 출발도 누구를 보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박자를 맞춘 걸음 — 숲을 통과하는 병사들의 보폭과 움직임을 살펴보자. 가지런한 대열이 든든함으로 이어지지 않는 장면이다.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하는 몸과 그 앞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처지를 함께 보게 된다.

큰 화면 속에서 아는 얼굴 찾기 — 병사들이 한꺼번에 움직일 때 마을에서 보았던 세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보면 좋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의 규모와, 그 안의 한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이 함께 생길 수 있다.

관련 작품

〈군중〉 (1928, 킹 비더) — 특별한 삶을 기대하며 뉴욕에 온 존 심스가 일하고 가족을 꾸리며 살아간다. 전쟁 대신 도시의 큰 흐름 안에 한 사람을 놓은 영화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익숙한 얼굴 하나가 생길 때, 거대한 풍경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어 볼 만하다.

〈윙스〉 (1927, 윌리엄 웰먼) — 제1차 세계대전에 나간 두 남자와 남겨진 여자의 이야기로, 공중전의 움직임을 크게 펼쳐 보인다. 1929년 첫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전쟁의 장관과 개인의 사랑을 한 영화 안에서 다루는 또 다른 방법을 비교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