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팔고 일자리를 구하자는 남자 | MovieLAB LAB

총을 훔칠 만큼 좋아하던 남자가 이제 총을 팔자고 한다. 아내와 먹고살려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총을 팔지 않고도 돈을 구할 수 있다. …

총을 팔고 일자리를 구하자는 남자 | MovieLAB LAB

총을 훔칠 만큼 좋아하던 남자가 이제 총을 팔자고 한다. 아내와 먹고살려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총을 팔지 않고도 돈을 구할 수 있다. 조셉 H. 루이스의 〈건 크레이지〉에서 두 사람이 같은 길로 가기 어려운 이유는 이 대화에 있다. 둘 다 명사수지만 그 솜씨를 어디에 쓸 것인지는 합의하지 못했다.

같은 것을 좋아해서 만난 사람들

존 달이 연기하는 바트는 어린 시절부터 총에 끌렸다. 비 오는 밤 진열창을 깨고 총을 훔쳤다가 붙잡힌다. 하지만 그의 누나와 친구들은 총을 좋아하는 마음과 생명을 해치는 행동을 구별해서 말한다. 바트가 어릴 때 새끼 닭을 쏘고 괴로워했던 일, 솜씨가 있으면서도 짐승을 죽이지 못했던 일이 거론된다. 총을 사랑하는 남자라는 한마디로는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

성인이 된 바트가 사격 쇼의 로리에게 빠져드는 것은 그래서 이해할 만하다. 페기 커민스의 로리는 바트가 좋아하는 일을 능숙하게 해낸다. 바트는 관객석에서 도전을 받아 무대에 오르고 대결에서 이긴다. 두 사람은 총을 사이에 두고 상대의 능력을 알아본다. 처음부터 서로를 속이기 위해 가까워진 관계는 아니다.

사격이 구경거리인 동안에는 과녁을 맞히는 능력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무대를 벗어나 함께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바트가 총을 팔고 일하자고 할 때 로리는 빠르게 돈을 버는 삶을 원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팔겠다는 사람과 그 물건으로 돈을 얻자는 사람이 마주 선다. 같은 취향으로 가까워졌던 둘에게 전혀 다른 선택이 생긴다.

Gun Crazy 포스터. 파란 베레모와 초록 상의를 입고 담배를 문 여성이 양손에 권총을 들고 있다. 아래에 붉은 제목이 보인다.

로리를 그저 남자를 망치는 여자로 설명하면 바트의 선택은 너무 가벼워진다. 그는 위험을 전혀 모른 채 끌려가는 인물이 아니다. 더 조용히 살 방법을 말하고도 함께 범행에 나선다. 좋아하는 사람 곁에 남는 결정이 자신이 두려워하던 일에 가까워지는 결정과 겹친다. 사랑이 깊다는 이유로 그 선택의 책임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은행 안에 들어가지 않는 카메라

은행 강도 장면에서 카메라는 차 뒷좌석에 놓인다. 로리가 운전하고 바트는 은행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두 사람과 함께 거리를 지나 주차할 곳을 찾는 동안 관객도 같은 차에 머문다. 범행 계획을 멀리서 설명받는 것과는 다르다. 약속한 행동을 지금 해내야 하는 사람들 곁에서 시간이 흐른다.

바트가 은행에 들어가도 카메라는 따라가지 않는다. 차 밖으로 나선 로리가 경찰에게 말을 걸어 주의를 돌리는 모습을 본다. 카메라도 그를 향해 방향을 바꾼다. 은행 안에서 돈을 빼앗는 사람만큼 바깥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사람이 중요해진다. 한쪽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쪽의 말과 행동이 더 절박하게 보인다.

경보가 울리고 바트가 뛰어나오며, 로리는 경찰을 총으로 내리친다. 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장면은 끊어지지 않는다. 준비와 실행과 탈출 사이를 편집으로 건너뛰지 않으니 일이 끝나기 전에 긴장을 풀 틈도 없다. 관객에게 범행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순간이 생긴다면, 카메라가 이들과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일 수 있다.

총을 잘 쏘는 능력은 이 장면의 일부일 뿐이다. 경찰 앞에서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일,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는 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몸을 움직이는 일이 필요하다. 둘의 결합이 강해지는 순간이면서 그 결합이 어떤 행동으로 이루어지는지도 보이는 장면이다. 친밀해지는 모습과 폭력의 위험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

쓰러진 나무 뒤에 몸을 낮춘 남녀가 각각 권총을 앞으로 겨눈 흑백 사진.

화면 뒤에 남은 다른 이름

〈건 크레이지〉의 각본에는 한동안 실제로 쓴 사람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달튼 트럼보 대신 작가 밀라드 카우프만의 이름이 사용됐다. 가상의 필명이 아니라 다른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빌려준 경우다. 1992년 카우프만의 요청을 거쳐 트럼보의 각본 크레딧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건 크레이지〉를 이후 범죄 커플 영화들의 예고편처럼만 볼 필요는 없다. 바트와 로리 사이에는 이 영화만의 난처한 문제가 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해도 되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 같은 것을 좋아해서 가까워졌는데, 정작 그것을 쓰는 순간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로리를 바라보는 바트의 마음과 바트가 꺼리는 행동을 함께 따라가면 도주가 단순한 질주로 보이지 않는다. 차를 멈추고 다른 삶을 택할 생각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을 알고도 계속 함께 움직이는 두 사람을, 영화는 때로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한다.

두 손에 권총을 든 여성의 홍보 일러스트. 뒤쪽 위로 경찰차와 다른 자동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감상 포인트

바트에 대해 증언하는 사람들
초반에 누나와 친구들은 총을 훔친 소년의 다른 모습을 말한다. 총을 좋아하는 일, 잘 쏘는 일, 생명을 죽이는 일은 같은 뜻이 아니다. 주변 인물들이 그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을 기억하면 성인이 된 바트가 어떤 상황에서 망설이는지 더 분명하게 보인다.

사격 쇼에서의 첫 만남
바트와 로리는 상대의 능력을 직접 보면서 가까워진다. 무대 위에서 솜씨를 겨루는 두 사람과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위치를 함께 보자. 남들에게는 볼거리인 일이 당사자들에게는 상대를 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후 총의 용도가 바뀌었을 때 이 만남도 다르게 돌아볼 수 있다.

차 밖에서 시간을 버는 로리
은행 안의 바트보다 차 밖의 로리에게 눈을 두는 장면이다. 경찰을 대하는 행동에 따라 보이지 않는 범행의 시간이 달라진다. 카메라가 머무는 자리와 방향이 무엇을 보여주고 감추는지 살펴보자. 같은 공간에 오래 놓이면 어느 인물의 사정이 먼저 마음에 들어오는지도 느낄 수 있다.

총을 팔자는 제안
바트가 평범한 일을 구하자고 하는 대목은 그가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었다는 단서다. 총을 좋아하는 만큼 그 제안의 무게도 작지 않다. 로리의 반응과 바트의 다음 행동을 함께 보면 둘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두 사람의 바람까지 같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관련 작품

델마와 루이스 (1991) — 리들리 스콧 감독. 주말여행에 나선 두 여성이 뜻밖의 사건 뒤 도망자가 된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판단하고 누가 따르는지 비교해볼 만하다. 두 영화가 같은 결말이나 같은 관계를 향한다고 미리 정하지 않고, 길 위에서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눈을 둘 수 있다.

트럼보 (2015) — 제이 로치 감독. 정치적 신념 때문에 영화계에서 배제된 각본가가 다른 이름으로 계속 일한 시간을 다룬다. 〈건 크레이지〉의 크레딧에 생긴 공백을 더 알아보고 싶을 때 이어볼 만하다. 한 작품의 제목 뒤에 어떤 노동과 제약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데투어 (1945) — 에드가 울머 감독. 연인을 찾아 히치하이킹하던 피아니스트가 죽음과 협박에 얽힌다. 길에서 만난 상대와 벗어나기 어려운 관계가 된다는 점이 이어진다. 함께 있는 것이 더는 자유로운 선택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을 두 영화에서 비교할 수 있다.

──────────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