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까지 사흘 남았는데 보컬이 밴드를 나갔다. 남은 세 사람은 새 멤버를 구해야 한다. 그들이 붙잡은 사람은 마침 눈에 들어온 한국인 유학생 손. 일본어로 대화하기도 서툰 학생에…
공연까지 사흘 남았는데 보컬이 밴드를 나갔다. 남은 세 사람은 새 멤버를 구해야 한다. 그들이 붙잡은 사람은 마침 눈에 들어온 한국인 유학생 손. 일본어로 대화하기도 서툰 학생에게 일본 노래를 맡기는 셈이다. 〈린다 린다 린다〉는 이 급조한 밴드가 세 곡을 익히는 사흘을 따라간다. 시작부터 시간이 모자라는데, 이상하게도 영화는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다.
손에게는 가사를 외우는 일과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는 일이 한꺼번에 닥친다. 밴드를 함께하는 데 필요한 대화가 모두 쉽게 오갈 리 없다. 그런데 연습할 곡이 정해지면 할 일도 생긴다. 노래를 듣고, 입에 붙을 때까지 불러보고, 다른 악기와 맞춰보는 일. 서로에 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도 같은 방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는 분명해졌다.
새 보컬에게 붙는 설명이 많지 않아서 배두나의 얼굴을 더 보게 된다. 손은 혼자 노래방을 찾아가 연습하고, 아무도 없는 밤 무대에서는 관객에게 말을 건네듯 인사를 해본다. 대화에 끼기 어려워 보이던 아이에게도 혼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노래를 맡긴 순간부터 그는 세 친구가 배려해줘야 할 유학생으로만 남을 수 없다. 이 밴드에는 그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배역은 배우에게서 출발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배두나의 연기를 보고 캐스팅하고 싶었고, 그에게 맞춰 시나리오를 썼다고 설명했다. 손의 서툰 일본어는 배우가 실제로 마주한 현장의 조건이기도 했다. 배두나는 촬영 뒤 감독과 충분히 뜻을 주고받았는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화면에서는 가볍게 웃고 지나갈 만한 장면에도, 낯선 말로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어려움이 깔려 있다.

사흘 안에 세 곡을 맞추려면 연습실에만 붙어 있어도 부족할 듯하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밴드만 축제를 준비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은 상영할 영상을 찍고, 옥상에서는 만화가게를 연다.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남학생을 만나는 일도 중요하다. 영화는 이런 일을 공연까지 가는 길의 방해물로 급히 치워버리지 않는다. 연습하러 모인 아이들에게도 밴드 밖의 하루가 있다.
학교 축제를 준비하는 영상이 영화의 처음에 나오는 것도 그래서 어울린다. 감독 자신이 고등학생 때 비디오카메라로 무언가를 찍어 학원제에서 상영했던 경험을 넣은 장면이다. 무대에 서는 사람도, 영상을 찍는 사람도 일단 해보고 있다. 그 일이 나중에 직업이 될지, 남에게 얼마나 잘 보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축제는 그런 시도를 여러 교실과 복도에 펼쳐놓는다.
느긋함이 연습을 건성으로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꾸 같은 곡을 되풀이하는 동안에도 피곤하고 졸리며, 다른 일이 마음에 걸린다. 네 사람을 공연 준비만 하는 인물로 보면 이런 시간이 샛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잠깐 쉬는 모습과 각자 따로 움직이는 시간을 보고 나면, 악기를 잡고 다시 모였을 때 누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가 더 또렷해진다. 노래 실력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이가 생기는 것이다.
비에 젖은 교복과 들고 다니는 악기 가방도 그 시간을 눈앞에 가져온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학교생활의 번거로움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흘이라는 기한과 아이들의 느슨한 걸음이 함께 있는 덕분에, 영화는 다급한 상황을 억지로 다급하게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

네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은 현장에서 우연히 얻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은 실제 촬영에서 즉흥연기가 드물었다고 밝혔다. 배우들과 같은 장면을 거듭 연습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어린 출연진의 분위기를 알아가려 했다. 영화의 느슨함을 떠받치는 데도 함께 보낸 시간이 필요했다.
배두나도 리허설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지만, 노래에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음정을 틀린 데 놀랐다는 회고가 재미있다. 화면 속에서 함께 소리를 맞추는 일과 배우들이 촬영을 위해 곡을 익히는 일이 겹쳐 있다. 손의 노래를 들을 때도 정확한 발음과 음정만으로 잘했는지 판단하기에는, 그가 목소리를 내기까지 해온 일이 많다.
밴드가 택한 블루하츠의 노래 역시 네 사람보다 먼저 존재했다. 그 곡을 새 멤버와 함께 연습하면서 이번 축제의 노래로 만드는 중이다. 처음에는 노래가 있어서 모일 수 있었고, 이제는 누가 곁에서 연주하느냐가 그 노래를 다르게 들리게 한다. 〈린다 린다 린다〉가 차곡차곡 보여주는 변화는 여기에 있다. 공연 날짜는 그대로인데, 함께 서야 할 사람들이 점점 낯설지 않게 된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무언가를 준비할 때, 할 일은 뻔한데 서로가 아직 낯선 시간이 있다. 〈린다 린다 린다〉는 그 시간을 노래와 학교의 하루로 보여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도 함께 연습하다 보면 자기 몫의 소리를 낼 수 있다. 느긋한 사흘을 따라가며 네 사람의 밴드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과정을 보는 영화다.
◆ 손이 혼자 있을 때 — 노래방과 빈 무대에서 손이 무엇을 해보는지 보자. 친구들의 말을 듣는 모습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의욕이 드러난다. 낯선 자리에 들어온 사람도 자기만의 준비를 하고 있다.
◆ 밴드 밖의 학교 — 축제용 영상과 옥상의 가게, 학생들 사이의 작은 만남에도 눈을 두면 좋다. 공연을 기다리는 영화 안에 각자 다른 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학교를 단순한 공연장보다 넓게 만든다.
◆ 연습을 쉬는 몸 — 악기를 들지 않고 앉아 있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의 자세를 보자. 계속 의욕을 드러내지 않아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유지될 수 있다. 쉬는 시간이 있어 다시 소리를 맞추는 일도 가볍지 않게 보인다.
◆ 혼자의 목소리와 함께 내는 소리 — 손이 곡을 익힐 때와 악기 소리 속에서 노래할 때를 이어 들어보자. 한 사람의 노래를 듣던 귀가 어느새 네 사람의 호흡을 듣게 된다. 무엇이 완벽해졌는지보다 무엇이 함께 들리기 시작했는지가 흥미롭다.
〈마이 선샤인〉 (2024, 오쿠야마 히로시) — 말을 더듬는 소년과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가 빙판에서 호흡을 맞춘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함께 움직이는 몸에서 읽는다는 점에서 이어 볼 만하다.
〈세븐 찬스〉 (1925, 버스터 키튼) — 그날 저녁까지 결혼해야 유산을 받는 남자의 소동. 촉박한 기한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출발점은 같지만, 키튼은 갈수록 커지는 추격으로 밀어붙인다. 두 영화에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비교해도 좋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