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을 것 같다는 말은 소개해주는 사람이 한다. 정작 맞선에 나온 두 사람은 별 관심이 없다. 〈크로싱 헤네시〉의 로이(장학우)와 아이린(탕웨이)은 가족에게 떠밀려 만났고, 각…
잘 맞을 것 같다는 말은 소개해주는 사람이 한다. 정작 맞선에 나온 두 사람은 별 관심이 없다. 〈크로싱 헤네시〉의 로이(장학우)와 아이린(탕웨이)은 가족에게 떠밀려 만났고, 각자 마음에 둔 사람이 따로 있다.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서 일한다. 로이는 어머니의 가전제품 가게를 돕고, 아이린은 친척이 운영하는 욕실용품 가게에서 일한다. 맞선이 끝났다고 다시 볼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홍콩의 헤네시 로드에서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에 붙어 있던 ‘결혼 상대’라는 조건보다 그 사람 자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로이와 아이린에게 헤네시 로드는 관광명소이기 전에 출근하는 곳이다. 가게를 지키고 식사를 하러 나왔다가 아는 얼굴을 만나는 거리다. 두 사람이 자주 오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도 홍콩에 잠시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까운 곳에서 일하니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마주친다. 맞선 때처럼 잘 보이려고 준비하지 않은 모습도 보게 된다. 첫 만남에서 관심을 끌지 못했더라도 그게 끝은 아니다. 길에서 다시 말을 나누고 가게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첫인상과 다른 면을 알아간다.
로이의 어머니(포기정)는 아들의 결혼에 열심이지만, 로이에게는 그 관심이 부담스럽다. 마흔이 넘어서도 집과 가게에서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어머니는 아들이 답답하고, 아들은 자신을 재촉하는 어머니가 피곤하다. 서로를 걱정하면서도 뜻은 좀처럼 맞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 웃음을 준다.
로이는 옛 연인에게 마음이 남아 있고, 아이린은 수감 중인 애인을 기다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고 오래 붙잡고 있던 감정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각자의 마음을 정리하는 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학우의 로이는 가족에게 잔소리를 듣고, 지나간 관계를 미련하게 붙든다. 나이만큼 어른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기도 어렵다. 장학우는 근사한 연애 상대보다 동네에서 자주 마주칠 법한 사람을 연기한다. 그런 로이가 건네는 작은 친절은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 준비한 행동처럼 보이지 않아 더 편하게 다가온다.
탕웨이의 아이린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맞선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애쓰지 않는다. 로이 앞에서 마음에 없는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다. 두 배우는 그 무관심에서 시작해 말이 통하고, 좀 더 함께 있어도 좋겠다는 기분이 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첫눈에 반하는 순간보다 관심 없던 사람이 궁금해지는 순간에 이 영화의 설렘이 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안서는 〈첨밀밀〉의 각본을 쓴 사람이다. 그 이름을 안다면 홍콩의 연애를 어떤 말과 장소로 풀어낼지 기대하게 된다. 안서는 맞선에서 출발하는 구성이 오래된 이야기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연애영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찾기보다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쓰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떠올릴 홍콩은 멀리서 감상하는 야경보다 가까운 거리일 수 있다. 가게를 나와 길을 건너고, 아는 얼굴을 만나 잠깐 말을 나누는 동네다. 탕웨이와 장학우가 그 거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들러볼 이유는 충분하다.
◆ 〈만추〉 (2010, 김태용) — 탕웨이가 다른 도시, 다른 속도의 만남을 연기한다.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애나와, 동네에서 자꾸 마주치며 가까워지는 아이린을 함께 보면 배우가 말과 침묵을 달리 사용하는 매력이 드러난다.
◆ 〈접속〉 (1997, 장윤현) — 같은 도시에 있어도 얼굴을 모르는 두 사람이 음악과 통신으로 가까워진다. 우연히 거듭 마주치는 〈크로싱 헤네시〉와 반대로, 아직 만나지 못한 상대를 기다리며 도시의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멜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