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의 전기영화인데 주인공의 얼굴이 낯설다. 〈베러맨〉은 영국 보이밴드 테이크 댓을 거쳐 솔로 가수로 성공한 로비 윌리엄스의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 속 로비(조노 데이비스)는 …
팝스타의 전기영화인데 주인공의 얼굴이 낯설다. 〈베러맨〉은 영국 보이밴드 테이크 댓을 거쳐 솔로 가수로 성공한 로비 윌리엄스의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 속 로비(조노 데이비스)는 침팬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은 평범한 인간인데 그만 다르다. 실제 윌리엄스도 목소리로 참여한 이 영화는, 닮은 배우를 찾아 스타의 모습을 재현하는 익숙한 방법을 처음부터 비켜간다.
침팬지는 로비가 자신을 보는 모습에 가깝다.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가수에게 자신감이 넘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타인의 환호와 스스로 느끼는 초라함은 얼마든지 함께 있을 수 있다. 연출을 맡은 마이클 그레이시는 그 차이를 설명하는 대사 대신 아예 다른 얼굴을 주었다. 덕분에 관객은 잘 아는 스타를 찾아보는 일보다, 그가 어떻게 무대 위에서 버텼는지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된다.

로비는 다른 사람들보다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오래 품어왔다. 그레이시는 윌리엄스와 나눈 대화에서 이런 자기 인식에 주목했고, 침팬지라는 표현으로 발전시켰다. 유명인을 동물로 바꿔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치가, 영화 안에서는 한 사람이 품은 열등감을 계속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스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실제로 무대에 선다.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규모도 커진다. 그런데 겉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공이 쌓여도 그 얼굴은 바뀌지 않는다. 성공하면 자신의 부족함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영화의 화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셈이다. 계속 박수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박수가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다.
그 얼굴 안에는 조노 데이비스의 연기가 있다. 시각효과를 입혔다고 해서 인물의 움직임과 감정까지 기계가 대신한 것은 아니다. 데이비스가 연기한 몸에 침팬지의 형상이 더해지면서, 실제 스타를 얼마나 닮았는지와는 다른 기준으로 인물을 보게 된다. 로비의 외모나 과거 사진을 잘 몰라도, 들뜨거나 주눅 드는 모습은 알아볼 수 있다.
이 설정이 좋은 것은 가수의 경력을 미리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테이크 댓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솔로 음반이 얼마나 팔렸는지 아는 관객에게는 익숙한 일화가 있겠지만, 영화의 감정은 그 지식에만 기대지 않는다. 남들에게는 대단해 보이는데 자신은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 낯선 동물의 얼굴을 통과해 오히려 그런 평범한 마음에 닿는다.

〈베러맨〉은 스타의 괴로움만 들여다보느라 음악의 즐거움을 잊는 영화가 아니다. ‘Rock DJ’가 흐르는 리젠트 스트리트 장면에서 도시의 거리는 거대한 무대가 된다. 여러 무리가 춤을 이어받고, 카메라는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공연의 규모를 키운다. 주인공 한 명을 구경하던 눈이 어느새 거리 전체의 군무를 좇는다.
이 장면은 여러 촬영분을 이어 하나의 긴 움직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기술을 아는 것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음악이 멈추지 않는 동안 사람과 장소가 계속 합류하는 흥분이다. 사적인 꿈이 대중적인 열광이 되는 순간을 매출이나 순위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화면이 점점 커지는 동안, 그 성공이 얼마나 짜릿했을지 몸으로 짐작하게 된다.
〈위대한 쇼맨〉을 연출한 그레이시의 장기는 이런 장면에서 드러난다. 노래를 등장인물의 감정을 설명하는 배경으로만 두지 않고, 영화의 공간을 바꿀 만큼 크게 펼친다. 도시의 일상적인 거리에서 춤이 이어지면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장소도 새로운 놀이터처럼 보인다. 가수의 삶을 다룬다는 이유로 무대 공연의 재현에만 머물지 않는 뮤지컬이다.
흥겨운 장면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이후의 불안도 무겁게 다가온다. 무대가 로비를 힘들게 하기만 했다면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가 왜 그곳을 원했는지 먼저 납득시킨다. 사람들과 노래를 주고받는 기쁨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무대가 두려워져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로비의 인생에는 유명세와 함께 관계의 갈등과 중독 문제가 들어온다. 영화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이를 성공한 사람에게 붙는 자극적인 뒷이야기로만 쓰지 않는 데 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을 품은 사람이 더 많은 사람 앞에 서야 하는 상황. 공연의 규모와 개인의 상태가 같은 속도로 나아가지 않는다.
영화의 음악도 경력표의 칸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널리 알려진 노래들이 로비의 기억과 감정에 따라 새로운 장면을 얻는다. 익숙한 곡을 기다리며 볼 수도 있지만, 곡이 흘러나오는 순간 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듣게 된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지는 것은, 잘 몰랐던 가수의 사정이 그 곡과 함께 기억되기 때문이다.
〈베러맨〉은 팝스타를 동경하는 즐거움과 가까이서 걱정하는 마음을 함께 남긴다. 무대가 화려할수록 그 안의 사람이 가려지기 쉬운데, 이 영화는 누구보다 눈에 띄는 침팬지를 세워 그 얼굴을 놓치지 않게 한다. 한바탕 춤을 즐기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계속 자신을 증명하려던 가수다.
◆ 〈슈퍼소닉〉 (2016, 매트 화이트크로스) — 오아시스가 짧은 시간에 거대한 밴드가 되어가는 과정을 당시의 기록과 목소리로 만난다. 〈베러맨〉이 한 가수의 기억을 뮤지컬로 재구성한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젊은 음악가들이 실제로 남긴 표정과 소리에서 열기를 길어 올린다.
◆ 〈싱 스트리트〉 (2016, 존 카니) — 밴드를 만들고 노래를 쓰면서 자신을 새롭게 상상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다. 〈베러맨〉의 거대한 공연 뒤에 이어 보면,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하던 순간의 설렘을 훨씬 작은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