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리(모가나 오라일리)는 법원의 가택연금 명령을 받고 엄마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 살던 집이지만 다시 머물고 싶었던 곳은 아니다. 엄마 미리엄(리마 테 위아타)은 할 말이…
카일리(모가나 오라일리)는 법원의 가택연금 명령을 받고 엄마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 살던 집이지만 다시 머물고 싶었던 곳은 아니다. 엄마 미리엄(리마 테 위아타)은 할 말이 많고, 딸은 그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의 이야기에는 이 집에 귀신이 산다는 말도 있다. 〈하우스바운드〉의 카일리는 엄마와 함께 사는 것도 달갑지 않은데 귀신 이야기까지 들어야 한다.
그러다 카일리 자신도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무서우면 달아나면 좋겠지만, 가택연금 중인 몸이다. 제라드 존스톤 감독은 유령의 집에 갇히는 공포를 사이 나쁜 모녀의 동거에 겹쳐놓는다. 귀신이 있는지 확인하기 전부터 이 집에서 지내기는 고되다.
미리엄이 집에 귀신이 있다고 말해도 카일리는 짜증부터 낸다. 딸에게는 엄마가 지루한 일상을 달래려고 미신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미리엄은 그 존재를 진지하게 믿는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쪽과 듣는 쪽의 표정이 맞지 않아서 웃음이 난다. 귀신을 이야기하면서도 대화에는 평소의 모녀 관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카일리에게까지 수상한 기척이 들리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계속 미신으로 넘기기 어려워진다. 자신이 들은 것도 과민한 상상인지, 이 집에 정말 무언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러려면 듣기 싫던 엄마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리엄은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먼저 말해온 사람이다. 카일리에게 가장 성가셨던 말이 이제는 확인해볼 이야기가 된다.

카일리는 낯선 저택으로 이사 온 사람이 아니다. 자기가 자란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오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그곳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를 안다고 생각해도 엄마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집을 안다고 생각해도 소리의 정체는 알 수 없다. 익숙한 집을 조사해야 하는 일이 익숙한 가족의 말을 다시 듣는 일과 함께 시작된다.
가택연금은 이 불편한 상황을 끝낼 방법까지 막아놓는다. 카일리는 겁이 나도, 엄마와 다퉈도 바깥으로 나가 지낼 수 없다. 수상한 기척이 들리는 공간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니, 집의 비밀을 알아보는 일도 피할 수 없는 자기 일이 된다.
존스톤은 한정된 공간에서 찍을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하다 이 영화를 구상했다. 집 안에서 가족의 일상과 유령의 수수께끼가 함께 벌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실제로 오래된 집의 돌벽 지하실을 찾아 촬영하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온 집 아래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익숙한 집 안에 아직 모르는 곳이 남아 있다는 영화의 전제와 잘 어울린다.
존스톤은 공포와 코미디, 미스터리를 섞는 데 의식적으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하우스바운드〉에서 모녀의 대화가 웃긴다고 해서 집의 정체까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미리엄의 수다에 웃고 난 뒤에도 카일리가 들은 소리는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인물 때문에 웃다가 사건 때문에 긴장하는 사이, 다음에는 무엇이 밝혀질지 궁금해진다.
존스톤은 이 영화를 어머니와 함께 볼 만한 공포영화라고 소개했다. 귀신 이야기에 웃음이 끼어드는 이 영화의 성격에 잘 맞는 말이다. 집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 집의 엄마와 딸을 만나는 일도 즐거워진다. 카일리에게는 나가고 싶은 집이지만, 관객에게는 조금 더 머물고 싶은 집이다.
◆ 〈조용한 가족〉 (1998, 김지운) — 산장을 운영하는 가족에게 사건이 이어지고, 이를 수습하는 방식에서 공포와 웃음이 함께 생긴다. 위기에 처해도 가족의 성격과 이해관계는 그대로 남는다. 한 지붕 아래 모인 사람들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호러 코미디다.
◆ 〈인 패브릭: 레드 드레스〉 (2018, 피터 스트릭랜드) — 저주받은 옷의 공포 곁에 직장과 상점의 엉뚱한 대화가 놓인다. 위험에 빠진 사람이 매일 상대해야 하는 이들까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하우스바운드〉의 모녀와는 말투도 속도도 다른 기묘한 웃음을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