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벌에 쏘였다. 어른은 자신이 벌을 기른다는 사실을 숨긴다. 〈비밀의 화원〉의 은퇴한 식물학자 동호(박정학)다. 봄이(최나린)의 어머니가 경찰과 119대원을 데리고 벌을 없…
아이가 벌에 쏘였다. 어른은 자신이 벌을 기른다는 사실을 숨긴다. 〈비밀의 화원〉의 은퇴한 식물학자 동호(박정학)다. 봄이(최나린)의 어머니가 경찰과 119대원을 데리고 벌을 없애러 오자, 그는 오히려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종한다고 언성을 높인다. 생명을 지키겠다는 소신이 분명한 사람인데, 눈앞의 아이가 다친 일을 대하는 태도는 미덥지 않다.
그런데 얼마 뒤 봄이가 다시 찾아온다. 체험학습으로 기르는 누에에게 먹일 뽕잎이 필요해서다. 동호는 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에게 친근함을 느낀다. 벌에 쏘인 아이와 벌을 키우던 어른이 이번에는 다른 작은 생물의 먹이를 구하면서 가까워진다.
동호는 백두산에서 가져온 고산식물을 10년 동안 돌보고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화를 복원하려고 온실을 지었고, 씨앗을 퍼뜨리는 씨앗폭탄도 만든다. 식물의 생존에는 이만큼 공을 들이는 사람이 이웃에게는 벌을 키운다는 사실조차 숨긴다.
봄이는 누에를 키우기 위해 이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동호는 함께 뽕잎을 찾고, 온실에서는 아이와 씨앗폭탄을 만든다. 봄이에게 당장 필요한 뽕잎을 찾는 데, 동호가 쌓아온 식물 지식이 쓰인다. 동호가 늘 하던 일에 봄이도 참여하면서, 혼자 지키던 온실에 함께할 일이 생긴다.
봄이가 나무를 끌어안는 장면에는 이 아이의 바람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나무 할아버지! 저의 뽕나무가 되어주세요.” 김성환 감독은 원래 대사에 없던 ‘저의’를 최나린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그 말을 바꾸지 않고 촬영했다. 아무 뽕나무나 찾으면 된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자신이 돌보는 누에에게 잎을 줄 나무, 자기 부탁을 들어줄 나무가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봄이는 쪽지와 누에 키트만 남기고 사라진다. 동호는 기다리다 아이를 찾아 나선다. 학교에서 만난 교사는 봄이가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상태였다고 알려준다. 뽕잎을 구하러 온 아이가 지키려던 것은 작은 누에의 생명이었지만, 정작 그 아이에게는 안전하게 지낼 곳이 필요했다.
봄이의 사정을 알게 된 동호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김성환 감독은 그 시선이 밖을 향하는 것 같아도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위험하다고 큰소리치던 동호에게, 봄이가 겪는 위험은 더 가까이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