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난대도, 너와는 같이 살고 싶다 | MovieLAB LAB

태권도 선수 주영(박수연)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예지(이유미)에게 친구의 고백 쪽지를 대신 전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동료 태권도 부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장난감 사이렌…

세상이 끝난대도, 너와는 같이 살고 싶다 | MovieLAB LAB

태권도 선수 주영(박수연)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예지(이유미)에게 친구의 고백 쪽지를 대신 전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동료 태권도 부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장난감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오는 예지를 다시 만난다. 남의 고백을 전하러 갔다가 자기 인생에 중요한 사람이 될 소녀와 마주친 셈이다. 소년원 학교에 다니는 예지는 주영의 엄마가 진행하는 청소년 사회화 프로그램을 통해 주영과 한집에서 지내게 된다.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두 소녀가 서로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 사랑의 곁에, 시작부터 폭력이 있다.

노래방에서 반해버린 사람

〈애인발견〉이 흐르는 노래방에서 주영은 예지에게 반한다. 함께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더 알고 싶은 사람으로 달라진다. 한제이는 원작을 각색하며 두 사람의 사랑을 더 앞세웠고, 동성을 좋아해도 되는지 스스로 의심하는 과정은 일부러 덜어냈다. 예지를 좋아하는 주영의 기쁨을, 먼저 해명해야 할 문제로 다루지 않는 선택이다.

주영은 밝고 바깥으로 감정을 드러내지만 불안정한 면도 있다. 예지는 강인하고 차분해 보여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마음을 내주고 연약한 모습도 보인다. 박수연은 두 인물의 이런 차이가 서로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감독이 박수연에게 주문한 것도 평소의 밝은 모습을 살리는 일이었다. 반면 이유미는 예지의 매력을 모두에게 한꺼번에 보여주기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게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주영과 함께 예지를 알아가는 관객에게도 그 거리의 변화가 중요해진다.

노을 지는 해변에 앉은 네 사람

좋아한다는 마음에 다른 이름을 붙이는 어른들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해는 1999년이다. 지구가 끝날지 모른다는 소문이 떠도는 때에 주영은 예지와 어른이 된 뒤에도 함께 살고 싶어 한다. 자기가 먹여 살리겠다는 말까지 한다. 그 약속은 살 집과 돈을 계산한 계획보다는, 지금 좋은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깝다. 감독도 주영의 말이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 나이의 첫사랑으로서는 진심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의 끝을 걱정하는 시대에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앞날을 그려보는 소녀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음을 확신한다고 주변까지 그 마음을 믿어주지는 않는다. 어른들은 둘의 감정을 연민으로 부르며 떼어놓으려 한다. 당사자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데, 듣는 쪽에서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자기 마음을 의심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남에게 설명하고 지켜야 하는 일은 남는다.

두 사람이 처음 가까워질 무렵의 폭행도 이 사랑을 마냥 즐겁게만 볼 수 없게 한다. 박수연은 극중 태권도부가 폭력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도, 아이들의 감정을 판단하는 어른도 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다. 그래서 두 소녀가 서로를 좋다고 말하는 시간에는 설렘뿐 아니라 안도하고 싶은 마음도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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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