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동안 물질을 한 현순직은 2020년 10월 바닷속 일을 그만둔다. 그래도 발길은 매일 바다로 향한다. 그가 가르친 막내 해녀 채지애는 선배를 살뜰히 챙긴다. 〈물꽃의 전설…
87년 동안 물질을 한 현순직은 2020년 10월 바닷속 일을 그만둔다. 그래도 발길은 매일 바다로 향한다. 그가 가르친 막내 해녀 채지애는 선배를 살뜰히 챙긴다. 〈물꽃의 전설〉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찾아가는 곳은 들물여다. 현순직만이 길을 안다는 그곳에는 바닷속에서 피는 ‘물꽃’이 있다. 한 사람에게는 다시 가고 싶은 곳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고희영 감독이 지켜본 두 사람의 만남에서는 막내가 노해녀를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순직은 바닷속 지형을 알려주고, 조류가 거셀 때 피하는 법과 안개 속에서 길을 찾는 법을 채지애에게 가르쳤다. 이 지도는 오래 물질한 사람의 기억 안에 있다. 물질을 그만둔 선배는 이렇게 후배가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물꽃 이야기도 그가 건네는 지식의 일부였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현순직이 화면 앞쪽에서 말할 때, 초점은 뒤에 있는 바다에 맞춰져 있다. 감독은 바다를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말을 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떨어진 초점은 그가 살아온 장소를 먼저 보게 한다.
바다 위에 뜬 달과 그것을 바라보는 해녀를 한 화면에 담는 데도 긴 준비가 들었다. 감독은 달이 뜨는 시간과 위치를 찾고 촬영에 실패하기를 거듭한 끝에, 2년 만에 원하는 구도를 찍었다고 회고했다. 해녀들의 달력에는 물때가 적혀 있다. 달은 밤바다를 아름답게 만드는 풍경이면서, 언제 일을 나갈 수 있는지를 정하는 생활의 기준이기도 하다.
물꽃을 보러 가는 마음은 두 사람 사이에서도 같지 않다. 현순직이 아름다운 물꽃을 기억한다면, 채지애는 그곳에 큰 전복과 해산물이 많다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말했다. 감독은 물꽃의 정체를 알아보려 생물도감을 뒤지고 연구자에게 물었다. 채지애는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에 마음이 갔다. 아름다운 것을 다시 보고 싶은 그리움 옆에, 오늘 물질하는 사람의 바람이 있다. 같은 목적지를 두고도 두 사람이 바다에서 보낸 시간이 다르게 드러난다.
그러나 찾아간 들물여는 기억 속 이야기만큼 풍요롭지 않다. 영화는 그곳에도 해산물이 많지 않은 현실을 담는다. 채지애는 꿈꾸던 곳에 가서 마주한 상황에 화가 나고 답답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2023년 설명에서 달라진 바다는 수확량의 감소에만 머물지 않았다. 동료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함께 끌어주는 ‘물마중’이라는 풍습도, 끌어줄 것이 줄면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