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달리는 두 남자는 어디로 가고 싶었나 | MovieLAB LAB

지혁(차지현)은 근수(홍근택)를 괴롭히던 사람이다. 근수가 마약을 운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함께 마약을 빼돌리자고 부추긴다. 조성빈 감독의 〈비행〉에서 두 남자를 …

맨발로 달리는 두 남자는 어디로 가고 싶었나 | MovieLAB LAB

지혁(차지현)은 근수(홍근택)를 괴롭히던 사람이다. 근수가 마약을 운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함께 마약을 빼돌리자고 부추긴다. 조성빈 감독의 〈비행〉에서 두 남자를 한편으로 만드는 것은 우정보다 목돈이다. 이미 절도범과 피해자로 만난 사이여서, 손을 잡는다고 지난 악연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근수는 탈북해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전과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혁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같은 돈을 노리지만 그 돈으로 마련하려는 삶은 반대 방향이다. 근수가 겨우 도착한 곳을 지혁은 벗어나려 한다. 이 어긋남 때문에 두 사람의 동행에는 범죄의 성공 여부만큼이나 서로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가 걸려 있다.

무늬가 있는 침대 위에 두 남성이 마주 앉아 있는 어두운 실내.

서로 엉겨붙은 두 사람

근수와 지혁이 맞붙는 몸싸움에서 두 사람은 서로 엉겨붙어 끙끙거린다. 조성빈은 이 시간을 짧게 끊지 않고 긴 호흡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둘 사이에 무엇이 오가는지는 말로 협상할 때만 드러나지 않는다. 붙은 채 서로에게 힘을 쓰는 모습에는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과 뜻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함이 함께 있다. 악연으로 시작해 공범이 되는 두 사람이 몸으로도 서로에게 얽혀드는 셈이다.

홍근택은 근수를 준비하며 탈북민들을 직접 만나 말과 습관을 익혔다. 차지현은 중국집 배달 일을 하며 지혁의 생활을 경험했다.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두 남자를 연기하면서도, 한 사람은 떠나온 곳의 말투를 익히고 다른 사람은 이곳에서 먹고사는 동작을 경험했다. 두 인물을 구별해주는 것은 원하는 미래뿐 아니라 몸에 익은 생활이기도 하다.

맨발로 뛰는 몸에는 여유가 없다

조성빈은 도시 한복판을 맨발로 달리는 장면에 자신의 이십 대를 떠올렸다. 그는 누가 시키거나 뒤쫓지 않아도 불안 때문에 절박하게 뛰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고를 함께 놓으면 두 사람의 달리기는 범죄가 몰아붙이는 급박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삶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초조함이 위험한 일에라도 몸을 던지게 하는 마음과 이어진다.

거액을 노리는 사람들이 정작 지금은 신발도 없이 뛰고 있다. 각자의 계획으로는 구별되던 두 남자가 이 순간에는 똑같이 무방비해 보인다. 그들이 원하던 것은 서로 다른 미래였지만, 맨발로 달리는 몸에는 당장 안전하게 멈출 곳부터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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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