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결혼식을 찍으러 외국에 갔다가 자신이 신랑이 된다. 다큐멘터리 조연출 승주(이주승)는 촬영감독 영태(구성환)와 카자흐스탄으로 향하지만, 사고로 예정된 고려인 결혼식 촬영이 …
남의 결혼식을 찍으러 외국에 갔다가 자신이 신랑이 된다. 다큐멘터리 조연출 승주(이주승)는 촬영감독 영태(구성환)와 카자흐스탄으로 향하지만, 사고로 예정된 고려인 결혼식 촬영이 무산된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이 택한 방법은 결혼식을 하나 만드는 것. 승주는 현지 여성 아디나(아디나 바잔)와 짝을 이뤄 가짜 신랑 다우렌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자기 이름을 건 연출작을 꿈꾸던 사람이 남의 이름으로 출연부터 하게 된 셈이다.
〈다우렌의 결혼〉에는 멧돼지 사냥에 ‘고려의 풍습’이라는 거짓말까지 붙이는 소동이 있다. 임찬익 감독에 따르면 이주승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낯선 풍습을 배우는 줄 알았더니 풍습부터 만들어지고 있다. 무엇을 기록할지 고민해야 할 촬영팀이 기록할 사건을 꾸며내는 처지가 우스워진다.
승주는 그저 아무 영상이나 찍어 돌아가려는 사람은 아니다. 이주승은 그가 자기 이름을 내건 첫 연출작뿐 아니라 진실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해석했다. 그런 청년이 가짜 결혼식의 주인공을 맡았으니, 촬영이 성사되는 것만으로 마음 편히 성공을 축하하기 어렵다. 당장 끝내야 할 일에 매달리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서 멀어지는 사정에는 웃다가도 뜨끔해지는 데가 있다.
일을 위해 짝을 이룬 두 사람에게는 촬영 계획으로 설명되지 않는 순간도 생긴다. 승주는 우연히 아디나를 카메라에 담고, 그녀의 말을 통역 없이 알아듣기도 한다. 이주승은 이때 승주가 언어의 정확한 뜻을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호감을 느끼는 상대의 표정과 말의 뉘앙스를 읽는다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를 완성해야 한다는 목적 때문에 마음에서 밀어내려 해도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가짜 신랑과 신부라는 설정은 두 사람을 벌써 가까운 사이처럼 보이게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아디나가 승주를 집 안으로 들이고, 이들은 말을 배우며 소통하려 한다. 결혼식에서는 맡은 역할을 해내면 되지만 함께 있는 시간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부터 알아가야 한다. 이 서툰 시작이 부부 행세보다 더 다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말뜻을 헤아릴 수 있다는 설렘과 상대를 안다는 자신감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협곡에서 승주는 아디나에게 한국에 가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다. 감독은 이때 승주의 눈빛을 잘난 척보다는 연민으로 읽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상대를 생각해 꺼낸 말일 수 있지만, 듣는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질문이다. 여기에 정확하지 않은 통역까지 끼어든다.
앞서 통역 없이도 마음을 알아챘던 순간을 떠올리면 이 대화의 어긋남이 더 아쉽다. 호감이 생겼을 때는 말뜻을 몰라도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었는데, 막상 상대의 삶에 관해 말을 꺼내자 통역이 있어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함께 결혼식을 꾸민 두 사람이 이런 대화 앞에서는 난처해진다는 데서, 이 로맨스는 웃음과 다른 아릿함을 남긴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