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수(여민구)에게 1억 5천만 원이 생긴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받은 보험금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그는 그 돈으로 강남에 전세 원룸을 얻고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익수(여민구)에게 1억 5천만 원이 생긴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받은 보험금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그는 그 돈으로 강남에 전세 원룸을 얻고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당장 큰돈을 쓸 수 있지만, 새로 시작하려는 생활은 방 한 칸과 공부다. 조범구 감독의 〈양아치어조〉는 이 소년이 자기 앞날을 위해 마련한 돈을 다른 사람에게 써버리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들의 곤란을 해결하려다 보면, 그 자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친구들도 익수를 따라 강남으로 온다. 사채업자 밑에서 수금하던 종태(김종태)는 직접 일수를 놓고, 가스 배달을 하던 떡팔(최석준)은 호스트바에서 일한다. 세 친구에게 이사는 주소만 바꾸는 일이 아니다. 학교를 그만둔 익수는 다시 공부하고, 남의 돈을 받아주던 종태는 자기 사업을 한다. 익수에게 생긴 돈과 함께 각자의 생활을 바꿔볼 기회가 열린다.
하지만 그들이 새로 얻은 자리는 오래 안심하고 머물 곳이 못 된다. 익수는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 현진(양은용)의 빚을 갚느라 원룸을 뺀다. 종태는 세 들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금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남의 돈을 받아내던 종태도 자기 집에 맡긴 돈을 지키기는 어렵다. 떡팔이 종태의 집주인 아들과 싸움을 벌이면서 사태는 더 커진다. 친구에게 벌어진 일이 다른 친구의 행동 때문에 악화되는 것이다.
현진의 빚을 갚는 데 쓴 돈은 익수가 돌아가 살 집의 돈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돕는 일과 자신의 생활을 지키는 일이 이렇게 부딪힌다. 큰돈을 가진 소년이라도 둘 다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인물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안성기가 맡았다. 영화에는 인물들의 사정을 아는 전지적 내레이션이 있다. 감독은 자신의 힘겨웠던 젊은 날을 어른스러운 누군가가 따뜻하게 바라봐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돈을 쓰는 선택이 위태롭고 친구들의 행동이 미숙해도, 그 미숙함 때문에 이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바람이다. 친구들의 뒤엉킨 일을 전하는 목소리에, 그 시절을 이해해주려는 어른의 태도를 담은 셈이다.
처음부터 지금의 어조였던 것은 아니다. 감독은 초고가 지나치게 격하고 우울해 블랙코미디를 섞었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심리를 전하려고 편집에도 일부러 여유를 두었다고 했다. 빚과 싸움이 계속 생기는 이야기지만, 사건을 재빨리 처리하는 속도만을 좇지는 않겠다는 선택이다. 세 친구가 곤경에 빠졌다는 사실 다음에, 그 안에서 어떻게 지내고 또 어떤 일을 벌이는지 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익수가 가진 돈의 출처를 생각하면 그의 씀씀이는 더 아슬아슬하다. 새로 벌면 된다고 쉽게 넘길 돈이 아니고, 돌려받을 수 없는 상실 뒤에 생긴 돈이다. 그런데 그 돈으로 혼자 안정을 얻는 대신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들의 사정에 계속 끼어든다. 그의 씀씀이는 걱정스럽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방까지 포기하는 마음에는 정이 간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