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가 두 신인에게 맡긴 첫사랑 | MovieLAB LAB

〈산사나무 아래〉에서는 저우둥위의 영화 데뷔 당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장이머우 감독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첫사랑을 두 신인 배우에게 맡겼다.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던 감독이 이번…

장이머우가 두 신인에게 맡긴 첫사랑 | MovieLAB LAB

〈산사나무 아래〉에서는 저우둥위의 영화 데뷔 당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장이머우 감독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첫사랑을 두 신인 배우에게 맡겼다.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던 감독이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 멈칫하는 표정에 집중한다. 지금은 익숙해진 배우의 얼굴에서도 아직 알지 못했던 수줍음을 발견하는 영화다.

고등학생 징치우(저우둥위)는 현장교육을 위해 시골에 갔다가 청년 라오싼(더우샤오)을 만난다. 그에게 마음이 가지만 연애에만 몰두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아버지는 정치적인 이유로 수감되어 있고, 징치우는 교사가 되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이 자신의 앞날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지 먼저 걱정하는 소녀다.

수레를 함께 끌고 미는 두 사람

나뭇가지 하나를 사이에 두고

라오싼은 징치우와 손을 잡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이 물을 건널 때 그는 나뭇가지를 내밀고, 각자 그 끝을 잡는다. 사람의 손을 바로 잡기 어려워 물건을 사이에 둔 것이다. 두 손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동안 별다른 설명 없이도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이 전해진다.

손을 잡고 싶다는 마음은 빤히 보이는데 라오싼은 나뭇가지를 먼저 내민다. 두 사람이 선뜻 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고 애틋하다. 징치우에게는 이렇게 가까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나뭇가지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동안, 손이 언제 닿을지 자꾸 살피게 된다.

함께 길을 걷고 무언가를 건네는 작은 행동도 이들에게는 오래 기억할 일이 된다. 고백 한마디로 관계를 확인하는 대신,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미소 짓는 징치우

사랑 밖의 사정까지 안고 만나는 사람들

징치우가 망설이는 데는 수줍음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아버지의 정치적 처지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장래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신경 써야 한다.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그 마음대로 움직이기는 어렵다.

라오싼이 다가오는데도 징치우가 망설일 때,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에게 연애는 장래를 걱정하지 않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사정을 알고 보면 라오싼이 기다려주는 모습에도 마음이 간다.

장이머우는 자신도 청년기에 겪었던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삼되 두 사람의 사랑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시대의 영향을 징치우의 생활에서 보여준다.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의 조심스러움이다. 두 사람의 연애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가 개인의 가까운 관계에까지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었는지 느끼게 된다.

신인 배우의 얼굴을 믿는 연출

저우둥위와 더우샤오는 이 영화에서 낯선 배우의 얼굴로 관객을 만났다. 이미 잘 알려진 연애영화의 주인공을 떠올릴 필요 없이, 징치우와 라오싼으로 볼 수 있는 조합이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웃고 서로를 살필지 아직 모른다는 사실도 첫 만남의 설렘에 보탬이 된다.

그 자연스러움이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저우둥위는 촬영 당시 여러 번 반복해서 찍은 장면을 떠올리며 감독이 인내심 있게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 장이머우는 배우에게 감정을 과시하려 애쓰기보다 상황을 느끼도록 주문했다. 익숙한 연기 기술을 요구하기 전에 두 사람이 그 순간을 받아들일 시간을 준 것이다.

디지털 촬영에 관해서도 장이머우는 여러 번 찍어도 필름을 소모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상황을 느끼도록 기다려주는 연출, 반복 촬영에 유리한 방식이 이 작품에서 함께 쓰였다. 잠깐 스치는 표정 뒤에도 배우와 제작진이 거듭 시도한 시간이 있었다.

〈산사나무 아래〉가 보여주는 첫사랑은 능숙하지 않다. 가까이 가는 일에 오래 걸리고, 마음이 있다고 모든 사정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손을 잡는 작은 변화에 더 집중하게 된다. 지금의 저우둥위를 알고 있어도, 이 영화에서는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징치우의 수줍음에 먼저 마음이 간다. 나뭇가지 양끝에서 시작한 두 사람을 조금 더 보고 싶어지는 영화다.

관련 작품

◆ 〈만추〉 (2010, 김태용) — 낯선 도시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사정을 조금씩 알아간다. 애나의 말수와 망설임을 따라가다 보면, 연애의 속도를 마음의 크기만으로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가온다. 탕웨이의 얼굴에 집중하는 즐거움도 함께 있다.

◆ 〈제멋대로 떨고 있어〉 (2017, 오오쿠 아키코) — 오래 간직한 첫사랑이 실제 상대를 만났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코미디로 풀어낸다. 누군가를 좋아하며 혼자 보낸 시간이 두 영화에서 전혀 다른 감정과 웃음으로 나타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