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박성일)는 새벽에 일어나 훈련장으로 나간다. 스타팅블록을 놓고 달릴 준비를 하는 몸은 여전히 부지런하다. 한때 국내에서 가장 빨랐던 선수지만, 기록은 예전 같지 않고 지금은…
현수(박성일)는 새벽에 일어나 훈련장으로 나간다. 스타팅블록을 놓고 달릴 준비를 하는 몸은 여전히 부지런하다. 한때 국내에서 가장 빨랐던 선수지만, 기록은 예전 같지 않고 지금은 소속팀도 없다. 최승연 감독의 〈스프린터〉는 이 남자가 출발하기까지의 과정을 길게 지켜본다. 기록이 떨어졌다는 말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여전히 선수로 살아가는 하루가 있다.
현수와 같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준서(임지호)는 고등학생 유망주이고, 정호(송덕호)는 현재 가장 빠른 선수다. 그러나 준서의 학교 육상부는 해체될 위기에 놓였고, 정호는 기록에 대한 압박으로 약물에 손을 댄다. 잘 달리는 능력만 있으면 계속 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세 사람의 사정 앞에서 흔들린다.

현수는 닭가슴살과 방울토마토로 끼니를 때운다. 몸을 관리하는 선수의 식사지만, 혼자 먹는 모습에는 쓸쓸함도 있다. 박성일은 이 장면을 준비하며 오랫동안 배우로 일해도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가 이해한 현수에게는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내는 외로움이 있다. 훈련하는 몸에 이어 식사하는 몸까지 보게 되면, 이 사람이 지키는 선수 생활이 달리기 몇 번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준서의 코치 지완(전신환)은 춤을 추며 등장한다. 전신환은 달리는 자세에서 동작을 따와 춤을 만들었다. 달릴 때는 속도를 내기 위해 쓰는 몸짓이, 코치에게서는 뜻밖의 웃음을 만드는 몸짓이 된다.
그런데 이 유쾌한 코치에게도 곤란한 선택이 기다린다. 비정규직인 지완은 육상부를 없애는 조건으로 정규직이 될 기회를 얻는다. 제자가 운동할 곳을 잃으면 자신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준서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일과 그 가능성을 위해 자기 자리를 거는 일은 다르다. 달릴 곳을 잃을지 모르는 소년의 처지만큼, 더는 불안정하게 살고 싶지 않은 어른의 처지도 이해하게 된다.
정호의 코치 형욱(최준혁)은 선수의 어두운 사정을 감춰주면서 자기 이익도 챙긴다. 최승연은 선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조력자로 부를 수 있어도, 그들이 돕는 이유까지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를 계속 뛰게 한다는 행동이 지완에게는 일자리와 제자 사이의 고민이 되고, 형욱에게는 이득을 얻는 방법이 된다. 선수 혼자 의지를 다잡으면 된다는 말로는 이런 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는 같은 선발전을 세 선수의 이야기 속에서 거듭 보여준다. 감독은 각 경기를 실제 달리기와 비슷한 10~12초로 담으려 하면서도, 출발 전의 시간은 다르게 썼다. 현수의 준비는 오래 지켜보고, 준서의 긴장을 거친 뒤, 정호는 코치의 지시에서 달리기로 빠르게 넘어간다. 앞서 알게 된 선수와 코치의 관계가 짧은 경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현수에게 마음을 주고 있으면 준서의 사정이 떠오르고, 빠르게 뛰는 정호를 보면서도 그를 몰아붙인 압박을 생각하게 된다. 기록표에 나란히 적힐 세 사람을, 영화에서는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