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복제인간의 구직길에 끼어든 목소리들 | MovieLAB LAB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인간 곁에 복제인간이 걷고 있다. 황승재 감독의 〈구직자들〉은 2220년의 대한민국으로 간다. 복제인간인 ‘인공’이 늘어나면서 인간이 일할 자리는 줄어들었지…

인간과 복제인간의 구직길에 끼어든 목소리들 | MovieLAB LAB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인간 곁에 복제인간이 걷고 있다. 황승재 감독의 〈구직자들〉은 2220년의 대한민국으로 간다. 복제인간인 ‘인공’이 늘어나면서 인간이 일할 자리는 줄어들었지만, 막상 일용직 노동시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일자리를 구하러 다닌다. 인간(정경호)은 아픈 아이의 병원비가 필요하고, 젊은 인공(강유석)은 원본 인간에게 버려진 처지다.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존재에게도 자기 자리가 없다. 이 둘이 나란히 걷는 모습부터 누가 누구를 밀어냈는지 간단히 말하기 어려워진다.

버려진 인공도 일을 구해야 한다

이 세계에서 인공은 인간이 내는 의료보험료로 만들어진다. 원본 인간의 건강을 위해 쓰이기 전에는 산업체와 공공근로의 노동력이 된다.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는 설명을 인공의 처지에서 읽으면 꺼림칙해진다. 태어난 이유부터 남의 필요에 맞춰져 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자기 삶을 스스로 정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자리만 얻으면 안심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인간 쪽에도 생계를 넘어선 급한 사정이 있다. 자기 몸으로 돈을 벌어 아픈 아이를 치료해야 한다. 인공을 생산할 만큼 기술이 발전한 세상에서도 이 아버지는 병원비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맨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공과, 그 건강을 지킬 돈이 없는 인간이 동료가 된 셈이다. 두 사람이 같은 처지라고 뭉뚱그리지 않아도 이 동행이 서글픈 이유는 충분하다. 한쪽은 버려졌고, 다른 한쪽은 돌봐야 할 사람이 있다.

그들이 걷는 거리는 21세기의 서울을 복원한 곳이다. 미래를 다루면서 제작 당시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에는 이런 극중 설정이 있다. 낯선 기계나 도시의 규모보다 두 사람이 그곳에서 나누는 대화가 먼저 궁금해진다. 얼굴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인간과 인공의 사정을, 익숙한 거리에서 하나씩 듣는 SF다.

건물들 사이에서 등을 보인 두 사람

불합격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의 말

두 남자의 이야기 사이로 여러 사람의 인터뷰가 들어온다. 오늘은 최저임금으로 일했지만 내일은 일이 없다는 사람, 왜 불합격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말한다. 같은 구직의 어려움이어도 사정은 다르다. 일을 한 뒤에도 다음 날을 걱정해야 하고, 떨어진 까닭조차 모르면 무엇을 고쳐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주인공 두 명이 설명하지 않은 불안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서 구체적으로 들려온다.

이 인터뷰들은 모두 실제 경험을 그대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감독은 연출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섞여 있으며, 인터뷰로 주인공들의 감정을 대신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생활고를 따라가던 이야기가 다른 이들의 말을 듣는 시간으로 넓어진다. 두 주인공에게만 벌어진 기이한 사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들 사이에 끼어드는 말이 너무 익숙하다. 영화 속 미래를 보다가 자신이 겪었거나 주변에서 들었던 오늘의 걱정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자기를 소모품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만둬도 대신 일할 사람이 많다고 덧붙인다. 또 다른 인터뷰에는 이미 복제인간이 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복제 기술로 태어난 존재의 신분을 설명하는 말과, 자기 삶을 그런 존재에 빗대는 말은 다르다. 그런데 후자의 말을 듣고 나면 앞에서 걸어온 인공을 인간과 얼마나 다른지 판별하는 눈으로만 보기 어렵다. 필요할 때만 쓰이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앞에서는, 어느 쪽으로 태어났는지 가르는 일이 그리 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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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