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김푸름)의 500만 원은 자기 방을 얻기 위한 돈이다. 보육원을 나와 혼자 살아야 하는 열아홉 살에게, 방을 구하는 일은 앞으로의 생활을 마련하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은숙(…
세정(김푸름)의 500만 원은 자기 방을 얻기 위한 돈이다. 보육원을 나와 혼자 살아야 하는 열아홉 살에게, 방을 구하는 일은 앞으로의 생활을 마련하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은숙(송선미)이라는 여자가 나타나 그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어릴 때 세정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방미리 감독의 〈생명의 은인〉은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의 청년에게, 은혜를 갚으라는 듯 손을 내미는 어른을 보낸다.
미용실 실습생인 세정의 파마머리에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김푸름은 세정이 자신의 머리로 커트와 롤 연습을 할 법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마를 하고 오디션에 갔고, 그 모습이 영화의 세정에게 남았다. 배우가 상상한 것은 단지 예쁘게 꾸민 머리가 아니라,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익히려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세정에게 혼자 사는 생활은 막막하기만 한 미래가 아니다. 배우고 있는 일이 있고, 구하고 싶은 방이 있다.
그런 세정도 하고 싶은 말을 곧장 꺼내지는 못한다. 김푸름이 성실하고 공부도 잘하지만 어딘가 서툰 아이라고 설명한 인물이다. 자기 생활을 마련하려 애쓰는 아이 앞에서, 어른은 처음부터 큰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꺼낸다. 세정이 겪는 곤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직 자리를 잡지도 못했는데 다른 사람의 절박한 사정부터 듣게 된 것이다.
은숙은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에서 기대하기 쉬운 포근한 어른과도 거리가 있다. 방미리는 화려하고 뻔뻔해 보이면서도 문득 처연해지는 인물을 구상했고, 송선미의 밝고 쾌활한 면을 은숙에게 담고자 했다. 거절해야 할 부탁을 하는데도 세정은 그 사람에게 끌린다. 돈을 빌려줄 형편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어긋나면서, 이 불청객을 밀어내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보증금 사기로 500만 원을 잃는 사건은 세정이 세운 계획을 무너뜨린다. 이때 세정은 은숙과 함께 돈을 되찾으러 나선다. 방을 구할 돈을 빌려달라던 여자가, 이제 그 방을 구하는 데 필요한 돈을 찾으러 동행한다. 이 동행이 궁금한 것은, 돈을 빌려달라는 말 때문에 의심스러웠던 사람이 정작 세정이 돈을 모두 잃은 뒤에도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