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구원이라 부르는 간병인 | MovieLAB LAB

노인과 가족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던 요양보호사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로스트 케어〉의 시바(마츠야마 켄이치)다. 한 집에서 노인과 방문요양센터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검…

살인을 구원이라 부르는 간병인 | MovieLAB LAB

노인과 가족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던 요양보호사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로스트 케어〉의 시바(마츠야마 켄이치)다. 한 집에서 노인과 방문요양센터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검사 오토모(나가사와 마사미)가 시바의 행적을 조사한다. 그가 살해한 사람은 자신이 돌보던 노인 마흔두 명이다. 사람들은 안심하고 가족을 맡겼던 사람이 그 가족을 죽였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시바는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했다고 주장한다. 살인을 추궁하는 검사에게 그들이 살아 있을 때 겪은 어려움부터 이야기한다. 오토모는 그 말을 어디까지 들어야 할까. 시바가 들려주는 사정이 마음에 걸린다고 해서 그의 범행에 동의할 수는 없다. 영화는 두 배우를 마주 앉혀 그 불편한 대화를 오래 이어간다.

눈물을 머금은 오토모의 얼굴

두 배우가 마주 앉아 만드는 긴장

마츠야마 켄이치는 시바의 성실함과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함께 표현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범행을 저지른 인물에게서 노인을 돌보던 사람의 태도가 사라져서는 안 되는 역할이다. 좋은 평판을 얻었던 사람의 얼굴로 끔찍한 일을 설명하기에, 시바의 말을 듣는 일이 더욱 불편해진다.

나가사와 마사미는 오토모를 연기하며 단단한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검사로서 시바와 대등하게 맞서야 하는 동시에, 그의 말을 듣고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다. 두 배우가 주고받는 것은 준비된 주장만이 아니다. 반박하려고 듣던 말에 자신도 동요하는 순간이 있다. 시바가 말할 때 그를 듣는 오토모까지 살피게 되는 이유다.

감독 마에다 데쓰는 앉아서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찍으면서도 긴장이 풀리지 않게 해야 했다. 단조로움을 피하려고 카메라를 과하게 움직이면 오히려 연기를 방해할 수 있었다. 그는 감정의 흐름에 맞춰 촬영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누가 말을 시작하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대화의 주도권이 어디로 넘어가는지에 집중하게 하는 연출이다. 큰 사건을 다루면서도 두 배우의 작은 반응을 놓치기 어렵다.

실내에 나란히 있는 검찰 관계자들

아버지를 돌보려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면

시바의 과거에는 아버지(에모토 아키라)를 돌보던 시간이 있다. 식사를 챙기고 씻는 일을 돕는 동안에도 생계를 위한 돈은 필요하다. 그러나 일을 하러 나가려면 누군가 아버지 곁에 있어야 한다. 돈을 벌어야 돌볼 수 있는데, 돌보느라 돈을 벌 수 없다. 시바가 갇혔던 막막함은 이 모순에서 시작된다.

시바가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이 사정은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지만, 아버지를 두고 나갈 수 없는 형편은 달라지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효심이 부족한 아들의 문제가 아니다. 돌보는 가족 한 사람이 일과 간병을 모두 감당해야 할 때,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

시바는 이런 경험을 사람들을 죽인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는 돌봄을 받던 사람들의 뜻이 빠져 있다.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것과 그 가족을 위해 누군가의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시바의 과거를 알고 나면 범행을 이해한 듯하다가도, 그가 죽인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시 그 설명을 의심하게 된다.

범인이 밝혀져도 수사실 밖에서는 여전히 간병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그날 저녁 부모의 식사를 챙기고, 다음 날 출근을 어떻게 할지 고민할 것이다. 시바를 처벌하는 일과 그 가족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은 각각 필요하다. 영화는 범인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이유로 그가 들려준 생활의 어려움까지 잊어도 되는지 묻는다.

관련 작품

◆ 〈죽여주는 여자〉 (2016, 이재용) — 노년의 가난과 고립, 죽음을 부탁하는 관계를 가까이에서 다룬다. 극 중 인물의 요청을 사회 전체의 해답처럼 받아들이기보다, 그 부탁이 나오기까지 어떤 도움이 부재했는지 함께 살필 수 있다.

◆ 〈파편들의 집〉 (2022, 시몬 레렝 빌몽) — 임시 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과 돌보는 어른들의 시간을 담는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었다는 사실 다음에도 일상적인 보살핌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돌봄의 대상을 달리하며 같은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