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젠토의 잔혹한 추격전, 뜻밖의 동행 | MovieLAB LAB

로마의 한낮에 일식이 찾아온다. 태양이 가려지는 광경으로 시작하는 〈다크 글래시스〉에서, 성매매 여성 다이애나(일레니아 파스토렐리)는 연쇄살인자에게 쫓기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

아르젠토의 잔혹한 추격전, 뜻밖의 동행 | MovieLAB LAB

로마의 한낮에 일식이 찾아온다. 태양이 가려지는 광경으로 시작하는 〈다크 글래시스〉에서, 성매매 여성 다이애나(일레니아 파스토렐리)는 연쇄살인자에게 쫓기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로 시력을 잃지만 살인자는 추격을 멈추지 않는다. 눈앞의 위험을 볼 수 없게 된 다이애나는 다시 달아나야 한다.

그의 곁에 뜻밖의 동행자가 생긴다. 같은 사고를 겪은 중국인 소년 친(안드레아 장)이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끔찍한 사고로 만난 두 사람을 함께 움직이게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여성과 어린 소년이 함께 살인자를 피해야 한다.

흰 지팡이를 든 여성과 벤치에서 대화하는 여성

눈앞의 위험을 볼 수 없는 사람

다이애나는 살인자를 피해 도망치기에 앞서, 시력을 잃은 뒤의 생활부터 배워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적응을 돕는 리타(아시아 아르젠토)가 그를 찾아와 일상을 익히도록 돕고 친구가 된다. 이런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사고가 다이애나에게 남긴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살인자가 나타나지 않는 순간에도, 그는 전과 같은 방식으로 생활할 수 없다.

다이애나를 연기한 파스토렐리는 시각장애를 표현하는 것보다 두려움을 연기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촬영장에 실제 살인자가 있는 것은 아니니, 무엇을 두려워할지 스스로 상상해야 했다. 배우가 설명한 이 어려움은 다이애나의 처지와도 맞닿는다. 다이애나는 위협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어느 쪽에서 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공원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성

로마 외곽의 낯선 숲

영화는 두 사람이 움직일 공간에도 불안을 남겨둔다. 감독은 촬영지인 로마 외곽의 자연을 덤불이 무성하고 거친 곳으로 설명했다. 그곳에서 인물이 겪는 위험에는 동화 같은 기묘함도 느꼈다고 한다. 로마라는 이름에서 떠올릴 법한 유적과 광장 대신,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숲이 추격의 무대가 된다.

영화 첫머리에서는 일식이 잠깐 도시를 어둡게 한다. 그러나 다이애나가 사고로 겪은 변화는 햇빛이 돌아온다고 끝나지 않는다. 이 차이 때문에 도입의 일식도 불길한 볼거리로만 남지는 않는다. 빛이 사라지는 광경을 함께 보던 관객은, 이제 자신에게는 보이는 길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따라가게 된다.

다이애나 곁에 남은 아이

친은 다이애나가 주변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아이가 곁에 있어 다행이지만, 친 역시 같은 사고를 겪은 당사자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덜 수 없다. 다이애나는 아이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 아이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아르젠토는 파스토렐리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다이애나와 친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연기하는 배우에게, 아이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표현하는 일도 맡긴 것이다. 그 다정함 때문에 영화의 잔혹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이 서로를 아낄수록 추격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더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게 된다.

관련 작품

◆ 〈인 패브릭: 레드 드레스〉 (2018, 피터 스트릭랜드) — 저주받은 옷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 사이로 직장과 상점의 우스꽝스러운 대화가 끼어든다. 기괴한 공포와 그 일을 겪는 사람들의 생활이 한데 있다는 점에서 이어 볼 만하다.

◆ 〈어글리 시스터〉 (2025, 에밀리 블리치펠트) — 아름다워지려는 소녀가 자기 몸을 바꾸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잔혹한 장면을 본 뒤에도 그 소녀가 무엇을 원했는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피해를 입는 인물 곁에 머무는 또 다른 공포영화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