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이효제)가 동생들에게 이대로 계속 함께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동생들은 이미 같이 있지 않느냐며 웃는다. 같은 집에서 지내는 아이들이지만 준호에게는 지금의 생활이 계속될 거…
준호(이효제)가 동생들에게 이대로 계속 함께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동생들은 이미 같이 있지 않느냐며 웃는다. 같은 집에서 지내는 아이들이지만 준호에게는 지금의 생활이 계속될 거라는 확신이 없다. 〈홈〉에서 엄마의 사고로 갈 곳을 잃은 준호는 아버지가 다른 동생 성호(임태풍)를 따라 새집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성호의 아빠 원재(허준석)와 원재의 딸 지영(김하나)이 있다. 동생에게는 아빠의 집이지만, 준호에게는 동생의 아빠가 받아준 집이다. 세 아이의 짧은 대화에도 이 차이가 묻어난다.
준호는 성호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형이다. 엄마가 사고로 의식을 잃자, 그는 성호에게 혼자 원재를 따라가라고 하기도 한다. 동생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지만, 그러고 나면 형은 어디로 가야 할까. 동생을 돌보던 모습을 알고 나니 둘이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더 안타깝다. 원재가 준호까지 데려가는 것은 잠자리 하나를 내주는 일인 동시에, 형제를 계속 함께 있게 해주는 일이다.
그렇다고 새집의 편안함을 곧 준호의 안도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효제는 엄마와 살던 단칸방에서는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편하고, 원재의 집에서는 그 반대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동생들과 함께 지내는 즐거움이 있어도, 이 집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지를 준호가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다. 원재의 호의를 반기면서도 그 마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하게 되는 이유다.

준호의 친아버지(강원재)는 살아 있다. 부자가 평상에 앉아 젤리를 나눠 먹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준호가 같이 밥을 먹자고 하자 아버지는 그러지 않고, 다시 찾아오지 말라는 말까지 한다. 함께 군것질을 할 수 있는 친밀함이 아이를 맡아 돌보겠다는 약속까지 되지는 않는다. 젤리를 나누는 사소한 즐거움 때문에, 바로 그 어른에게 기댈 수 없다는 처지가 더 서글프다.
마침내 준호는 원재에게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원재의 반응을 보여주는 대신 준호의 뒷모습을 남긴다. 부탁을 들은 어른이 어떤 얼굴을 하는지보다, 아이가 자기 바람을 드러내는 일이 먼저 보인다. 김종우 감독은 원재의 반응도 촬영했지만 최종적으로 덜어냈다. 또 이효제가 끝내 말을 내뱉는 호흡을 중요하게 여겨 현장에서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동생들에게는 함께 지내고 싶다는 소망으로 꺼냈던 말을, 이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른에게 직접 건넨다.
동생에게는 혼자 아빠를 따라가라고 말하던 아이가 이제 자신도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 부탁을 들으면 준호의 어른스러움도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동생을 챙길 줄 안다고 해서, 자신을 돌봐줄 사람까지 필요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