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무원 창식(김종구)의 아내 길순(전국향)은 뇌출혈로 쓰러져 누워 있다. 간병인 수옥(강애심)이 함께 살며 그를 돌본다. 길순의 몸에 욕창이 생기면서, 이 집에서 누가 무엇…
퇴직 공무원 창식(김종구)의 아내 길순(전국향)은 뇌출혈로 쓰러져 누워 있다. 간병인 수옥(강애심)이 함께 살며 그를 돌본다. 길순의 몸에 욕창이 생기면서, 이 집에서 누가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아내의 병을 걱정하는 남편과 실제로 몸을 돌보는 사람, 부모를 찾아오는 자녀들이 같은 일을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수옥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수옥은 미등록 체류 상태인 중국 동포다. 비자를 얻으려고 위장결혼을 하려 한다. 창식은 자신과 결혼하자고 제안한다. 아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해 함께 지내다가, 그 사람을 아내로 맞고 싶어진 것이다. 수옥에게 필요한 체류 자격과 창식이 지키고 싶은 생활이 한 청혼 안에서 만난다. 병든 아내가 있는 집에서 나온 이 제안을,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라고만 부르기는 어렵다.
가족이 모여 이야기할 때 아들보다 며느리가 미안해하고 쩔쩔맨다. 부모를 돌볼 책임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아들과, 거절하기 편치 않은 며느리의 태도가 다르다. 가족과 혈연으로 얼마나 가까운지가 실제로 맡아야 할 수고의 크기를 정해주지는 않는 것이다.
딸 지수(김도영)는 두 오빠가 있는 집의 막내다. 심혜정 감독은 맏딸이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이 순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돌봄을 맡는 여자에게는 나이와 서열을 따지기 전에 기대되는 일이 있는 셈이다. 지수에게도 남편과 자식이 있는 자기 집의 문제가 있지만, 아픈 엄마의 일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욕창〉의 가족들은 모두 자기 사정이 있다. 그 사정을 말할 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남겨놓는지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
창식은 제자리에서 오르내리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몸을 움직인다. 감독은 노인들이 반복되는 일상을 지키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움직일 수 있는 몸과 익숙한 하루는 그에게도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기 몸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누워 있는 아내를 돌보는 수고는 같지 않다. 창식이 잃고 싶지 않은 일상에는 수옥이 해온 일이 포함되어 있다.

창식과 수옥이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는 이 관계를 더 쉽게 정리하기 어려워진다. 김종구가 어깨를 다독이자 강애심은 눈물을 흘렸다. 감독이 전한 배우의 마음은, 애써 일하고도 가족들에게 수모를 당한 사람이 위로받을 때 터지는 설움이었다. 수옥을 곁에 두려는 창식의 바람을 알고 보아도,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이 수옥에게 고마울 수 있다는 사실까지 지울 수는 없다.
배우들이 그 춤에서 느낀 감정도 하나로 같지 않았다. 강애심은 상대가 유혹하듯 손을 내밀던 시도에서 출발해, 인간적인 연민으로 장면을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김종구는 수옥을 좋아하며 따라다니던 마음이 춤추는 동안에도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음악 대신 창식의 거친 숨소리가 커진다. 감독은 그 불안을 함께 듣게 하려고 호흡을 증폭했다고 설명했다. 제자리 운동을 하며 익숙한 생활을 유지하려던 사람에게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온다.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는 바람에는, 그가 떠난 뒤 자신이 감당해야 할 하루에 대한 두려움도 섞여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