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많은 극장은 누가 지킬까 | MovieLAB LAB

윤기형 감독이 애관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의 단체관람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아버지와 아들까지 삼대가 함께 그 극장을 찾았다. 2021년 그가 들려준 이…

추억이 많은 극장은 누가 지킬까 | MovieLAB LAB

윤기형 감독이 애관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의 단체관람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아버지와 아들까지 삼대가 함께 그 극장을 찾았다. 2021년 그가 들려준 이 기억에는 같은 장소를 다른 나이에 다시 찾는 즐거움이 있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인천 애관극장과 그 주변의 옛 극장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보러 갔던 소년은 이번에는 그곳의 이야기를 찍는 사람이 되었다.

관객석에 앉았던 기억만 모인 것은 아니다. 촬영을 이어가던 윤기형이 전한 이야기 가운데는 전무송이 잠시 애관극장의 간판을 그리는 일을 했다는 사연이 있다. 가수 한명숙에게는 데뷔 무대였던 곳이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러 들어갔고, 누군가는 무대에 섰으며, 누군가는 극장에서 일했다. 이들의 말을 함께 듣는 일은 상영작 목록을 복원하는 것과 다르다. 같은 극장도 어떤 일을 하며 드나들었는지에 따라 다른 장소로 남는다.

극장 문을 열고, 다음 사람을 찾아가다

촬영부터 허락받아야 했다. 윤기형은 반년 동안 설득한 끝에 극장 대표를 인터뷰하지 않고 최소 인원으로 촬영한다는 조건으로 승낙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 사진과 신문자료를 모으고, 배우와 지역 연구자, 시민 등 백여 명을 만났다. 최불암이나 봉준호처럼 익숙한 얼굴도 등장하지만, 영사기사와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도 있다. 한 장소를 설명할 권한을 유명한 몇 사람에게만 맡기지 않는 기록이다.

만남은 한 사람의 인터뷰에서 끝나지 않았다. 윤기형은 출연자들이 다음에 만날 사람과 찾아갈 곳을 소개해주었다고 회고했다. 한 사람의 기억이 다른 사람을 찾을 실마리가 된 것이다. 사진과 신문이 남긴 흔적 옆에,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증언이 쌓인다. 봉준호는 애관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어릴 때 다녔던 대구의 극장도 떠올린다. 애관에 관한 대화가 인천 밖 다른 도시의 관람 경험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고 객석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개봉한 2021년, 애관극장 1관에는 관객이 두세 명만 오거나 아무도 오지 않아 상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직원들은 월급을 받는 데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억 속의 극장을 이야기하던 목소리와, 하루하루 출근해서 영화를 틀어야 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여기서 무게가 달라진다. 극장은 누군가에게 지나간 청춘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일터다.

영화의 인터뷰 참여자들은 보존의 부담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된 장소를 아끼는 마음이 매일의 운영비를 대신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물음은 애관을 잘 아는 사람의 추억담을 넘어, 그 공간을 앞으로 누가 책임질 것인지로 이어진다. 윤기형은 자신의 영화가 극장의 존속에 작은 기여라도 하기를 바랐다. 2021년 10월, 그렇게 만든 영화가 애관극장에서도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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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