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던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데 자꾸 길을 잘못 든다. 오세현 감독의 〈우수〉에서 대학 후배 철수의 부고를 받은 사진관 사장(윤제문)은 후배(김태훈), 김 이사(김지성)와 함께 서…
친했던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데 자꾸 길을 잘못 든다. 오세현 감독의 〈우수〉에서 대학 후배 철수의 부고를 받은 사진관 사장(윤제문)은 후배(김태훈), 김 이사(김지성)와 함께 서울에서 광양으로 향한다. 같은 사람을 잃은 세 사람이지만, 한 차에 탔다고 마음까지 나란히 움직이지는 않는다. 고인에 관한 대화에는 지금 곁에 앉은 사람의 반응을 살피게 하는 말도 섞인다.
사장과 김 이사는 옛 연인이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을 두고 김지성은 윤제문과 연극을 하듯 끊지 않고 연기했다고 회고했다. 여러 번의 촬영에서 호흡을 맞추며 만든 롱테이크다.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본 뒤 촬영 결과를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 한마디만 떼어 듣기보다, 한 공간에서 계속 상대를 대해야 하는 시간을 눈여겨볼 만하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대화가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김 이사는 철수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장과 둘만 남자 그 말은 거짓이었다고 고친다. 사장의 대답은 짧다. “알아.” 고인에 관한 새로운 정보처럼 들렸던 말이, 살아 있는 두 사람 사이의 대화로 되돌아온다. 사장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김 이사가 어떤 반응을 바랐는지는 이 짧은 대답으로 다 풀리지 않는다. 다만 철수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읽을 수 있다. 죽은 친구가 길을 떠나게 했지만, 차 안을 어색하게 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말만으로 다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반복되는 화면에도 남는다. 영화 초반 계단을 오르는 발이 종반의 꿈에 다시 등장한다. 오세현은 처음에는 더 많았던 이 장면을 편집하면서 두 번만 남겼다. 처음 사장의 발로 여겼던 것이 죽은 철수의 발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려 했다는 설명이다. 사장과 철수가 같은 인물이라는 해답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친구의 죽음을 향해 가는 사람과 이미 죽은 친구의 모습이, 같은 발걸음 안에서 잠시 겹쳐질 수 있게 한 선택이다.
길을 헤매던 중에는 얼마나 잘못 온 것이냐는 질문에, 잘못 온 것이 아니라 덜 온 것 같다는 답이 돌아온다. 김지성은 정말 얼마나 잘못 왔는지 궁금해서 물었고, 김태훈은 정말 덜 온 것 같아 대답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이 대사에는 조금 의미를 싣고 싶었다고 밝혔다. 길을 묻는 사람들의 말은 그대로 두고, 그 말에 다른 뜻이 들리는지는 관객에게 남긴다. 장례식에 가는 길의 대화를 듣다 보면, 농담인지 속내인지 쉽게 가르기 어려운 순간이 생긴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