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해준 선배가 나를 이용한다 | MovieLAB LAB

재기(조민상)가 처음 전동 휠체어를 타는 순간에는 기쁨이 있다. 다른 장애인이 건네주고 사용법까지 알려준 휠체어다. 혼자 밖에 나가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단이…

일자리를 구해준 선배가 나를 이용한다 | MovieLAB LAB

재기(조민상)가 처음 전동 휠체어를 타는 순간에는 기쁨이 있다. 다른 장애인이 건네주고 사용법까지 알려준 휠체어다. 혼자 밖에 나가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단이 생긴 것이다. 정재익·서태수 감독의 〈복지식당〉에서 이 장면은 재기가 앞으로 얻고 싶은 생활을 짧게 보여준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필요한 곳에 갈 수 있는 생활. 이 기쁨에는 사고 뒤 오랫동안 병원과 집에 머물다가 밖에 나가게 된 정재익의 경험이 담겼다. 하지만 재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와 그가 받을 수 있다고 정해진 것은 번번이 어긋난다.

교통사고 뒤 장애인이 된 재기는 휠체어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움직이기 어렵다. 그런데 영화 속 장애 등급 심사에서는 경증에 해당하는 5급을 받는다. 전동 휠체어 지원을 받는 일부터 막힌다. 어머니가 남긴 작은 집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도 되지 못한다. 살 집은 있지만 생활을 꾸릴 방법은 막막한 재기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선배 병호(임호준)가 다가온다.

일자리를 아는 사람,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

병호는 재기보다 제도를 잘 안다. 등급을 바꿀 소송과 취업을 알아봐 주고, 재기는 그의 도움으로 대출도 받는다. 막혔던 일이 풀리니 그를 따를 이유가 있다. 하지만 병호는 그 관계를 이용해 재기의 돈을 갈취한다. 혼자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고 싶었던 사람이, 누군가의 말을 거스르기 어려운 자리에 놓인다.

이 관계의 곤란은 병호가 재기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병호 역시 장애인이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알고 있다. 재기에게 필요한 길을 알려주는 능력이 병호에게 힘을 준다. 도움을 받을 통로가 넉넉하지 않은 재기는, 자신을 이용하는 사람에게조차 기대야 한다. 제도의 문턱과 개인의 횡포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의 관계가 보여준다.

정재익은 병호를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는지 모르는 인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병호를 나쁜 사람으로 판별하는 것과 재기가 그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재기의 편에서 보면 당장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한 정답보다, 그에게 매달리지 않고도 일을 구하고 도움을 받을 방법이다.

정재익은 처음에는 이 관계를 영화에서 강하게 드러내는 데 반대했다. 앞으로도 자신이 계속 살아가야 할 장애인 사회 안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서태수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초고에서 작게 다뤘던 피해를 영화의 중요한 갈등으로 키웠다. 피해를 이야기한 뒤에도 그 사람들과의 관계는 계속된다. 병호를 영화에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감독 자신도 그 두려움을 겪어야 했다.

경사진 주택가 도로에서 한 여성이 남성이 탄 휠체어를 뒤에서 밀고 있는 모습.

꿈에서는 아직 걷고 있다

재기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집 앞에 있을 때, 그가 일어나 걷거나 어머니가 나타나는 몽환적인 순간들이 들어온다. 정재익은 자신이 여전히 꿈속에서는 걸어다닌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의 몸으로 살아가는 시간에도, 그전의 몸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등급을 심사받는 장면에서는 몇 가지 조건으로 설명해야 했던 사람이, 여기서는 그 설명만으로 다 알 수 없는 과거를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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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