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명단은 있는데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한국의 기록에는 한국 이름이, 일본에서의 생활에는 일본 이름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을 만들던 김명준 감독이 마주한 첫 …
선수 명단은 있는데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한국의 기록에는 한국 이름이, 일본에서의 생활에는 일본 이름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을 만들던 김명준 감독이 마주한 첫 난관이다. 한국 고교야구대회에 왔던 재일동포 학생들을 수십 년 뒤에 찾아가려니, 기록에 남은 이름과 지금 살아가는 사람 사이를 잇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제작진이 찾으려 한 이들은 1982년 봉황대기 결승에 올랐던 재일동포팀 선수들이다. 감독은 처음에 1974년 결승 진출팀도 후보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뒤늦게 구한 일본 이름 명단은 1975년부터 시작했다. 그보다 앞선 팀을 찾기 어려워 1982년 멤버들을 택했다. 한국 야구사에 이름이 실려 있다는 것과,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김명준이 주인공으로 삼으려 한 사람들은 고교 시절 이후 야구를 그만둔 이들이었다. 유명 선수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뤘고, 자신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싶었다고 제작 중에 설명했다. 그는 복잡한 재일동포 사회에서 학생야구단의 경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이들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묻는 일이 필요했다.

영화에서 옛 동료들이 다시 만나는 곳은 삼겹살집이다. 양시철과 김근, 권인지 등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지난 일을 꺼낸다. 함께 기억하는 사람이 앞에 있으니 옛 경기는 현재의 대화가 된다. 카메라는 기록에서 찾던 선수들을 서로 농담을 나누는 친구로 만난다.
그 대화에 즐거웠던 기억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선수들은 한국에서 경기하던 때, 일본말을 한다고 외국인 취급을 받으며 질타당했던 경험도 이야기한다. 경기에 초대받는 일과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은 같지 않았다. 옛 동료들과 편하게 추억을 나누는 자리가 생겼다고 해서 당시의 서운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이들을 잠실야구장의 시구자로 초대하려 한다. 김근은 “이름도 없는 선수들이 어떻게 시구식을 하냐”며 반신반의한다. 기록을 따라 어렵게 찾아낸 사람은 정작 자신이 사람들 앞에 나설 자격을 의심한다. 감독은 유명해진 몇몇 선수만 한국 야구에 기여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누구를 기억할지에 대한 그 생각은, 시구를 청하는 구체적인 제안으로 선수들에게 건네진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