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준 폐가 원망스러운 사격선수 | MovieLAB LAB

태화(이수혁)는 아버지에게서 폐를 이식받았다. 그 폐로 살아가는 아들은 아버지가 저지른 뺑소니 사고에서 마음을 떼어놓지 못한다. 피해자의 딸 미지(하윤경)를 찾아가 보상하려는 것…

살려준 폐가 원망스러운 사격선수 | MovieLAB LAB

태화(이수혁)는 아버지에게서 폐를 이식받았다. 그 폐로 살아가는 아들은 아버지가 저지른 뺑소니 사고에서 마음을 떼어놓지 못한다. 피해자의 딸 미지(하윤경)를 찾아가 보상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강동인 감독의 〈파란〉은 자신을 살린 폐 때문에 아버지의 죄까지 떠안았다고 느끼는 남자를 따라간다.

어두운 거실 소파에 방독면을 쓴 사람이 앉아 있고 옆에는 상자들이 쌓여 있는 모습.

숨을 참는 시간

영화가 태화를 소개하는 오프닝은 경기에 나선 그의 뒷모습을 따른다. 이수혁은 얼굴 대신 등을 보이는 이 대목에서, 힘겹지만 아직 의지가 남은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호흡을 준비할 때도 비슷한 병을 앓는 사람들의 자료를 찾아보고 연습했다. 태화의 괴로움은 말로 털어놓는 사연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숨을 쉬는 일에도 걸려 있다.

태화의 종목은 클레이 사격이다. 강동인은 사격할 때 숨을 참는 순간을 이식받은 폐에 대한 원망과 연결했다. 태화에게는 호흡을 멈출 때가 오히려 편할 수 있겠다는 구상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받은 폐를 거부하고 싶다는 모순을, 태화가 오래 해온 운동 안에서 보게 하는 설정이다.

800만 원으로 정리되지 않는 관계

미지를 만난 태화는 예물을 건넨다. 800만 원이라는 값을 붙여 자신의 죄책감을 갚으려는 행동이다. 얼마가 필요한지 함께 정하기에 앞서 그가 먼저 계산을 마친 셈이다. 이수혁은 태화가 미지에게 보상하는 데에는 자기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을 도우려는 행동 속에 자신을 위한 조급함이 있다.

미지가 마음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 데에도 사정이 있다. 강동인은 미지가 진실을 숨기며 태화를 밀어내는 한편,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구해달라는 마음도 드러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능숙하게 상대를 대하는 모습과 미숙한 소녀의 모습을 함께 둔 것이다.

태화가 미지를 숙소로 데려다주려는데 가지 않겠다고 버티자, 그는 자기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떠난다. 데려다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정작 자기 차도 두고 가버린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정을 알고도 예상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무거운 사연을 지닌 태화가 매번 심각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서, 이 남자를 지켜보는 재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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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