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강한 척했던 자매가 마주 앉으면 | MovieLAB LAB

간호사 유정(박예영)은 경찰에게서 동생의 소식을 듣는다. 고등학생 기정(이하은)이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라고 자백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 하지만, 동생은 좀…

서로 강한 척했던 자매가 마주 앉으면 | MovieLAB LAB

간호사 유정(박예영)은 경찰에게서 동생의 소식을 듣는다. 고등학생 기정(이하은)이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라고 자백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 하지만, 동생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기정의 친구를 찾아가면서 유정은 자신이 동생에 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는다. 정해일 감독의 〈언니 유정〉에서 낯선 것은 사건만이 아니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던 동생과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언니도 있다.

언니 앞의 침묵, 친구 앞의 웃음

조사실의 자매 사이에는 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서로를 볼 수 있는 거리인데도 기정은 쉽게 눈을 마주치거나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이하은은 시선을 미리 정해두기보다 상대 배우의 호흡에 반응했고, 연기하는 동안 실제로 눈을 보기 어렵고 대사가 나오지 않는 순간을 겪었다고 한다. 감독은 그 침묵이 이어지는 시간을 기다려주었다. 대답을 재촉하고 싶은 상황에서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연기다. 동생이 입을 닫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던, 언니에게 말을 건네는 어려움이 드러난다.

친구 희진(김이경)과 함께 있을 때 기정은 다르다. 두 사람이 놀이터에서 웃는 장면에는 언니 앞에서 보지 못한 편안함이 있다. 이하은은 희진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또래로 생각했고, 동갑인 김이경과 실제로 친해져 함께 웃으며 연기했다. 기정에게는 언니가 모르는 친구와의 시간이 있었다. 이 웃음을 알게 되면 조사실의 침묵을 원래 말없는 아이의 성격으로만 보기가 어려워진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달랐던 것이다.

기정과 희진의 과거가 제시되는 방식도 이 차이와 관련 있다. 감독은 유정이 사건을 부정하고 슬퍼하다가 동생을 이해하게 되는 시점을 먼저 정한 뒤, 두 친구의 회상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유정이 몰랐던 일들은 단서를 모아 사건을 푸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함께 웃을 친구가 있는 학생의 생활을 알게 되면서,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라는 설명만으로는 기정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사건을 알아보러 다니는 언니와 별도로, 관객은 동생이 살아온 시간을 조금씩 만나게 된다.

몸을 기울여 다른 사람을 감싸는 여성

언니에게도 엄마가 없었다

유정은 동생을 돌보는 사람인 동시에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다. 그가 엄마 대신 자매를 키워준 고모에게 화를 내고, 문 앞에서 울다가도 곧 일어나 전화를 받으러 가는 모습은 그래서 아프다. 실컷 울고 나서 다음 일을 시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울던 사람과 다시 전화를 받는 사람이 같은 유정이라는 사실이, 동생의 일을 해결하려고 분주했던 언니를 돌아보게 한다.

박예영은 유정과 기정이 서로 강한 척하느라 제대로 기대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이 설명은 유정만 희생하고 기정은 마음을 닫았다는 식으로 자매를 나누지 않는다. 언니에게도 자기 사정을 털어놓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면회 중 기정과 정면으로 눈을 맞추는 클로즈업은 박예영이 동생에게 사랑을 똑바로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감독, 촬영감독과 의논해 만든 장면이다. 동생에게 설명을 요구하던 언니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유정이 기정에게 쓴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에는 “나도 엄마가 없어진 어린 여자애일 뿐인데”라는 말이 나온다. 편집본에서 혼자 있는 기정의 모습을 본 뒤 박예영이 직접 쓴 대사다. 동생에게 엄마 노릇을 하던 사람이 자신에게도 엄마가 없었다고 말한다. 늘 동생보다 먼저 답을 알아야 할 것 같던 언니가, 같은 상실을 겪은 자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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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