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가까운 마을에서 시작된 연애 | MovieLAB LAB

〈최애〉의 더이(궈푸청)와 친친(장쯔이)은 병 때문에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나서야 서로를 만난다. 매혈 과정에서 HIV가 퍼진 중국의 한 마을. 버려진 학교에 환자들이 모여 지내고…

죽음이 가까운 마을에서 시작된 연애 | MovieLAB LAB

〈최애〉의 더이(궈푸청)와 친친(장쯔이)은 병 때문에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나서야 서로를 만난다. 매혈 과정에서 HIV가 퍼진 중국의 한 마을. 버려진 학교에 환자들이 모여 지내고, 두 사람도 그곳에서 가까워진다. 각자 배우자가 있는 처지지만 이미 그 관계에서 외면받고 있다.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도 둘만의 결정으로 새 생활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구창웨이 감독은 두 사람이 아프다는 사실만큼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중요하게 다룬다. 질투도 하고,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죽음만 기다리는 환자로 보지만, 정작 두 사람에게는 아직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 그중 하나가 함께 사는 일이다.

외면받던 두 사람이 서로를 원할 때

궈푸청의 더이는 자신의 처지를 얌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화를 내고 앞뒤를 재지 않는 행동도 한다. 친친에게 끌리는 마음 역시 처음부터 숭고한 사랑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함께 지내는 동안, 잠깐의 위안을 구하던 관계가 쉽게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이로 달라진다.

함께 살 방법을 찾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애를 태우는 모습에는 연애영화에서 보던 감정들이 있다. 병에 걸린 사람이라서 안타깝게 바라보다가도, 상대가 마음을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순간에는 두 사람의 연애가 궁금해진다. 병세나 남은 시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표정들이다.

장쯔이와 궈푸청은 서로에게 마음이 가는 모습을 통해 그 변화를 보여준다. 친친에게 더이는 마을이 꺼리는 환자이기 전에 곁에 두고 싶은 남자다. 더이에게도 자신을 원하는 사람이 생긴다. 모두가 멀리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만남이 절실해진다.

축하받고 싶어 나눠주는 사탕

친친이 혼인신고 뒤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려는 장면이 있다. 기쁜 일을 알리는 행동인데 사람들은 사탕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관계가 서류로 인정받았어도, 마을의 시선은 곧바로 달라지지 않는다. 친친은 결혼했다는 사실만 알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부처럼 축하받고 싶다.

장쯔이는 훗날 이 장면을 자신의 연기에서 잊기 어려운 순간으로 꼽았다. 대본에는 서류를 받고 기뻐서 운다는 지시가 있었지만, 촬영 중에는 이제 자신들의 관계가 합법이라는 말을 거듭하게 되었다고 한다. 숨이 차고 말을 멈추는 호흡도 미리 계산해둔 것은 아니었다. 기쁨을 표현하는 장면인데, 그 기쁨을 인정해달라고 필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사람의 절박함이 함께 나왔다.

사람들이 사탕을 받지 않을 때 장면은 더 아파진다. 친친이 나누고 싶었던 것은 결혼했다는 기쁜 소식이다. 혼인신고를 마쳤어도 그 소식을 기꺼이 들어줄 사람을 찾기 어렵다. 병에 대한 마을의 두려움과 차별이, 결혼을 축하하지 않는 일상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촬영장에서도 함께 지내는 일을 택했다

제작진은 실제 HIV 감염인들을 촬영에 참여시키고 함께 생활하며 작업했다. 그 과정은 별도의 다큐멘터리로도 기록되었다. 출연한 장쯔이는 함께 먹고 지낸 경험을 돌아보며 막연히 두려워했던 것과 달랐다고 이야기했다. 영화가 전하려던 문제를 촬영장에서도 직접 마주한 것이다.

영화가 그리는 것은 당시 그 마을에서 병과 차별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삶이다. 이를 오늘날 HIV 감염인 모두의 사정으로 넓혀 볼 수는 없다. 〈최애〉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남지 않은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고, 함께 사는 일을 꿈꾼다. 구창웨이는 그 바람을 멜로의 중심에 놓는다.

친친이 내미는 사탕을 떠올리면 두 사람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다. 더 오래 함께 있고 싶고, 결혼을 축하받고 싶다. 장쯔이가 기뻐하다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누군가 사탕을 받아주기만 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영화는 그 작은 축하조차 받기 어려운 연인들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

관련 작품

◆ 〈후회하지 않아〉 (2006, 이송희일) — 계급과 편견이 두 사람의 연애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다룬다. 인물들이 처한 조건을 이해하는 일과 그들의 구체적인 욕망을 따라가는 일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어 볼 만하다.

◆ 〈산사나무 아래〉 (2010, 장이머우) — 시대와 가족의 조건 때문에 마음을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두 청춘의 사랑을 담는다. 관계를 드러내는 일에 어떤 대가가 걸려 있는지, 두 영화의 서로 다른 연애 속도를 비교하며 생각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