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줘야 일을 하죠.” 정은(유다인)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일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본사에서 7년을 일한 그는 하청업체로 1년간 파견된다. 버티고 본사로 돌아가려 하…
“일을 줘야 일을 하죠.” 정은(유다인)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일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본사에서 7년을 일한 그는 하청업체로 1년간 파견된다. 버티고 본사로 돌아가려 하지만, 자신을 보낸 쪽은 그가 그만두기를 바란다. 이태겸 감독의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출근하는 것과 일할 자리를 얻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가 된 사람에게서 시작한다.
하청업체에서도 정은을 반기지 않는다. 사무직 출신인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현장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은은 작업복을 입고 송전탑에 오르는 일을 배우기로 한다. 회사에 남기 위해 해보지 않은 일을 익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를 돕는 동료는 막내(오정세)다.

정은이 탑에 오르려다 망설이는 동안 막내는 일을 마치고 지나간다. “끝났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의 속도 차이가 드러난다. 한쪽은 시작도 못 했는데 다른 쪽은 벌써 끝났다. 유다인은 이 장면의 대사와 상황이 오정세의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정은에게는 두려운 높이가 막내에게는 매일의 일터라는 사실이, 뜻밖에 웃음이 나는 순간을 만든다.
일을 하겠다는 마음만으로 몸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정은은 그만둘 생각이 없지만, 철탑 앞에서는 발을 떼기가 어렵다. 이 망설임에는 사무직에서 보낸 7년의 경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은이 자리를 지키려면 회사에 항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려운 높이에서 손발을 움직이는 법도 배워야 한다.
철탑에서의 노동은 음악에도 재료를 보탠다. 감독은 음악팀과 전기가 흐르는 소리, 수공구가 철탑에 부딪히는 소리를 따서 곡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정은에게 높이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구조물에는 누군가 매일 손을 대고 일하는 소리도 있다. 낯선 곳에 발을 붙이려는 사람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그 일터의 소리를 음악 속에서도 듣게 한다.
막내는 정은보다 이 일에 익숙하지만, 그에게도 넉넉한 하루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딸을 부양하는 그는 낮에 송전탑에서 일하고, 밤에는 편의점 근무와 대리운전을 한다. 정은에게는 어떻게 시작할지가 난관이라면, 막내에게는 하나를 끝내도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다. 정은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그저 여유 있게 손을 내미는 선배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태겸은 막내를 착한 마음을 드러낼 여유조차 없는 인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사로 돌아가려는 정은에게 잠시 머물 곳인 이 현장이, 막내에게는 계속 일해야 할 곳이다. 그 차이를 둔 채 막내는 정은에게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