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안내자로 나선 배우 강하나가 재연 장면 속 소녀와 눈을 마주친다. 이원식의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일제강점기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안내자로 나선 배우 강하나가 재연 장면 속 소녀와 눈을 마주친다. 이원식의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일제강점기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강하나는 이 장면을 찍으며 실제 여공을 만나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재연은 증언을 설명하는 그림이면서, 지금의 사람이 과거의 사람에게 다가가는 자리가 된다.
강하나는 실제 여공이었던 노인을 만났을 때도 가까움을 느꼈다. 노인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말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집에서 두 언어를 함께 쓴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산 두 사람 사이에 같은 생활의 말투가 있었다. 이 친근함은 과거의 기록을 소리 내어 읽는 일과도 이어진다. 감독은 증언을 정갈한 한국어로 바꾸면 오히려 당시 사람들에게서 멀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말투와 억양을 매끈하게 다듬는 일이 그들이 일본에서 살아온 흔적까지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하나는 이야기를 명확히 전하고 싶었고, 감독은 너무 또박또박한 발음을 조금 내려놓기를 바랐다. 배우가 택한 방법은 감정을 담되 담담하게 읽으려는 것이었다. 듣는 사람에게 증언 속 모습이 떠오르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 목소리로 전해지는 여성들은 일터의 부당함에 대응하며 살아갔다. 영화에는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한 여공들이 직접 야학을 열고 한글을 익힌 이야기가 담긴다. 감독은 이들이 자신들에게 잘해준 일본인 식당 아주머니의 복직을 요구했던 일도 주목했다. 같은 조선인 남성들에게 착취당한 역사 역시 빼놓지 않았다. 누가 어느 민족인지에 따라 편을 나누기 전에, 여공들이 자신과 동료의 삶을 위해 어떤 판단을 하고 행동했는지 보려는 선택이다.
이들의 노래를 되살리는 과정에는 말투와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가사는 기록에 남았지만 선율을 찾지 못했다. 만난 생존자들은 노동요를 불렀던 일은 기억해도, 제작진이 찾은 그 노래는 알지 못했다. 감독은 음악감독과 논의해 영화에 들리는 선율을 완성했다. 강하나는 노래하는 연기를 하며 여공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쉬는 순간을 상상했다고 한다. 남은 가사를 오늘의 배우가 부를 수 있게 만드는 데에는, 기록을 찾는 일에 더해 그들의 시간을 헤아리는 연기와 새 음악이 필요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