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에서 보낸 문장들이 사전에 실렸다 | MovieLAB LAB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는 책을 읽고 별도의 작은 책자를 만들었다. 맨 위에 책 제목을 적고, 눈에 띈 단어를 알파벳순으로 정리한 뒤 쪽수를 붙였다. 나중에 누군가 그 말의 쓰임을 …

감방에서 보낸 문장들이 사전에 실렸다 | MovieLAB LAB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는 책을 읽고 별도의 작은 책자를 만들었다. 맨 위에 책 제목을 적고, 눈에 띈 단어를 알파벳순으로 정리한 뒤 쪽수를 붙였다. 나중에 누군가 그 말의 쓰임을 물으면 원래 문장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가 남긴 색인에는 책 한 권을 읽은 시간과,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쓸 수 있도록 정리한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그 작업을 한 곳은 브로드무어의 수용실이었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의 바탕이 된 실제 인물 마이너는 그곳에서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에 자료를 보냈다. 사전의 한 항목을 읽는 사람은 그 문장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지만, 찾아서 보낸 사람이 어떤 방에 있었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 영화는 그 편지를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에게 관심을 돌린다.

단어보다 먼저 모아야 했던 문장

멜 깁슨이 연기하는 제임스 머리는 방대한 사전을 편찬하려 한다. 머리와 동료들만 책을 읽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여러 독자가 자료를 보내는 일이 필요했고, 그중 눈에 띄는 기여자가 숀 펜의 마이너였다.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은 같은 단어를 다루는 일을 통해 연결된다.

사전 편찬을 어려운 말의 뜻을 잘 아는 사람들의 작업으로만 생각하면, 마이너가 한 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정의를 즉석에서 지어 보내는 사람이었다기보다 말이 실제로 쓰인 문장을 찾아주는 사람이었다. 어떤 책의 몇 쪽에서 그 말을 썼는지까지 있어야 다른 사람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것을 아는 능력에 못지않게, 다시 찾아갈 수 있게 남기는 성실함이 필요했다.

마이너의 실제 색인은 편찬자들이 작업 중인 단어에 맞는 자료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읽다가 발견한 것을 모두 무작정 보내기보다, 필요한 말이 생겼을 때 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수 있었다. 함께 같은 방에서 일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필요에 맞춰 자기 독서가 쓰일 수 있는 방식이다.

완성된 사전에는 이 과정이 짧은 출처로 남는다. 책을 고르고 읽은 시간, 단어를 옮겨 적은 손, 어떤 용례가 알맞을지 판단한 사람이 그 뒤에 있다. 영화 속 두 사람의 작업을 보고 나면 사전이 한 번에 완성된 지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읽고 다른 누군가가 확인한 문장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 보인다.

자료를 보낸 사람을 만나면

머리가 받은 자료만으로 마이너의 처지를 알 수는 없었다. 그는 살인 사건 뒤 브로드무어에 수용된 사람이었다. 실제 마이너는 1872년 런던에서 출근하던 조지 메릿을 총으로 쏴 죽였다. 그가 사전에 기여했다는 사실과 누군가의 삶을 빼앗았다는 사실은 함께 남아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사진에는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마이너는 무릎 위의 책을 잡고 머리를 바라본다. 한쪽이 보낸 문장과 다른 쪽이 검토한 자료 너머로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다.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과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은 다르다.

벽돌 건물 앞 나무 그늘의 벤치에 수염이 긴 두 남성이 마주 보며 앉아 있다. 오른쪽 인물은 무릎 위에 펼친 책을 잡고 있다.

머리가 마이너를 유능한 기여자로 알게 된 순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먼저 도착한 것은 쓸모 있는 자료였다. 사람의 사정은 뒤늦게 알려졌다. 수용된 사람이라는 설명부터 들었다면 머리는 그 편지를 같은 마음으로 읽었을까. 자료를 주고받던 시간이 두 사람이 대면할 때 이미 쌓여 있다는 점이 이 관계를 특별하게 한다.

그가 읽은 책들

실제 마이너가 남긴 색인에는 철학, 경제, 미술, 의학을 다룬 책들이 있다. 여행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사람의 독서라고 하기에는 관심의 범위가 넓다. 사전을 위해 단어를 모았다는 설명만 들었을 때보다, 어떤 책을 펼쳤는지 알게 됐을 때 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수용실에는 책을 들여놓는 일이 허용됐다. 마이너는 그 책에서 찾은 문장을 밖으로 보낼 수 있었다. 반면 영화 속 수갑을 찬 모습에서는 몸을 움직일 때 따라붙는 제약이 보인다. 자료가 유용하게 쓰이는 일과 자신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일은 별개였다. 사전에 남긴 기여로 그가 겪은 고통이나 사건의 피해를 대신 설명할 수는 없다.

수염이 긴 남성이 두 손목에 수갑을 찬 채 문 앞에 서 있다. 오른쪽 뒤에는 제복 차림의 두 남성과 쇠창살이 보인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사전에서 궁금한 단어를 찾으면 우리는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그 짧은 설명을 쓰기 위해 누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지는 대개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을 계기로 그 자료를 보낸 사람의 일을 찾아보게 된다. 책 제목을 적고, 단어 옆에 쪽수를 남기고,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일이다. 실제로 남아 있는 마이너의 색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이다.

영화를 본 뒤 사전을 다시 펼친다면 뜻풀이 아래의 용례에도 잠깐 눈이 갈지 모른다. 그 문장은 처음에는 다른 책에 있었다. 누군가 읽다가 멈추고 옮겨 적지 않았다면, 지금 이 단어를 설명하는 문장으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감상 포인트

보내는 자료와 받는 자료
마이너의 작업이 머리에게는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이 찾고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아야 한다. 두 사람의 열정을 큰말로 설명하기보다 종이와 책이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볼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머리
유능한 기여자로 알았던 마이너의 사정을 접하면서 머리가 무엇을 묻고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보자. 자료의 가치에 대한 판단과 사람을 대하는 반응이 항상 한 번에 정리되지는 않는다. 상대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 기존의 존중과 어떤 긴장을 만드는지 따라갈 만하다.

두 사람이 함께 앉았을 때
혼자 책을 읽던 마이너가 머리와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둘 사이에 무엇이 놓이는지 보자. 실린 사진에는 마이너의 무릎 위로 책이 펼쳐져 있다. 자료로만 알던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상대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만하다. 인물을 따로 볼 때와 한 공간에 놓고 볼 때의 차이에도 주목해보자.

독서에서 편찬으로
마이너가 찾은 용례가 완성된 사전 항목이 되려면 머리와 동료들의 검토가 더해져야 한다. 영화를 보며 각 인물이 맡은 일을 구별해보자. 책을 읽는 능력과 여러 자료를 한 항목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살피면, 두 주인공을 통해 소개되는 공동 작업의 규모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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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