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의 서울은 전쟁터다. 스펙, 취업, 연애, 자취. 모든 것이 경쟁이고, 모든 것이 불안이다. 설희(여설희)와 화정(우화정)은 이 전쟁터에서 잠시 이탈한다. 동해에 가서…
20대 중반의 서울은 전쟁터다. 스펙, 취업, 연애, 자취. 모든 것이 경쟁이고, 모든 것이 불안이다. 설희(여설희)와 화정(우화정)은 이 전쟁터에서 잠시 이탈한다. 동해에 가서 일출을 보겠다는 계획. 소박한 소원을 빌겠다는 것. 그러나 그 '소박함'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질문이 된다. 소원을 빌 대상이 있는가. 빌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있는가. 혹시 소원을 비는 행위 자체가 목적인 것은 아닌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의 영어 제목 'A Wing and a Prayer'는 '날개와 기도만으로 날아가다', 희박한 가능성에 매달리는 것을 뜻한다. 이 제목이 영화의 핵심을 요약한다. 날개는 불완전하고, 기도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날아보겠다는 것. 이것이 한국 20대의 비행 방식이다.
한국의 취업 준비생(취준생)은 독특한 사회적 존재다. 졸업은 했지만 취업은 하지 못한,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중간 지대의 사람들. 이들의 일상은 면접 준비, 자기소개서 작성, 스터디 그룹으로 구성되지만, 그 일상의 이면에는 자존감의 침식, 비교의 고통, 미래에 대한 공포가 있다. 설희와 화정도 이 풍경 안에 있다.
영화가 직접적으로 취업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면접 장면이나 자소서를 쓰는 장면은 없다. 대신 여행 중에 흘러나오는 대화의 단편들에서 취준생의 불안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이 간접성이 효과적인 이유는, 당사자들도 자기 불안을 직접 언어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정 속에 불안이 있고, 침묵 속에 고통이 있다.
한국 영화에서 청춘의 불안은 최근 자주 다뤄지는 주제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업 영화가 이 주제를 취업 성공, 사랑, 자기 계발이라는 결말로 해결 가능한 것으로 취급하는 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는 해결을 제공하지 않는다. 여행이 끝나면 서울로 돌아가야 하고, 취업 전쟁은 계속된다. 영화가 제공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위안이다.

설희와 화정의 우정은 이 영화의 안전망이다. 다투어도 결국 돌아오는 관계. 서로의 약점을 알면서도 함께하는 관계. 완벽하지 않지만 필요한 관계. 이 우정이 영화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취업도 불확실하고, 미래도 불확실하지만, 이 우정만은 확실하다,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서는.
두 친구가 다투는 장면과 화해하는 장면의 반복이 이 안전망의 탄력성을 보여준다. 당겨지면 늘어나고, 놓으면 돌아오는 것. 고무줄처럼. 이 탄력성이 한국 청춘의 우정에서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20대의 우정은 여유롭지 않다. 각자의 불안과 경쟁이 우정에 긴장을 만든다. 그 긴장 속에서도 유지되는 관계가 진짜 우정이다.
이광국 감독은 이 우정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설희와 화정의 관계에는 질투, 비교, 불만이 있다. 그러나 이 부정적 감정들이 우정을 파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정의 복잡성을 증명한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우정은 영화에서만 가능하다. 복잡하고 불완전한 우정이 현실이고, 이 영화는 현실의 우정을 보여준다.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비는 행위는 종교적이지 않다. 종교적 기도가 신에게 향하는 것이라면, 설희와 화정의 기도는 아무에게도 향하지 않는다. 그냥 빈다. 잘 되기를. 괜찮기를. 무사하기를. 이 기도의 대상 없음이 현대 한국 청년의 영성을 반영한다. 신을 믿지 않지만 기도하는 것, 종교가 없지만 소원을 비는 것.
영화 제목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은 번개처럼 이곳저곳을 오가는 것을 의미한다. 설희와 화정이 동해에서 번쩍, 서울에서 번쩍 — 이 움직임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청춘의 상태를 은유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것. 어디에도 착륙하지 못하는 비행. 불완전한 날개와 불확실한 기도로 계속되는 비행.
그러나 이 비행이 아름다운 것은, 그럼에도 날기 때문이다. 날개가 불완전해도 날고, 기도가 들리지 않아도 빌고,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떠나는 것. 이 '그럼에도'가 이 영화의 감정적 핵심이며, 한국 20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한국의 20대에게 이 영화는 거울이다. 자기의 불안, 자기의 우정, 자기의 여행이 스크린에서 되돌아온다. 한국의 20대가 아닌 관객에게는 창문이다. 한국 청년 세대의 감정적 풍경을 들여다보는 창문. 거울이든 창문이든,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보편적이다. 불완전한 관계,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그럼에도 계속되는 우정과 여행.

◆ 서로를 다독이는 말 — 설희와 화정이 서로에게 괜찮다고 말할 때, 그 말이 진심인지 연기인지를 판단해 보라.
◆ 여행의 치유 효과 — 여행이 끝난 뒤 두 친구가 정말로 변했는가를 관찰하라. 변화가 있다면 어떤 종류의 변화인가.
◆ 기도의 대상 — 소원을 빌 때, 그 소원이 누구에게 향하는지를 생각하라. 대상이 없는 기도의 의미를 곱씹어 보라.
◆ 십개월의 미래 (2021) — 취업과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 선 한국 20대 여성의 정서를 담아 '취준생의 불안'이라는 이 글의 핵심 정서와 직결된다.
◆ 린다 린다 린다 (2005) — 젊은 여성들의 우정과 '그럼에도 함께 간다'는 결이 '우정의 탄력성'이라는 주제와 공명한다.
◆ 정말 먼 곳 (2021) — 치유보다 위안, 해결 없는 삶의 지속을 조용히 응시하는 한국 인디로 이 글의 정서적 톤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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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