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안나 안데렉이 여러 화면을 배경으로 춤을 춘다. 〈군산전기〉의 도입에서 그가 몸을 움직이는 곳은 군산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관이다. 과거의 기록 앞에 살아 있는 몸이 놓인…
안무가 안나 안데렉이 여러 화면을 배경으로 춤을 춘다. 〈군산전기〉의 도입에서 그가 몸을 움직이는 곳은 군산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관이다. 과거의 기록 앞에 살아 있는 몸이 놓인다. 문승욱·유예진 감독의 영화는 도시의 흥망을 설명하면서, 그곳을 바라보는 감정을 춤과 노래에도 맡긴다.
군산에는 바깥에서 들어왔다가 떠난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겹쳐 있다. 일제강점기 쌀을 실어내던 항구, 해방 뒤 주둔한 미군,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가 문을 닫은 공장들이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다. 한때 사람이 모였던 장소가 비어가는 풍경에는 여러 시대의 일이 함께 남는다. 이 도시의 일대기를 따라가려면 번성하던 시절뿐 아니라, 떠난 이들의 자리를 누가 어떻게 쓰는지도 보아야 한다.
구도심을 내려다보는 화면에서는 자동차가 거꾸로 움직인다. 문승욱은 정상 재생으로는 바둑판 모양의 도로가 잘 보이지 않아 거꾸로 재생했다고 설명했다. 차가 가는 방향에 생긴 이상이 길의 배열을 눈여겨보게 한다. 일상의 풍경을 낯설게 만드는 편집이다.
춤에도 보는 방식을 바꾸려는 구상이 있었다. 문승욱은 안나에게 쇠락하는 도시를 보는 슬픔을 몸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동감독 유예진은 그 춤을 영화 전반에서 내레이션처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춤에 해설 역할을 맡기면서 노래와 짧은 뮤지컬까지 표현 방식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영화에는 폐건물을 활용한 미술 전시회, 재즈바와 공연이 등장한다. 오래된 건물은 과거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 예술가들이 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폐건물이 전시장으로 쓰이는 모습에서는 과거의 상실만큼 새로 시작하는 일도 눈에 들어온다.
후반의 노래는 가수에게서 지역주민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이 마주 보며 부르는 듀엣으로 나아간다. 문승욱에 따르면 노래하는 배우들 역시 군산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다. 역사관의 기록 앞에서 춤을 추던 도입과 달리, 여기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공연에 참여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