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고장 난 게 아니라 사장(신민재)이 비용을 아끼려고 끈 것이다. 코로나19가 번지던 여름,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쓰고 마스크까지 …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고장 난 게 아니라 사장(신민재)이 비용을 아끼려고 끈 것이다. 코로나19가 번지던 여름,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쓰고 마스크까지 챙겨야 하는 낭만극장이다. 여기에 영화 〈젊은 그대〉를 만든 감독(이희준)과 배우들이 찾아온다. 고봉수의 〈습도 다소 높음〉은 영화에 집중하기도 전에 몸부터 불편해지는 상영회로 관객을 부른다.
직원 찰스(김충길)에게는 이 행사가 일이다. 혼자 여러 업무를 맡은 그는 방역 절차를 챙기면서 감독과 배우, 평론가까지 상대해야 한다. 영화인이 자기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극장을 굴러가게 하는 일은 계속된다. 고봉수는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떠올리며 찰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인물을 따라가면 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사정만큼이나 그들을 맞는 사람의 처지가 보인다. 모두 같은 더위를 겪어도, 누군가는 영화를 보러 왔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무명배우 승환(백승환)에게 시사회는 또 다른 자리다. 자신이 촬영한 분량이 편집돼 영화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관객에게는 어떤 배우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배우에게는 자신이 한 일을 보여줄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승환을 연기한 백승환도 오디션에 합격해 촬영한 한 상업영화를 친구들과 극장에서 봤다가 자신의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 경험을 알고 나면 승환의 민망함을 그저 우습게만 보기는 어렵다.
백승환은 눈치 없어 보이는 승환이라도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하려 했다고 말했다. 고봉수는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가 함께하는 현장에서 정해진 대사가 연기를 굳게 만들 수 있어, 상황을 제시하고 즉흥적인 반응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배우가 우스운 인물을 진지하게 대하는 방식과 상대에게 반응할 여지를 남긴 촬영 방식이 만난다. 승환이 왜 저러는지 답답해하는 마음과 그에게는 중요한 일이라는 이해를 함께 붙들고 볼 만하다.
영화의 장소는 실제 제작 사정과도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극장에서 고봉수의 이전 작품들을 묶어 재상영하자는 제안이 왔을 때, 그는 빈 극장을 이용해 새 영화를 찍자고 역제안했다. 관객이 줄어든 공간이 이번에는 촬영장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공간을 쓰는 데도 비용과 시간의 한계는 있었다. 극장 장면은 하루에 끝냈고, 나머지 촬영까지 합쳐 나흘이 걸렸다. 극중 사장의 냉방비 절약과 실제 제작의 대관료 부담은 서로 다른 일이지만, 영화를 틀고 찍는 데 드는 돈이 이 코미디의 안과 밖에 모두 있다.
마지막에는 극장에 홀로 앉아 영화를 보는 배우와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배우가 연결된다. 감독은 극장 산업의 쇠퇴와 개인 미디어의 부상을 보며 느낀 위기의식을 이 장면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승환의 사정을 떠올리면 두 모습 사이에서 조금 다른 물음도 생긴다. 영화에 출연했어도 화면에 남지 못할 수 있다면, 배우는 어디에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텅 빈 객석은 극장이 잃은 관객을, 다른 영상을 찍는 배우는 계속 모습을 드러내려는 사람을 보게 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