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구하느라 잠수할 수 없게 된 잠수함 | MovieLAB LAB

적선을 침몰시켰다. 잠수함이라면 이제 물속으로 몸을 감추는 편이 안전하다. 그런데 〈코만단테〉의 함장 살바토레 토다로(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는 바다에 남은 생존자들을 태운다. …

적을 구하느라 잠수할 수 없게 된 잠수함 | MovieLAB LAB

적선을 침몰시켰다. 잠수함이라면 이제 물속으로 몸을 감추는 편이 안전하다. 그런데 〈코만단테〉의 함장 살바토레 토다로(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는 바다에 남은 생존자들을 태운다. 이들을 살리려면 가까운 안전한 항구까지 데려가야 한다. 구조한 사람들이 늘어난 탓에 잠수함은 사흘 동안 수면 위로 항해한다. 사람을 구한 뒤부터, 오히려 배에 탄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1940년 대서양에서 이탈리아 잠수함 카펠리니가 벨기에 선원 26명을 구조한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전투에서 승리한 다음이 본격적인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롭다. 조금 전까지 포격하던 상대와 좁은 배를 나눠 쓰게 된 사람들. 이 영화에서 용기는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보다, 그 뒤에 찾아오는 불편하고 위험한 시간을 견디는 일에 가깝다.

좁은 잠수함 안에 모인 승조원들

잠수함에 더 태울 자리가 있는가

물속에 숨을 수 있다는 것은 잠수함의 중요한 이점이다. 〈코만단테〉는 그 이점을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구조의 옳고 그름을 토론하는 것만으로는 배를 움직일 수 없다. 생존자들이 머물 자리와 먹을 것을 마련해야 하고, 수면에 드러난 채 항해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함장의 결정은 명령 한 번으로 끝나지만, 그 명령을 수행하는 시간은 부하들에게도 똑같이 주어진다.

그래서 좁은 선내가 단지 답답한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미 몸을 움직이기도 빠듯한 곳에 낯선 사람들이 더 들어온다. 같은 공간에 누가 얼마나 머물 수 있는지, 사람 하나를 더 태우면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지 눈에 보이는 문제가 된다. 바다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큰 말이 작은 자리와 식량의 문제로 바뀐다.

욕조에 함께 있는 두 사람

강한 함장의 몸은 이미 다쳐 있다

토다로는 전쟁영화의 함장답게 단호하지만,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가 연기하는 그의 몸은 멀쩡하지 않다. 오래된 부상과 통증이 그를 따라다닌다. 영화가 출항 전의 토다로를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 있다. 배에 오르는 사람이 제복과 지휘 능력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몸이 아프고, 집에 남겨두고 떠날 생활이 있다.

에도아르도 데 앙겔리스 감독은 편안한 집을 떠나는 도입과 계속 움직이는 선내의 차이를 의식하며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집에는 아내가 있고,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안락함이 있다. 배에서는 통증을 안고도 사람들을 지휘해야 한다. 출항 전의 모습을 알고 나면, 단호한 명령을 내리는 얼굴에서도 이 사람이 얼마나 지쳐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파비노는 몸이 불편한 사람의 움직임과 지휘관의 위엄을 함께 보여준다. 부하들은 그의 결정을 따라야 하지만, 관객은 명령 뒤에 있는 몸의 상태까지 보게 된다. 부상은 함장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약점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생존을 책임진 사람 역시 다칠 수 있고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의 몸이 계속 환기한다.

토다로가 속한 이탈리아 해군은 당시 파시스트 정권 아래 있었다. 영화는 그 군대의 잠수함 안에서 누군가 적선의 생존자를 구하기로 결정했던 일을 다룬다. 제복이 알려주는 소속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행동을 함께 봐야 하는 인물이다. 그를 연기하는 파비노의 묵직함도, 칭찬하기 쉬운 영웅상만으로 정리되지 않는 이 배경과 맞물린다.

함께 먹는 감자튀김

이 묵직한 전쟁영화에는 뜻밖에도 음식 이야기가 많다. 선원들은 먹고 싶은 요리를 떠올리고, 구조된 벨기에인들과 이탈리아 선원들은 감자튀김을 두고 가까워진다. 적과 아군이 화해를 선언하는 연설보다 먼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일이 생긴다.

같은 배에 오른 뒤 알게 되는 것은 서로의 음식 취향이다. 집에서는 감자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이야기가 오간다. 벨기에인들이 알려주는 감자 요리는 좁은 선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누군가를 구한 뒤에는 이처럼 그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도 찾아온다.

감독은 음식을 나누는 행위에 끌렸다고 말한다. 선원들이 고향의 요리를 떠올리는 대목에는 오래 집을 떠나온 사람들의 그리움이 있다. 익숙한 맛을 말하며 잠시 전투 밖의 자기 생활을 꺼내놓는 것이다. 그 대화에 새로 배에 탄 사람들의 음식도 보태진다.

〈코만단테〉는 구조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보다 그 명령을 지키며 보내는 시간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침몰하는 배에서 사람을 끌어올린 뒤, 그들이 먹을 음식까지 마련하는 영화다. 함장이 내린 결정의 의미를 선원들이 함께 차리는 한 끼에서 실감하게 된다. 전쟁영화의 긴 항해 끝에 감자튀김의 온기가 남는다는 것이 이 작품의 뜻밖의 매력이다.

관련 작품

◆ 〈공동경비구역 JSA〉 (2000, 박찬욱) — 서로 적이어야 하는 병사들이 한 방에서 먹고 웃으며 친구가 된다. 공식적인 소속보다 함께 보낸 시간이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어진다. 다만 그 친밀함을 군대의 질서가 허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 〈파편들의 집〉 (2022, 시몬 레렝 빌몽) — 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쉼터를 기록한다. 위험에 놓인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은 잠자리를 마련하고 하루하루 보살피는 일로 이어진다. 구조 이후의 시간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싶을 때 함께 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