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가고 싶을 때 가겠다는 며느리 | MovieLAB LAB

결혼 전에는 이름을 부르며 지내던 남편의 동생을, 결혼했다고 갑자기 도련님이라 불러야 할까. 함께 밥을 먹은 어른이 넷인데 왜 설거지는 며느리 혼자 해야 할까. 김진영은 이런 질…

시댁에 가고 싶을 때 가겠다는 며느리 | MovieLAB LAB

결혼 전에는 이름을 부르며 지내던 남편의 동생을, 결혼했다고 갑자기 도련님이라 불러야 할까. 함께 밥을 먹은 어른이 넷인데 왜 설거지는 며느리 혼자 해야 할까. 김진영은 이런 질문을 시부모 앞에서 꺼낸다. 시어머니 조경숙은 아들에게 며느리가 B급도 못 되는 F급이라고 불평한다. 〈B급 며느리〉의 카메라를 든 사람은 이 두 사람의 가족, 남편이자 아들인 선호빈이다.

처음 촬영을 제안한 사람은 김진영이었다. 시어머니에게 들은 말을 전해도 남편은 자기 어머니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진영은 자신과 시어머니가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 남편과 같이 보고 싶었다. 그에게 카메라는 혼자 겪은 일을 남편에게 보여줄 수단이었다. 선호빈은 어머니에게도 약 1년 동안 촬영 허락을 구했다. 그렇게 가족 안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일이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볼 영화가 된다.

시어머니가 손주의 옷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갈아입히면 진영은 이의를 제기한다.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과 아이 엄마의 의사를 존중하는 일은 이 집에서 자꾸 충돌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남편이 할 일도 생긴다. 진영은 당분간 만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자신의 말을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끝내 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로 아내의 주장을 기록하는 것과, 어머니에게 그 주장을 전달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었던 셈이다.

거침없이 반박하는 진영의 말에는 웃음이 날 만한 대목이 있다. 선호빈도 아내의 직설적인 질문이 통쾌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는 순간들만 골라 관객에게 쾌감을 주기보다, 진영이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도 남기려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진영이 한발 물러서는 대목도 영화에 있다. 말로 빈틈을 짚어냈다고 집안의 관계까지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반박하는 말을 듣는 재미와, 그 말을 한 뒤에도 계속 그 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함께 놓인다.

같은 집으로 가는 다른 방문

영화의 마지막에 진영은 시부모의 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닫는다. 이 장면만 보면 결국 예전의 며느리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진영이 설명한 변화는 방문 자체보다 그 날짜와 길을 누가 정했는지에 있었다. 이전에는 언제 와야 하는지뿐 아니라 어느 길을 거쳐 오라는 간섭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가고 싶을 때 자신이 고른 길로 갔다. 앞선 거절을 이 방문과 함께 보면, 진영이 거부한 것은 가족을 만나는 일 자체보다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정해지는 방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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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