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은 떠나고 싶고, 조카는 남고 싶다 | MovieLAB LAB

형의 장례를 치르러 고향에 돌아온 리는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지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는 이 마을에 남고 싶지 않지만, 패트릭은 친구와 학교가 있는 고향을 떠나기 싫다…

삼촌은 떠나고 싶고, 조카는 남고 싶다 | MovieLAB LAB

형의 장례를 치르러 고향에 돌아온 리는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지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는 이 마을에 남고 싶지 않지만, 패트릭은 친구와 학교가 있는 고향을 떠나기 싫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면서도 함께 어디에서 살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남겨진 집과 배, 조카의 거처까지 의논해야 하니 슬픔을 추스를 틈도 넉넉하지 않다.

웃고 있었다고 괜찮았던 것은 아니다

루카스 헤지스가 연기하는 패트릭에게는 하키와 밴드가 있고, 여자친구를 만날 약속도 있다. 아버지를 잃은 뒤에도 그 일들은 중요하다. 소년이 친구를 만나고 농담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관객도 그가 상중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을 수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 가장자리에서 이야기하는 리와 패트릭

패트릭이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은 엉뚱한 순간에 밀려온다. 그는 땅이 얼어 아버지의 매장을 봄까지 미루고, 그동안 시신을 냉동 보관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다 냉동실에서 떨어진 닭고기를 보고 무너진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누군가 준비한 추도사가 아닌 냉동 식품이다.

이 장면을 보면 앞서 패트릭이 웃었던 순간을 고쳐 읽을 필요가 없다. 그때 웃긴 일이 있었고, 지금은 견딜 수 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슬픔을 감추고 있었다고만 설명하면 그 사이에 실제로 즐거웠던 마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영화는 소년에게 하루 종일 유족다운 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말이 겹치고, 위로는 잘 나오지 않는다

리는 패트릭을 아끼지만 소년이 울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른다. 케이시 애플렉의 굳은 얼굴과 짧은 대답만 보면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과 할 마음이 없는 것은 다르다. 이 영화에서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말투에 제대로 실리지 않을 때가 많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할 때는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말이 들어온다. 서로 사정을 설명하려고 시작한 대화가 어느새 말꼬리를 붙잡는 싸움이 된다. 충분히 익숙한 관계라서 예의를 생략할 수도 있고, 너무 익숙해서 중요한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케네스 로너건은 이런 대화의 엇갈림을 각본에 세밀하게 적는다. 인터뷰에서는 겹쳐 말하는 시점과 침묵도 뜻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즉흥적으로 들리는 말다툼 안에 정확한 순서가 있는 것이다. 어느 단어를 강조하는지, 어디서 대답이 늦어지는지에 귀를 기울이면 대사의 내용만 읽을 때 놓치기 쉬운 친밀함이 들린다.

조카를 사랑하는 일과 고향에 남는 일

리가 고향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영화가 조금씩 알려준다. 하지만 패트릭에게는 고향에 남아 지키고 싶은 생활이 있다. 리의 사연을 알게 되어도 현재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패트릭을 누가 돌볼지, 어디서 지낼지 정해야 한다. 리의 아픔이 크다는 사실이 조카의 생활을 지우지는 못한다.

항구의 배 앞을 걸어가는 리와 패트릭

이때 관객은 리에게 기대하게 된다. 조카를 위해 힘을 내고, 고향에 적응하고, 다시 사람들 사이로 돌아오기를. 그 기대에는 응원과 조바심이 함께 있다. 리가 해낼 수 있는 일보다 우리가 보고 싶은 변화를 더 앞세우는 순간도 생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아프게 남는 이유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의심스러워서가 아니다. 사랑하면서도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큰 위로를 건네지 못하는 삼촌이 조카를 차에 태우고, 둘이 또 시시한 일로 말다툼을 한다. 그런 동행을 보고 나면 서툴게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눈이 간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위로의 말을 쉽게 꺼내는 영화가 버거웠다면 이 작품의 서툰 대화를 들어볼 만하다. 슬픈 장면 못지않게 두 사람이 다투고 웃는 장면이 관계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가족의 죽음과 심한 상실감, 자해 관련 장면이 포함된다.

감상 포인트

패트릭이 여전히 좋아하는 일 — 패트릭에게는 하키와 밴드, 친구를 만날 약속이 계속 중요하다. 그런 순간에 웃는 모습을 슬픔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감정이 갑자기 달라지는 장면도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고향을 보는 다른 마음 — 리는 떠나고 싶고 패트릭은 남고 싶어 한다. 각자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함께 따라가면, 누가 더 이기적인지 고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갈등을 이해할 수 있다.

말을 끊는 순간과 침묵 — 두 사람이 다툴 때는 대답이 끝나기 전에 다음 말이 들어오고, 정작 위로가 필요한 때에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대사의 내용뿐 아니라 그 간격을 들으면 익숙한 가족 사이의 서툶이 느껴진다.

함께 다니는 작은 수고 — 리를 큰 결심을 내리는 사람으로만 기다리기보다 조카와 이동하고 일상의 문제를 의논하는 모습도 보자. 감당하기 어려워하면서도 곁에 있으려는 행동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난다.

관련 작품

유 캔 카운트 온 미 (2000, 케네스 로너건) — 서로 다른 생활을 해온 남매와 어린 조카가 만난다. 가족을 돕고 싶다는 마음과 실제로 감당하는 능력 사이를 살핀다.

걸어도 걸어도 (2008, 고레에다 히로카즈) — 기일을 맞아 모인 가족이 밥을 먹고 일상적인 말을 주고받는다. 죽은 사람의 자리가 평범한 대화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이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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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