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끝나면 발명을 하던 배우 | MovieLAB LAB

할리우드 배우 헤디 라마르는 촬영장 밖에서 발명을 즐겼다. 그런데 이 일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려니, 아름다운 얼굴을 담은 사진에 비해 그가 발명에 관해 말하는 기록은 드물었다. 밤…

촬영이 끝나면 발명을 하던 배우 | MovieLAB LAB

할리우드 배우 헤디 라마르는 촬영장 밖에서 발명을 즐겼다. 그런데 이 일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려니, 아름다운 얼굴을 담은 사진에 비해 그가 발명에 관해 말하는 기록은 드물었다. 밤쉘을 준비하던 알렉산드라 딘은 자료를 모을수록 이 빈자리를 실감했다.

그때 오래된 인터뷰 테이프가 발견됐다. 기자가 보관하고 있던 녹음 속에서 라마르는 자기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딘은 그 목소리를 중심으로 영화를 다시 구성했다. 남들이 설명하는 스타의 생애에 당사자가 끼어들 자리가 생겼다.

젊은 얼굴 위에 들리는 노년의 목소리

헤디 라마르는 할리우드가 아름다운 얼굴로 기억해온 배우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출연한 영화와 사진,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모은다. 여기에 나이 든 라마르의 목소리가 들어오면 자료 화면을 보는 느낌도 달라진다. 젊은 얼굴을 감상하다가 그 얼굴의 주인이 살아온 시간을 듣게 된다.

목소리에는 사진이 고정해둘 수 없는 것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길게 하는지,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과거를 돌아보며 어디에 힘을 주는지. 같은 사람의 기록인데도 영화사가 골라 남긴 모습과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탁자 옆에 앉아 있는 헤디 라마르

테이프를 발견했다고 해서 라마르의 생애가 한 번에 다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난 뒤의 설명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빠져 있던 목소리를 먼저 듣게 한다는 점은 크다. 감독이 이 녹음을 찾아낸 덕분에, 관객은 주변의 평가와 라마르 자신의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다.

발명을 취미로 삼은 배우

라마르는 물에 넣으면 콜라가 되는 정제를 만들려 했다고 회고한다. 이런 일화가 흥미로운 것은 대단한 업적의 예고편이어서만은 아니다. 촬영이 끝난 배우가 여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우리가 잘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스타의 화려한 생활 대신 작업대 앞에서 궁리하는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더 오래 남은 작업은 작곡가와 공동으로 고안한 통신 장치다. 송신기와 수신기가 같은 순서로 주파수를 바꾸면, 중간에서 신호를 방해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두 사람은 무선으로 조종하는 어뢰에 쓰려던 이 방식으로 1942년 미국 특허를 받았다.

여기서 라마르를 곧바로 와이파이를 만든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여러 발명가와 기술이 이어진 역사를 지나치게 줄이게 된다. 확인할 수 있는 공동 작업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배우와 작곡가가 통신의 문제에 달려들었다. 각자의 직업에 속하지 않는 질문을 궁금해했고, 함께 답을 고안했다.

칭찬이 사람을 가려버릴 때

「밤쉘」을 보고 라마르가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는데 머리까지 좋았다고 감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응에도 이상한 전제가 남아 있다. 외모를 안다는 이유로 그가 할 수 있는 일까지 짐작해버렸다는 것이다. 발명 이야기가 반전으로 느껴질수록 처음에 우리가 무엇을 지레 판단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별 모양 장식에 둘러싸인 헤디 라마르

그렇다고 배우라는 이력을 지우고 발명가라는 이름으로만 바로잡을 필요는 없다. 스크린에 나오는 일을 했고, 화면 밖에서는 다른 관심사를 좇았다. 두 일이 한 사람의 삶 안에서 함께 있었다. 한쪽을 알아보느라 다른 쪽을 없던 일로 만들면 다시 사람을 좁혀 보는 셈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특허의 대단함과 별개로, 라마르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한 아이디어만 골라 듣지 않고 별로 쓸모없었던 생각까지. 다음에는 무엇을 만들어보고 싶었느냐고 묻는 인터뷰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유명한 배우의 뜻밖의 이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발명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따라갈 수 있다. 라마르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그동안 얼굴만 보고 이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이 짐작해왔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감상 포인트

사진 위에 들리는 목소리 — 젊은 시절의 자료 화면에 나이 든 라마르의 육성이 겹친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칭찬했던 모습과 그가 직접 들려주는 관심사를 나란히 들어보자.

콜라 정제 이야기 — 라마르는 물에 넣으면 콜라가 되는 정제도 만들려 했다. 성공한 특허 외의 시도까지 듣고 나면, 발명이 이 배우에게 어떤 즐거움이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배우와 작곡가의 공동 작업 — 통신 장치는 라마르가 작곡가와 함께 고안한 것이다. 각자의 본업과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 기술을 설명할 때 두 사람의 기여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뜻밖이라고 느끼는 이유 — 라마르의 발명 이야기가 반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 놀라움에는 외모와 직업만 보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정해두었던 마음도 섞여 있는지 돌아볼 만하다.

관련 작품

히든 피겨스 (2016, 테오도어 멜피) — NASA에서 일한 여성들의 능력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인정받는지 다룬다. 성과와 그 성과를 낸 사람의 이름 사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2018, 벳시 웨스트·줄리 코헨) — 널리 알려진 대법관의 일과 생활을 함께 살핀다. 상징이 된 인물을 구체적인 시간과 관계 속에서 만나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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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