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한효주)은 헌책을 사고판다. 대학에 들어와 새 동네로 이사한 뒤, 수욱(이영훈)이 일하는 헌책방을 드나들기 위해서다.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청년이 자꾸 궁금해진다. 그가 타…
하정(한효주)은 헌책을 사고판다. 대학에 들어와 새 동네로 이사한 뒤, 수욱(이영훈)이 일하는 헌책방을 드나들기 위해서다.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청년이 자꾸 궁금해진다. 그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배우고 싶어진다. 〈달려라 자전거〉의 첫사랑은 고백할 말을 찾기에 앞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일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수욱은 길을 묻는 사람에게도 말 대신 손짓으로 답할 만큼 말수가 적다. 하정은 그런 사람에게 먼저 다가간다. 한효주는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자신과 달리, 하정은 잘 다가가는 사람이라 부러울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에는 뜻밖의 소동도 한몫한다. 하정이 물에 빠지고, 하정과 수욱이 함께 투망에 건져 올려지는 장면이다. 둘만의 낭만적인 만남에 커다란 그물이 끼어든다. 두 사람이 함께 그물에 걸렸다는 엉뚱한 모습에 설렘과 우스움이 겹친다.
헌책방은 이 소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둘을 가까워지게 한다. 제작진은 오래되고 어두우면서도 포근한 곳을 찾다가, 밀양의 허름한 빈집을 헌책방 세트로 바꾸었다. 하정이 수욱을 만나러 자꾸 들르는 곳이자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다.
하정에게 수욱은 새로 만난 사람이지만, 수욱에게는 하정을 만나기 전부터 이어온 관계가 있다. 그는 3년째 의식불명인 여자친구를 돌보고 있다. 말이 적은 청년을 수줍은 연애 상대로만 바라보기 어려워지는 사정이다. 하정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그가 돌보던 사람과 보낸 시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욱이 여자친구의 환영을 보고 우는 장면도 단순한 그리움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임성운 감독은 이 눈물을 누구를 사랑하느냐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 장면에서 여자친구가 이미 죽었다는 해석도 부정했다. 떠난 사람을 추억하는 상황과, 곁에 있는 사람을 돌보며 자신의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은 다르다. 수욱의 울음에는 하정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답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를 만나려고 궁리하는 하정이 사랑스럽지만, 수욱에게 다가가는 일은 책방에 들를 핑계를 찾는 것보다 어려워 보인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