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좋아하다 인생의 친구를 만났다 | MovieLAB LAB

〈그 시절〉의 츠루기(마츠자카 토리)는 대학원 진학도 밴드 활동도 뜻대로 풀리지 않던 때에 마츠우라 아야의 노래 영상을 만난다. 아이돌에게 빠진 그는 팬들이 여는 행사에 찾아가고…

아이돌을 좋아하다 인생의 친구를 만났다 | MovieLAB LAB

〈그 시절〉의 츠루기(마츠자카 토리)는 대학원 진학도 밴드 활동도 뜻대로 풀리지 않던 때에 마츠우라 아야의 노래 영상을 만난다. 아이돌에게 빠진 그는 팬들이 여는 행사에 찾아가고, 거기서 자신보다 더 열심히 아이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영화가 따라가는 쪽은 무대 위 가수가 아니라 객석의 팬들이다. 가수의 좋은 점을 한참 설명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사람, 다음 행사에 같이 갈 사람, 별일 없이도 만날 사람이 츠루기 곁에 생긴다.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그들이 어울리는 시간을 넉넉히 담는다. 이야기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도, 한데 모여 떠드는 모습을 더 보고 싶은 청춘영화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팬 모임에서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르고, 그가 좋은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도 다르다. 츠루기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지만 대화에 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자리에서는 진학과 밴드 활동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사정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과 할 말이 생긴다.

그렇다고 친구가 생긴 뒤 매일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코즈민(나카노 타이가)은 자존심이 세고 작은 일에도 자신을 크게 보이고 싶어 한다. 같이 있으면 늘 편안할 것 같은 친구는 아니다. 같은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성격까지 잘 맞지는 않는다. 그 어긋남이 이 무리의 웃음을 만든다.

누군가 잘난 척하면 다른 사람이 받아치고, 민망한 행동은 모임 안에서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친하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의 관계는 낯설지 않다. 친구를 설명할 때 장점을 말하기보다, 함께 겪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먼저 꺼내게 되는 마음과 닮았다.

실내에서 활짝 웃는 츠루기

친구가 끓여준 스튜의 맛

코즈민이 츠루기에게 스튜를 만들어주는 장면이 있다. 두 배우는 촬영 때 스튜를 먹어보니 식감이 까슬까슬했다고 회상했다. 솜씨 좋은 요리는 아니지만 기운이 없는 친구를 위해 손수 만든 한 끼다. 허세를 부리던 코즈민에게도 이런 다정함이 있었구나 싶어진다.

나중에 코즈민을 떠올린다면 얄미웠던 말과 이 어설픈 음식이 함께 생각날 것이다. 허세가 심한데 친구에게 밥도 해주는 사람. 이렇게 다른 모습까지 알게 될 때 코즈민은 더 익숙한 친구처럼 보인다.

자연스럽게 들리는 대화에도 연출의 선택이 있다. 마츠자카 토리는 감독이 대사가 끝난 뒤에도 쉽게 컷을 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준비한 말을 다 하고도 촬영이 계속되니, 배우들은 서로의 반응을 살피며 대화를 더 이어가야 한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대사가 끝난 자리에서, 말이 끊겨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들의 시간이 조금 더 남는다.

‘그 시절’이 되고 나서야 보이는 것

원작은 음악가 쓰루기 미키토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만화 에세이다. 아이돌을 좋아하다 만난 사람들이 실제로 함께 보낸 날들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함께 겪은 작은 소동을 기억해두었다가 영화의 이야깃거리로 꺼내놓은 셈이다.

그래서 제목의 ‘그 시절’에는 아이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래를 듣자마자 연락하고 싶던 친구,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던 방, 여럿이 있을 때만 통하던 농담이 함께 있다. 영화를 보고 예전 노래를 다시 찾게 된다면, 그 곡을 불렀던 가수만 생각나지는 않을 것이다. 옆에서 같은 노래를 듣던 사람까지 떠오를 때, 이 팬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기억과 가까워진다.

관련 작품

◆ 〈싱 스트리트〉 (2016, 존 카니) —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 해보려는 마음이 밴드와 친구들을 만들어낸다. 〈그 시절〉이 객석과 팬 모임에 머문다면, 이 영화는 직접 노래를 만드는 쪽으로 나아간다. 음악을 좋아하는 일이 생활을 바꾸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볼 수 있다.

◆ 〈리브 원 데이〉 (2025, 아멜리 보낭) — 익숙한 노래가 고향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같은 노래도 함께 들었던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된다는 점에서 이어 보기 좋다. 노래의 유행이 지난 뒤에도 남는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