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하나 만들자고, 이렇게까지 | MovieLAB LAB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던 권하정 감독은 친구들의 권유로 파마를 한다. 일이 꼬이고 사람들에게 치이자, 친구들은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머리부터 바꿔보자고 권한다. 그런데 정작 새 …

뮤직비디오 하나 만들자고, 이렇게까지 | MovieLAB LAB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던 권하정 감독은 친구들의 권유로 파마를 한다. 일이 꼬이고 사람들에게 치이자, 친구들은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머리부터 바꿔보자고 권한다. 그런데 정작 새 머리를 보고는 웃으며 도망갔다고 한다. 파마를 했다고 촬영 준비가 갑자기 순조로워진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일화에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를 함께 만든 세 사람의 사이가 잘 드러난다. 막막한 일을 앞두고도 서로를 웃길 방법은 찾는 친구들이다.

영화과 동기인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는 가수 이승윤의 노래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선물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가수 자신도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 노래가 〈영웅 수집가〉다. 이승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이 작업을 해나가는 세 친구를 따라간다. 권하정과 김아현은 공동감독인 동시에 자기 모습을 카메라에 남기는 주인공이고, 구은하도 작업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출연자다.

좋아하는 가수를 만나 함께 작업한다는 소식에는 먼저 설렘이 있다. 노래에 맞는 영상을 구상하고, 촬영할 공간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일을 맞춰야 한다.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약속이 점점 커진다. 그 약속을 지키느라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다큐멘터리의 중심이다.

보라색 조명이 켜진 작은 공연장에서 기타를 든 가수가 관객 앞에 앉아 있는 모습.

좋아하는 노래를 영상으로 옮기려면

두 감독이 처음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로 구상한 것은 영웅을 찾아가는 모험이었다. 가사를 받아 읽고 이승윤과 이야기한 뒤에야 생각했던 주제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좋아하던 노래지만, 영상으로 옮기려니 새로 들어야 한다. 자신들이 떠올린 멋진 구상을 고집하기보다 곡을 쓴 사람의 뜻부터 살피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참여한 친구들이 큰 규모의 구상을 내놓으면 권하정은 필요한 재료를 어디서 구할지부터 걱정했다. 그가 세운 원칙은 불가능할 이유를 먼저 말하기보다 일단 끝까지 듣고,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떠올린 장면을 다른 사람이 실제로 만들 수 있게 궁리하는 일.

영화에 흐르는 이승윤의 음악도 이들의 작업과 함께 듣게 된다. 권하정은 음악 때문에 장면이 너무 빨리 지나가지는 않는지 고민하며, 각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 곡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노래는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든 출발점이면서, 서툴게 일을 벌이는 친구들의 기분을 전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의 완성된 화면 밖에서 벌어진 일들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음악이다.

친구의 춤은 편집으로 지우지 않기

세 사람의 작업 방식에는 꽤 느슨한 구석이 있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촬영을 맡고, 누군가의 위치를 고쳐주면 연출을 맡는 식이다. 다만 〈영웅 수집가〉를 찍을 때 세 사람이 동시에 시작 신호를 줄 수는 없으니, 그 말은 권하정이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매 순간 같은 기분인 것은 아니다. 걱정이 많은 권하정은 일이 될지 계속 확인하고, 김아현은 잘될 거라는 말을 보탠다. 구은하는 농담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다른 사람이 지나칠 것을 꼼꼼하게 살핀다. 셋 다 용감해서 밀고 나간다기보다, 한 사람이 불안해할 때 다른 사람이 다른 반응을 돌려준다. 함께 있다는 사실이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권하정이 춤추는 모습도 영화에 남았다. 김아현은 다큐멘터리가 너무 진지해지지 않도록 이 장면을 먼저 편집에 넣고, 나중에 친구를 설득했다고 한다. 잘해내는 모습만 골라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 반갑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와중에 춤을 추는 사람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감당하는 걱정도 함께 알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남은 친구들의 얼굴은 편집하는 두 감독에게도 새로웠다. 김아현은 상황마다 달라지는 각자의 표정을 보는 데 빠져들었고, 권하정은 그때 미처 몰랐던 친구들의 속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같은 일을 같이 겪어도 상대의 마음을 그 자리에서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시행착오를 들여다보다가, 옆에 있던 사람의 수고까지 다시 보게 되는 기록이다.

권하정은 첫 뮤직비디오를 만든 뒤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작업이 끝났을 때 서로에게 상처가 남지 않았으면 한다는 다짐이었다. 어렵게 결과물을 만드는 일과 함께 만든 사람을 잃지 않는 일이 나란히 놓인다.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도, 세 친구가 다음에 또 어떤 일을 벌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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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