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도 아니고 화장실에 살겠다는 신혼부부가 찾아온다. 이상한 제안이지만, 이들을 들이면 자신도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다. 〈세입자〉의 신동(김대건)은 그렇게 화장실을 세놓는다…
방도 아니고 화장실에 살겠다는 신혼부부가 찾아온다. 이상한 제안이지만, 이들을 들이면 자신도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다. 〈세입자〉의 신동(김대건)은 그렇게 화장실을 세놓는다. 화장실까지 임대하는 발상이 황당한데,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마음은 금방 이해된다. 이 영화의 웃음과 불안은 그 가까운 거리에서 시작한다.
윤은경 감독이 그린 미래 서울은 공기가 나쁘고 물가가 높다. 집주인의 퇴거 통보를 받은 신동은 이사할 돈이 없다. 그때 친구가 집의 일부를 다시 세놓는 ‘월월세’를 알려준다. 세입자가 하나 더 생기면 권리관계가 복잡해져 집주인도 함부로 그를 내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제시되는 이 묘한 해결책은 집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의 입주가 필요해지는 상황을 만든다.
문제는 그들이 신동의 퇴거를 막아주는 역할만 하고 가만히 있어주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월월세남(허동원)과 월월세녀(박소현)가 보이는 괴이한 행동을 신동은 견디기 어려워한다. 집주인에게서 벗어날 궁리를 했더니, 자기 집 안에서 더 어려운 상대를 만난 셈이다.

이 부부가 불편한 까닭은 화장실을 차지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붙임성 있는 태도와 정체를 알기 어려운 행동이 함께 있다는 데 있다. 허동원의 월월세남은 챙 있는 모자를 쓰고 눈을 크게 뜬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반가워하는 얼굴 같기도 한데, 그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상대가 친절하게 다가와도 편안해질 수 없다는 것. 동거의 불쾌함이 공포로 번질 만한 틈이 여기 있다.
허동원은 월월세남이 어느 쪽으로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렵게 연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박소현도 월월세녀의 순수함과 친화력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괴하게 보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두 사람의 연기 방향에는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지 않아도 상대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의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면, 집에 돌아온 뒤에도 긴장을 풀기 어렵다.
반면 김대건이 연기하는 신동의 얼굴은 굳어 있다. 눈썹을 모으고 입술을 다문 신동에게서는 상황을 자신 있게 정리할 사람의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 배우가 감독에게 자주 받은 주문도 나약한 면을 드러내달라는 것이었다. 그 얼굴 앞에서는 신동이 상황을 단번에 뒤집어줄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를 내보낼 궁리를 하는 사람에게도 겁먹은 기색이 남아 있다.
영화의 미래에는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눠주는 AI 친구도 있다. 버튼을 누르면 사라지는 존재다. 화장실의 부부와 나란히 생각하면 이 짧은 설정이 짓궂게 느껴진다. 말동무는 원할 때 불러내고 대화를 끝낼 수 있는데, 계약을 맺고 들인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간단히 없앨 수 없다.
그런데 신동에게 바라던 신도시로 이주할 기회가 찾아온다. 이제 그는 집을 떠나고 싶지만, 이번에는 세입자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를 내쫓기 어렵게 만들려고 들인 사람들이 스스로 나가는 일까지 가로막는 것이다. 처음에는 터무니없지만 제법 쓸모 있어 보였던 월월세가, 살고 싶은 곳을 고를 수 없게 하는 또 하나의 제약이 된다. 머물기도 떠나기도 어려워진 신동의 집에서, 화장실의 낯선 부부는 계속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