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풍경과 한 곡의 음악이 만나는 방법 | MovieLAB LAB

눈이 덮인 현무암과 안개, 동굴의 고드름이 이어지다가 보리밭의 초록이 나타난다. 끝에 이르면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와 검은 바다가 남는다. 장민승의 〈오버 데어〉에는 이 풍경들…

제주의 풍경과 한 곡의 음악이 만나는 방법 | MovieLAB LAB

눈이 덮인 현무암과 안개, 동굴의 고드름이 이어지다가 보리밭의 초록이 나타난다. 끝에 이르면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와 검은 바다가 남는다. 장민승의 〈오버 데어〉에는 이 풍경들을 설명하는 대사도 자막도 없다. 감독이 천 일 동안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모은 영상에 정재일의 음악이 함께한다. 장소의 내력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없는 대신, 노래하는 목소리와 오케스트라, 때로는 음악이 멎은 시간이 화면과 만난다.

이 음악은 장면마다 필요한 길이로 나눠 주문한 곡들이 아니다. 장민승은 정재일에게 완성 편집본을 보여주지 않고 45분 길이의 음악을 부탁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서로 무엇을 만드는지 모른 채 작업한 것은 아니다. 정재일은 한동안 감독의 집 별채에 살면서 제주에서 찍어온 영상을 바로 받아보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고했다. 장면의 시작과 끝을 지시받아 곡을 맞추는 대신, 함께 보아온 풍경을 바탕으로 긴 음악을 만든 셈이다.

목소리도 이미 정해진 이야기를 노래하도록 붙인 것은 아니었다. 정재일은 자신과 정은혜가 영상을 보며 느낀 대로 즉흥 연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한 감정을 만들어내기보다 음악이 공기나 바람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했다. 설명하는 말은 없지만, 풍경을 보고 소리를 낸 사람의 반응은 음악으로 남는 것이다.

설명을 덜어내기까지 감독이 모은 것은 풍경만이 아니었다. 그는 제주를 오가며 4·3에 관한 인터뷰도 했으나, 자신이 관여하기에는 너무 큰 이야기라고 느꼈다. 한 줄의 글을 넣을지도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촬영하던 순간의 상태와 감각을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말 없는 화면 뒤에는, 들은 이야기를 쉽게 옮길 수 없다고 느낀 감독의 망설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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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